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환송 인사

김환기/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4/10/28 [12:42]

오늘은 한국의 개천절입니다. 개천절은 하늘이 열린 날입니다. 우리는 하늘이 열린 날 하늘로 이사 가신 부교님의 ‘천국환송예배’로 함께 모였습니다. 부교님과 함께 했던 아름다운 추억을 기억하며, 그녀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마음속에 부교님과 함께 했던 많은 이야기들이 남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녀의 웃음, 따뜻한 말들, 삶 속에서 함께 나눈 기쁨과 어려움들이 우리의 추억 속에 아로새겨 있습니다. 부교님은 소천하시기 얼마 전, 하늘로 오르는 새 그림과 함께 마지막 글을 남겼습니다.

  

“작고 조그만 침대 위에 웅크리고 꾸겨져 있는 라일락 빛 담요 두 개가 엉켜, 아직도 온기가 남아 있네. 왈칵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나를 닮았네. 이 구석 저 구석에 영롱한 너도 숨어 있었네. 참 열심이 살았다. 참 고마웠다. 따뜻하게 덮어주고 품어주고 너무 고맙다.

  

당신들의 관심과 기도와 정성스러운 보살핌 덕분에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극심한 통증에 시달려 죽음을 계획하고 온갖 방법을 떠올렸지만 실패였다. 투석센타 한국인 이(Lee) 간호사가 우리가 선생님을 살리려고 최선을 다하는데 자꾸 죽고 싶다 하시면 힘 빠진다고 슬퍼한다.

  

8년을 넘게 매일밤 투석해주느라 밤을 지새는 남편에게 미안해서 끝내고 싶다. 한국에서 딸 가족이 다녀가고 둘째 아들이 와서 사관님의 마지막 예배 중 나는 고백했다.

  “내 잔이 넘치나이다”

  

부교님은 화가이자 작가이셨습니다. 서울 미대를 졸업했고 국선에도 입선한 경력이 있습니다. 2013년 ‘라일락 향기’라는 제목으로 책을 발간했습니다. 부교님은 이민 오기 전 11년 동안 성동여자실업고등학교 공예과 교사로 재직했습니다. ‘라일락 향기’에는 바쁜 이민 생활 가운데 제자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기억하며 썼던 편지가 담겨 있습니다.

 

부교님을 추억하며, 책을 읽다가 경희라는 분에게 쓴 편지에 시선이 멈췄습니다. 경희 씨는 하늘에 계신 분입니다.

  

“보고싶은 경희야,

  

하늘나라에도 계절이 있니?

  

아직 어디에서도 하늘나라의 계절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네. 세상에서 귀하게 여기는 값비싼 보석들이 하늘나라에서는 여기저기 건축자재나 길바닥에 깔려 있다고 성경에서 본 기억이 난다.

  

경희 너 그 보석들 가지고 실력 발휘 하느라고 바쁜 거 아니니? 어쩜 그렇게 꿈에서도 볼 수가 없니? 생전에 내가 편지 답장 빨리 못 해줘서 화난거야? 아니지? 마냥 상냥하고 착하던 경희가 그럴 리야 없겠지. 나는 너의 어떤 귀한 성품보다 꿈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노력하던 모습이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웠단다. …….

  

너무 걱정하지 말고 계속해서 벽옥과 녹보석 별빛을 보내어 그 애의 앞길을 비추어 주면 될 거야. ‘하늘에 별이 있어 아름답고 땅에는 꽃이 피어 아름답지만, 사람에겐 사랑이 있어 아름답다’는 괴테의 말씀을 생각해 본다. 경희야! 너에게 못다한 사랑, 이제 네 딸에게 베풀고 싶다. 한국 다녀와서 다시 편지 쓸게. 동방박사에게 나타났던 별처럼 날 좀 인도해 주려무나. 시드니엔 봄이 오려고 하는데 서울은 가을향기에 젖어 있을 것 같다. 안녕.”

  

인간은 태어나면서 세상이란 학교에 등록해서 다양한 과목을 배웁니다. 내가 잘하는 과목도 있고 못하는 과목도 있습니다. 필수과목도 있고 선택과목도 있습니다. 기쁨과 행복과 같은 좋아하는 과목도 있지만, 슬픔과 불행과 같은 싫어하는 과목도 있습니다.

  

인생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각 과목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대충대충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졸업할 시간이 되었을 때, 자신이 얼마나 공부를 게을리했는가를 뒤늦게 깨닫고 후회합니다. 인생수업을 쓴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는 독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오늘이 당신의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그녀는 말합니다. “그때 하고 싶은 그것을 지금 하시죠."〠

 

김환기|본지 영문편집장, 구세군라이드교회

▲ 김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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