디아스포라, 주변인 그리고 이민교회

글/주경식 사진/권순형 | 입력 : 2024/08/23 [15:20]

▲ 최근 「디아스포라, 주변인」이란 제목의 ‘이민 신학’ 주제의 책을 발간한 박종수 교수. ©크리스찬리뷰     

 

지난 7월 11일, 호주 연합교회 제17차 전국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시드니를 방문한 박종수 교수를 총회장소인 파라마타 노보텔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현재 멜번 캠버웰 연합교회(호주인 회중)를 목회하면서 시드니신학대학(SCD) 멜번 캠퍼스 코디네이터로 섬기고 있다. 

  

그는 최근에 「디아스포라, 주변인」이란 제목의 ‘이민신학’ 주제의 책을 발간했다. 

  

이민신학을 주제로 한 책들은 많지 않다. 그리고 대부분의 책들은 미국 배경의 한인 신학자들에 의해 쓰여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호주에서도 한인 신학자에 의해 ‘이민 신학’ 도서가 발간된 것은 큰 의의가 있다. 

  

그는 멜번신학대학(University of Divinity)에서 ‘이민신학과 기독교교육’을 주제로 연구하여 박사 학위(Ph.D)를 받았다. 그리고 그는 ‘디아스포라 다음 세대를 위한 기독교 교육 과정’을 지난 2017년에 발간했다. 그리고 이번에 「디아스포라, 주변인」을 발간한 것이다. 

  

최근 발간한 책 <디아스포라, 주변인>(동연)은 그의 오랜 연구와 디아스포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민신학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가 이민신학에 담고자 한 핵심과 비전, 그리고 이민자와 이민교회의 역할에 대해 심도 깊게 나누었다. 

 

- 먼저 간단한 본인 소개와 함께 하고 있는 사역들을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시드니신학대학에서 기독교교육과 디아스포라 이민신학을 가르치며 멜번캠퍼스 코디네이터로 섬기는 박종수입니다. 또한, 멜번 캠버웰연합교회 (호주인 영어목회)에서 담임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21년 전, 2003년 1월에 호주로 왔구요, 2004년에 가정을 이루고, 슬하에 두 딸이 있습니다. 제 아내도 목사이고, 현재 병원에서 채플린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 교수님께서는 기독교 교육과 이민 신학을 전공하셨는데, 이 두 분야를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동기가 있으신가요?

  

“이민와서 6년 동안 멜번에 있는 한 한인교회를 섬겼습니다. 한인 이민가정과 이민자 1.5세, 2세들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게 되었고, 이민자를 위한 이민교회의 목회적 실천에 깊이 관여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이민교회의 교육철학과 정책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경험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해서 큰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호주내뿐만 아니라 이민 역사가 호주보다 훨씬 긴 북미주에서 발표한 자료들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연구되고 발표된 자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결국, 누군가는 이 중요한 주제를 연구하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에 석사과정 (MTheol)에서 ‘이민 다음 세대를 위한 페다고지’에 대해, 박사과정 (PhD)에서 ‘이민 다음 세대를 위한 커리큘럼’에 대해 연구하고 각각 해당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박사학위 논문은 영어 단행본과 한국어 번역본으로 각각 출판되었는데 한국어 번역본이 2017년에 출판된 「디아스포라 다음 세대를 위한 기독교 교육 과정」입니다. 이민 다음 세대의 삶과 신앙 그리고 이들을 위한 교육 문제는 디아스포라 이민 신학의 핵심 주제 중의 하나이기에 제 연구 범위와 관심은 자연스럽게 디아스포라 이민 신학이 되었습니다.” 

  

▲ 동연에서 발간한 「디아스포라, 주변인」 ©GODpeopleMall     

 

- 「디아스포라, 주변인」이라는 책을 쓰게 된 배경과 중점 내용은 무엇입니까?

  

“지난 21년 동안 호주에 살면서 수많은 이민교회 목회자들과 성도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을 만나면서 보게 된 것은 많은 한인교회들이 여전히 한국식 목회철학과 프로그램을 무분별하게 수용, 적용하고 있고 ‘한국교회의 복사판’이었습니다. 

  

이민교회 현장에서 이민 신학적 비평없이 한국식 목회 철학과 실천을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목회자의 열심과는 별개로 ‘상황 밖의 목회와 교육’이 양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이민자와 이민 다음 세대의 삶과 상황에 맞지 않는 목회와 교육이 양산되고, 그 결과 디아스포라를 위한 이민교회의 사명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이민교회의 목회자들과 성도들은 자신들의 목회적 실천이 상황에 맞는 실천인지를 끊임없이 묻고 비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이민 신학적 시각과 통찰입니다.  

  

이민신학이란 디아스포라 이민자와 이민교회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묻고 성찰하는 신학적 노력입니다. 그러나 이민 신학에 대한 이해와 이민신학적 담론의 깊이는 여전히 매우 미흡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들이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쓰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이민 신학의 대중화입니다. 이민 신학적 성찰과 담론은 건강한 이민교회 정립과 이민 상황에 맞는 목회와 교육실천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민교회 현장으로 스며들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디아스포라 이민교회들은 ‘한국교회의 모조품’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왔습니다. 이제는 한국교회의 복사판이 아닌 새로운 디아스포라교회를 꿈꿔야 합니다. 디아스포라 이민신학은 건강한 디아스포라교회를 세우는 데에 있어 옵션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이 책은 디아스포라 신학이 무엇인지 쉽게 풀어쓴 개론서로써, 이를 통해 많은 일선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이민 신학을 이해하고 실천하는데 도움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 책에서 디아스포라 공동체의 주변성이 새로운 창조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주변화가 어떻게 창조성과 새로운 기회의 원천이 될 수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주변성’ 혹은 ‘주변화’는 대부분의 디아스포라 이민자들이 겪는 아픔입니다. 새로운 땅에 정착하면서부터 소수 언어를 사용하는 소수 인종, 소수 민족이 되어 백인 중심의 주류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나는 것이 ‘주변화’입니다. 

  

주류사회의 중심으로 들어가고자 애를 쓰지만 양 문화 사이에 끼어있는 디아스포라 이민자가 자신의 주변성을 넘어 중심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는 주류 문화와 언어에 익숙한 이민 2세, 3세들도 같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호주를 비롯한 많은 이민국가가 인종적으로 계층화된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최근들어 인종 간의 평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인종차별을 대놓고 할 수 없는 분위기이지만, 여전히 구조적인 인종적 ‘유리천장’은 곳곳에 산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즉 주류가 중심과 주변을 나누는 이런 구조하에서는 디아스포라 이민자들이 중심에 들어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디아스포라 이민 신학이 물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이 사회의 중심과 주변을 나누는 것은 주류인가?’ 모든 신앙인들은 이 질문에 YES라고 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세상의 중심과 주변은 주류가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정하시는 것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하나님이 계신 곳이 중심입니다. 따라서 세상적인 관점에서 주변으로 밀렸다 하더라도 하나님과 함께 있다면 그곳이 중심이며, 이 사회에 중심에 서 있다고 자부한다 하더라도 그곳에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다면 결코 중심일 수 없습니다. 

  

▲ 멜번 SCD에서 강의 중인 박종수 교수.©박종수     

 

이 사실을 인지한다면 우리 디아스포라 이민자들은 주류가 정해 놓은 중심과 주변의 구조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내가 어디에 있든지 ‘지금 이곳’(here and now)으로 부르신 하나님의 뜻을 구하면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그곳은 하나님이 현존하시는 중심임을 깨달을 수 있고, 이러한 인식과 체험은 우리의 ‘주변성’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창조적인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가 게토화되지 않고 주류 사회와 열린 소통을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은 이 책의 ‘이민교회’ 챕터에서 깊이있게 다루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한인 디아스포라교회가 게토화되지 않고 주류사회와 열린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디아스포라교회 또한 한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는 ‘지역 교회’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한국말로 소통하고 한국 문화를 누리며 한국적 신앙을 추구하는 한인교회 공동체는 분명 독특한 소수민족 공동체(Ethnic Communit) 입니다. 그렇기에 한인 교회들은 의도치 않게 지역 사회에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섬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하나의 특정한 지역에 한인 공동체를 세우시고 뿌리내리게 하신 이유는 그 지역에 대한 선교적, 사회적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선교적,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게 되면 우리 공동체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분별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이에 대한 일환으로 교회가 뿌리내리고 있는 지역 사회를 관심있게 살펴보면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질문할 것입니다. 

  

기도와 분별, 질문과 탐색 속에서 한인교회는 조금씩 조금씩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협력하는 공동체로 변화되어 갈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지역사회를 위한 섬김이 개교회 성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못할 때가 많고, 그렇기 때문에 지역사회를 위한 섬김과 봉사가 단발적으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개교회 성장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지역 사회와 소통하고 협력하게 되면, 있는 지도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제로인 교회에서 지역 사회의 인정과 존경을 받는 공동체로 뿌리내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 한국 신학과 목회 관행을 디아스포라 공동체의 경험과 상황에 맞게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 이민 신학을 공부하고 실천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 신학과 목회 관행은 한국적 상황에서 만들어져 온 것입니다. 이러한 신학적, 목회적 패러다임을 디아스포라 공동체에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현장에 맞지 않는 신학적 성찰과 목회적 실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적 신학과 목회를 이민교회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수적으로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적 신학과 목회에 대한 비평적 고찰입니다. 이를 통해 한국적 신학과 목회가 갖는 허와 실을 통전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우리가 만나고 섬기는 이민자들과 그 다음 세대, 그리고 이들의 삶의 정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입니다. 이민자가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이들을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사회적, 신학적 이해가 제대로 정립될 때 비로소 이들이 만들어가는 디아스포라 신앙공동체는 어떠해야하는지 그 방향성을 논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두 가지 담론 모두 이민신학이 다루어야 할 주제들입니다. 첫 번째는 익숙한 신학과 문화에 대한 고찰이요, 두 번째는 새로운 신학과 문화에 대한 고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고찰들을 통해 한국적 신학과 목회는 이민교회 현장에 맞게 수정, 보완될 수 있고, 이를 초석 삼아 건강한 이민교회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한국교회의 복사판’이 아닌 ‘디아스포라를 위한 교회’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 자신의 저서 「디아스포라, 주변인」을 들고 있는 박종수 교수.©박종수     

 

- 2세 이민자들이 겪는 문화적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민 교회가 어떤 지원을 제공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의 질문들이 모두 간단하게 대답하기 쉽지 않은 큰 질문들이었는데 이 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간단하게 답변드린다면 이민 2세들의 건강한 정체성 형성을 위해서 이민교회는 크게 두 가지를 실천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해와 공감입니다. 이민 2세들의 삶의 정황은 이민 1세들의 상황과 매우 상이합니다. 물론, 이민 2세들의 삶의 경험은 각 개인의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이민 1세들과는 다른 의미로) 양 문화 사이에 끼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자는 이민 2세들의 삶을 ‘하이픈의 삶’ 이라고 표현하는데, Korean-Australian으로 불릴 때 사용되는 저 하이픈의 어딘가에 위치한다는 말입니다. 글씨로 표현할 때의 저 하이픈은 매우 짧지만 한국과 호주를 잇는 심리적인 하이픈은 매우 길고 다양합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자녀나 주변 지인들의 경험을 기준으로 이민 2세의 삶을 쉽게 일반화하기보다, 열린 마음으로 이민 다음 세대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며 공감할 때, 상호 신뢰의 관계를 형성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상호 신뢰의 관계야말로 이민 교회가 다음 세대들의 삶과 신앙에 좋은 영향력과 생명력을 흘러보낼 수 있는 기본 토대입니다.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한 상호 신뢰가 형성과 함께 이민 교회는 이민 다음 세대들의 건강한 정체성 형성을 돕는 교육과 목회를 적극적으로 감당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민 2세들의 정체성 형성은 일반의 경우보다 복잡다단하기 때문입니다. 

  

이민 2세들의 정체성 형성과정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이중적 정체성 형성입니다. 이중적 정체성 형성이란 개인 정체성과 집단 정체성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형성된다는 의미입니다. 

  

소수 민족으로 다문화 사회에서 자라는 한인 2세들의 경우 민족 정체성, 인종 정체성, 문화 정체성, 신앙 정체성 등의 집단 정체성 형성이 개인 정체성 형성과 삶의 질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교회의 목회와 교육은 이민 다음 세대들이 건강한 민족 정체성, 인종 정체성, 문화 정체성, 신앙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체성 형성 과정이나, 각 정체성의 특징 등을 잘 이해해야 하며 이를 어떻게 개교회의 목회와 교육에 연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지혜가 필요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책 내용을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마무리하며

  

박종수 교수는 디아스포라 교회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민 신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주변성을 넘어서 창조적인 기회를 찾아야 하며, 이민 교회가 지역 사회와 소통하며 협력하는 공동체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책 「디아스포라, 주변인」은 이러한 문제의식과 비전을 담고 있으며 디아스포라 교회와 이민자들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이민교회 목회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주경식|본지 편집국장 (PhD)

권순형|본지 발행인   

 
광고
광고
광고

  • 포토
  • 포토
  • 포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