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퍼드립니다

글/김신일 사진/권순형 | 입력 : 2024/08/23 [15:23]

▲ 다일직업기술학교 제과제빵 학교에서 실습 중인 학생들.©크리스찬리뷰     

 

밥퍼, 빵퍼, 꿈퍼

  

시엠립에서의 ‘밥퍼’는 월, 수, 금 일주일에 세 번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하듯 진행되고 있고, 거리가 멀어서 못 오는 이웃들을 위해서는 직접 빵을 만들어 일주일에 두 번 전달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다일공동체는 세 가지를 퍼 나른다. 하나는 ‘밥퍼’이고, 두 번째는 ‘빵퍼’이며 세 번째는 ‘꿈퍼’이다.

  

우리는 밥퍼 이후 ‘꿈퍼’의 현장을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시엠립에서 진행 중인 ‘꿈퍼’는 다양한 기술을 현지의 이웃들에게 전수함으로 그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우며, 전문인력으로 사회에 공헌할 힘을 길러주도록 격려하는 곳이다.

  

우리는 그 첫 번째 과정으로 제과제빵 학교를 방문했다. 10명의 학생들이 웃음꽃 만발하며 빵을 만드는 모습들이 마치 하늘 잔치를 준비하는 천사들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본지 권 순형 발행인이 학생들에게 코알라 인형을 선물하고 기념촬영을 가졌다.©크리스찬리뷰     

 

“밥퍼와 빵퍼에 이어 지금은 해외 다일 최초로 기술학교를 세워 ‘꿈퍼’ 사역도 하고 있어요. 현재 꿈퍼 직업기술학교에는 재봉미싱학과, 뷰티미용학과, 제과제빵학과, 오토바이 정비학과, 한국어학과 등이 개설되어 있어요. 

  

한국어학과는 인근 국립대학에서 위탁 교육을 부탁할 정도로 그 실력을 인정받은 과정으로 성장하였어요. 최근에는 경기도와 협력해 캄보디아 학생들이 한국에 들어가 일하며 그들의 꿈을 현실에서 펼쳐가고 있지요. 저는 이 학교를 4년제 대학으로 만드는 것이 지금의 기도제목입니다.”

  

석 원장은 제과제빵 학생들이 현지에서 생산된 팜슈가(천연설탕)로 갓 구워낸 따끈한 빵을 기자와 나누며 그녀의 꿈과 비전을 나의 심장에도 심어주었다. 그때의 빵맛은 지금도 기자의 혀에서 달콤하게 감돈다.

 

▲ 제과제빵학교 학생들이 팜슈가(천연 설탕)로 갓 구워낸 맛있는 빵들.©크리스찬리뷰     

 

태권도로 아픔을 딛고 일어나 꿈을 향한 발차기 

  

▲ 18년 동안 캄보디아 다일공동체 태권도부를 이끌어 온 레인 짠톨 사범 ©크리스찬리뷰     

 

밥퍼 이후 시엠립 다일 측에서 취재팀을 위해 준비한 태권도 시범은 캄보디아 내에서 다일의 위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20여 명의 태권도 단원의 기합 소리와 발차기가 예사롭지 않아 태권도부에 대한 소개를 현지 사범인 레인 짠톨(44)에게 부탁했다. 

  

그는 국기원 소속 최용석 감독의 제자로, 1997년 태권도 불모지였던 캄보디아에 태권도를 보급하기 시작할 무렵부터 함께했다. 18년 전 시엠립 밥퍼 창립 초기부터 밥퍼와 인연을 맺고 있다.

  

아이들에게 밥만 줄 것이 아니라 운동도 가르치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된 태권도부는 처음엔 오합지졸 그 자체였지만 밥 먹기 전 30분 밥 먹고 30분 운동을 하다 보니 이제는 캄보디아에서 총망받는 태권도단이 되어 여러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에 이르렀다.

  

▲ 다일 태권도부는 캄보디아 국가대표 선수를 배출하는 등 캄보디아에서 총망받는 태권도단이 되어 여러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크리스찬리뷰     

 

▲ 다일 태권도부 단원들 ©크리스찬리뷰     

 

그 열매로 밥퍼의 캄다일 태권도부 출신인 ‘씨타’는 2021년 처음으로 캄보디아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되어 지금은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그녀는 새 아빠 밑에서 학대를 받으며 마음에 깊은 상처가 있는 아이였지만, 밥퍼에서의 한 끼 식사가 힘이 되어 국가대표 선수에 이르게 되었다.

  

기도의 씨앗이 향기로운 열매로 영글어 이제 값지게 거두어질 날을 소망하게 된 것이다. 제2의 씨타를 꿈꾸며 힘찬 기합을 외치는 밥퍼 캄다일 태권도부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매에서 희망에 찬 캄보디아의 내일을 보는 것 같았다.

  

▲ 캄보디아 미래를 이끌어 나갈 다일 샘물 유치원의 어린이들.©크리스찬리뷰     

 

일대일 아동 결연으로 손을 꼬옥 잡아줍니다

  

우리 일행은 석미자 원장의 안내로 프놈끄라움 샘물 다일유치원을 방문했다.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놈끄라움 유치원에 다일이 지원하는 샘물유치원은 가난한 환경 때문에 교육도 받지 못하고 노동의 현장에 나가야만 했던 아이들에게 참사랑으로 내일을 열어가게 하는 교육의 산실이었고, 그 현장의 한 가운데에 다일은 오늘도 빠듯하지만 재정과 수고와 땀을 후원하고 있었다. 

  

아픈 역사의 현장, 킬링필드로 악명 높았던 캄보디아에 힐링필드의 새 생명들이 반갑게 기자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 손은 참으로 따뜻했다.

  

잡은 손을 놓고 싶지 않아 후원의 길을 모색해 보았다. 다일공동체를 향한 후원의 손길은 여러 방법으로 진행된다. 한국 국내의 사업을 후원할 수도 있고, 해외 사업을 후원할 수도 있다. 

  

한국 국내의 후원사업으론 밥퍼 사역과 의료 지원사업이 있으며, 해외사업으론 일대일 아동결연 방식으로 후원할 수 있다. 필자는 일대일 아동결연의 내용이 궁금해져 석 원장에게 문의했다.

  

아동 결연은 한 아이당 월 3만 원(A$ 25)의 후원금이 지급되고 그 후원금으로 그 아이의 손을 굳게 잡아줄 수 있게 된다. 큰 세상을 품을 수 있도록 아동의 시선을 넓혀 밝혀줄 수 있고, 책을 펴고 그들의 꿈을 읽을 수 있게 해주며, 공책에 이쁜 손으로 연필을 잡고 꿈을 써 내려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후원방식이다. 

  

그러기에 일대일 아동 결연을 일회성이 아니다. 적어도 3년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 그래서 자동이체 방식으로 후원하게 된다. 중간에 결연이 끊겨 아동이 상처를 받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한 정책이다. 

  

일대일 아동결연이 내가 어디에 있든 그 아동에게 사랑의 끈이 되어줄 수 있다는 가슴 벅참이 내게 강력히 밀려온다. 참 마음에 든다.

  

해외지부별 현재 아동 결연의 그래프가 눈에 들어온다. 그중 시엠립이 521명으로 가장 많았고, 카트만두 300명, 탄쟈냐 373명, 우간다 240명, 콰테말라 223명, 프놈펜 152명, 네팔 포카라 100명, 필리핀 108명, 베트남 68명, 네팔 신두팔촉 49명 등 총 2천134명의 해외 아동이 하나님의 마음에 사로잡혀 꿈을 붙들고 결연되어 있다. 

  

▲ 뷰티 미용학과에서 실습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크리스찬리뷰     

 

▲ 캄보디아 인구 3명 중 1명은 오토바이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캄보디아는 오토바이 천국이다. 따라서 정비 기술은 앞으로의 삶의 자리에서 꿈의 제단을 쌓을 수 있는 인기 직종 중 하나이다.©크리스찬리뷰     

 

마음이 뜨거워진다. 하나님의 손이 후원자들의 가슴을 통해 이 아동들의 손을 굳게 잡고 계심이 한눈에 보여 그 그래프 앞에서 한동안 떠나지 못하였다. 그중 시엠립이 가장 많은 후원 아동을 하나님의 꿈과 맺어주고 있어 왠지 뿌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기자도 그 손을 더 굳게 잡아주고자 후원 요청을 했다. 시엠립의 아동 한 명과 프놈펜의 아동 한 명의 손과 꿈을 잡아주고 싶었다.

  

다음으로 발걸음을 옮긴 곳은 뷰티 미용학과와 오토바이 정비학과이다. 10여 명의 수강생들이 미용 기술을 실습으로 배우고 있었고 마네킹의 머리를 만지는 눈길이 꽤 진지하였다. 캄보디아 전통 헤어스타일을 연습 중인 수강생은 매우 수준 높은 미용 기술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참 행복해 보였다. 꿈을 꾸고 그 꿈을 한 올 한 올 엮어 이루어나가는 모습에서 하나님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 뷰티 미용학과엔 아리따운 캄보디아 여성들이 꿈을 키우고 있었는가 하면, 건물 한편에선 건장한 청년들이 땀을 흘리며 오토바이 정비 기술을 익히고 있었다. 

  

오토바이를 분해하고 조립하며 엔진오일을 갈고 타이어를 교체하며 열심히 기술을 배우고 있는 이들은 앞으로의 삶의 자리에서 꿈의 제단을 쌓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오토바이는 이들에겐 주요 교통 수단이자 생계 수단이기도 한 것이다.

  

삶도 나누어 퍼드립니다

  

오후엔 캄보디아에서 제일 빈민 마을로 알려진 톤레삽(Tonle Sap)의 플로팅(Floating) 마을로 향하였다. 말그대도 선상마을이다. 말로만 듣기엔 낭만가득해보인다. 다일 밥퍼공동체에선 30분 정도 차로 이동하는 거리이다. 

  

▲ 시엠립 다일은 캄보디아 제일 빈민 마을로 알려진 톤레삽 플로팅 마을에 7척의 모터배를 기증했다. 석미자 원장이 1호 배 기증 가정을 방문했다.©크리스찬리뷰     

 

들어가는 마을의 입구엔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고 관광객을 상대로 입장료를 받기도 한다. 우리는 이 마을을 돕고 있는 단체이기에 별다른 절차 없이 마을에 들어설 수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생경함은 마치 다른 세상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진흙탕 같은 시엠립 강물 줄기에 이들은 낡은 평상에 엉성한 천막으로 햇빛이나 비를 피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지내고 있었고, 주로 강가에서 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기자가 처음 생각했던 낭만과는 참으로 거리가 멀었다. 가슴이 아프다.

  

시엠립 다일은 이곳에 지금까지 모터배 7척을 기증해 주었다. 그중 첫 모터배 기증 가정을 방문하였다.  석 원장 일행을 보자마자 반갑게 나와 미소로 맞이해주는 이 가정은 아직은 어린아이를 품에 안고 있는 젊은 부부 가정이었다. 

  

2023년 4월 장신대 평대원 27기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모터배 기증 1호 가정의 젊은 부부는 석 원장과 반갑게 인사 후 오늘 아침에 모터배로 물고기를 잡아왔다고 한껏 만족함으로 보고 아닌 보고를 한다. 

  

행복해 보였다. 기쁨이 있어 보였다. 우리 일행을 본 이웃들이 한 명 두 명 찾아온다. 그리고 그들의 사정을 말하며 모터배 기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기도해 주고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설 수밖에 없었지만, 언젠가 이 가난한 마을이 하나님의 돕는 손길들로 하나둘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지길 짧게나마 기도해 본다.

  

다일은 이처럼 밥을 퍼주고 꿈을 퍼주고, 또한 삶을 나누어 퍼주기도 한다. 물이 없는 마을엔 우물을 파 주었고, 강가 마을엔 모터배를 기증해 준다. 집이 없는 마을엔 집을 지어주고, 예배 처소가 없는 곳엔 예배의 처소를 만들어 말씀을 퍼주고 있다. 

  

지금 시엠립엔 7개의 예배 처소를 두고 있어 주일이면 모든 사역자가 7개 마을의 예배 처소로 흩어져 캄보디아인들에게 말씀을 퍼주고 있다. 주일도 분주하다. 쉴 틈이 없어 보인다. 그렇게 스탭들의 눈빛은 총망하지만, 여전히 초롱초롱하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오병이어의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나온 어린 소년의 모습이 이들의 모습이 아닐까 하며 다일의 현지 스탭들과 이중상을 오버랩하여 합치해 본다. 

  

예수님은 들판에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러 나온 군중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시기 위하여 한 소년으로부터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취하시어 5천 명의 군중을 먹이시고 기적을 베푸셨다. 

  

▲ 시엠립 톤레삽 입구에는 수상가옥들이 즐비하다.©크리스찬리뷰     

 

세상은 한 사람이 5천 명의 식량을 자신의 창고에 쌓아둔 사람 그를 향하여 성공한 사람이라고 박수치며 치켜세운다. 이것이 세상의 성공 법칙이다. 그러나 예수님이 보여주신 하늘나라의 성공은 사뭇 다르다. 비록 적은 양이지만, 나의 것을 5천 명을 위하여 나눠줄 수 있을 때 그것이 하나님 나라에서의 성공임을 예수님은 친히 보여주신 것이다. 

  

세상은 묻는다. 나 한 사람 먹을 것도 없는데 어떻게 5천 명에게 나의 것을 나눠줄 수 있느냐고, 그러나 캄보디아 다일의 현장에선 오병이어의 기적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

  

톤레삽의 차 안에서 묵상 중 마을 입구에서 우리를 향하여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는 익숙한 현지인의 얼굴을 마주하였다. 좀 전에 밥퍼 사역지에서 만난 분이었다. 차로 30분 거리를 밥 한 끼를 위하여 걸어 온 것이었다. 시엠립 다일은 가장 가난한 마을에서 가장 따뜻한 밥을 퍼주고 있다.〠 <계속>

 

글/김신일|본지 사진기자

사진/권순형|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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