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레즈비언 영문학자의 회심

원광연/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7/02/27 [11:58]
▲ 자전적 에세이 ‘The Secret Thoughts of an Unlikely Convert”    

십여 년 전부터 한 달에 두어 차례 기독교 서점을 들러 새로 나온 책들을 이리저리 뒤적거리는 다소 고리타분한 일상을 취미처럼 즐겨오던(?) 차에, 일 년 전쯤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로사리아 샴페인 버터필드(Rosaria Champagne Butterfield)라는 여류 영문학자가 쓴 자전적 에세이로, “The Secret Thoughts of an Unlikely Convert”(있을 법하지 않은 한 회심자의 은밀한 생각들)라는 제목에다 “한 영문학 교수의 기독교 신앙에의 여정”(an English Professor's Journey into Christian Faith)이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는 책이었습니다.
 
책의 제목을 보고서는 그저 한 여류 지식인이 기독교 신앙을 가지게 된 자신의 회심 이야기를 서술한 책이겠거니 하면서, 나중에 좀 여유가 생기면 읽어볼 요량으로 서고 한 쪽에 꽂아놓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다소 한가한 시간에 그 책에 다시 눈길이 가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페이지를 넘겨가며 읽는 동안, 저자 자신이 그리스도를 만나게 된 이야기를 접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하나님의 긍휼하심과 구원의 은혜에 찬송을 올리게 되었고, 동시에 게으르고 나태한 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큰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로사리아 샴페인은 1962년 생으로, 28세에 미국 오하이오 주립 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에서 영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 뉴욕 주의 시라쿠스 대학교(Syracuse University)에서 여성학과 급진적 좌파 이념들을 연구하고 전파하는 교수가 되었고, 3년 만에 대학 학과장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그리스도인의 편에서 보기에 무엇보다 충격적인 사실이지만, 그녀는 여성해방과 동성애를 열렬히 주창하는 열성적인 레즈비언 운동가(a Lesbian activist)로서, 주변에서 벌어지는 각종 게이 레즈비언 시위들을 기획하고 앞장서서 진행하곤 했습니다. 그녀 자신이 동성애에 빠져 있었던 것은 물론입니다.
 
그런데 1999년 그리스도의 복음을 접하게 되었고, 그 해 7월 나이 37세를 바라보던 때에 그리스도를 믿는 참된 성도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회심은 그녀 자신의 고백처럼 순전히 하나님의 뜻으로 이루어진 역사였습니다. 그러나 인간적인 면으로 보면, 그녀의 회심을 위해 헌신한 노년의 한 목회자 부부의 노력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노 목사 부부의 마음을 움직여 그녀를 향하여 긍휼과 사랑의 마음을 갖게 하시고 수고하게 하셨고, 결국 그녀를 그리스도께로 인도한 것입니다.
 
노년의 켄 스미스(Ken Smith) 목사와 그의 아내 플로이 스미스(Floy Smith)는 시라쿠스 대학교 인근의 개혁 장로교회를 담임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교회의 장로님들에게서 신문에 난 로사리아 샴페인 박사의 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기독교 신앙과 한 선교 단체를 공박하는 내용인데, 교회가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켄 스미스 목사는 로사리아에게 편지를 쓰게 되었는데, 그녀의 글에 대해 전혀 비판하지 않고 그 지역에서 사역하는 목사로서 자신의 의견을 정중하게 피력하였고, 그녀를 만나 대화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글에 담았습니다. 그 편지를 읽은 로사리아는 켄 목사에게 전화를 했고, 그때부터 샴페인 박사와 켄 목사 부부의 교제가 시작되었습니다.
 
로사리아로서는, 영문학과 여성해방론을 연구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기독교 성경이 과연 무엇을 말씀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깊었던 차에 교회의 목사의 초대를 받았으니, 이 기회를 통해 성경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자신의 연구 스펙트럼을 넓히려는 의도가 있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이 교제를 나누며 여러 이슈들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중에도, 켄트 목사는 동성애가 그릇되다는 것을 강압적으로 지적하지도 않았고, 기독교 신앙의 유일성을 억지로 주입시키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성경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제시하며 성경 그 자체를 함께 읽으며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였고, 만날 때마다 진심으로 그녀를 대하였고, 은밀하게 그녀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한 동안의 교제가 있은 후, 어느 날부터 그녀는 켄 목사가 담임하는 교회의 주일 예배에 참석하기 시작하였고, 결국 1999년 7월 교회 앞에서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을 공적으로 고백하여 교회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된 샴페인 박사는 동성애를 완전히 버렸을 뿐 아니라 그녀의 강의도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여성해방론과 동성애의 권리 주장과 예찬론으로, 또한 동성애를 반대하는 성경적 기독교에 대한 적대감으로 가득 차있던 예전의 강의 모습은 사라지고, 성경이 가르치는 참된 기독교 신앙의 변증이 강의의 주요 내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고귀함을 전하였고, 과거에 함께 시위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조롱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향해서도 그리스도를 선포하였습니다. 
 
2001년 로사리아 샴페인은 개혁신앙을 고백하는 장로교회의 목사인 켄트 버터필드(Kent Butterfield)와 결혼하였고, 현재는  목회자의 아내로서 아이들을 양육하며, 대학생 선교에 힘쓰며, 교회들과 대학교들을 다니며 자신의 경험을 강연하며, 동성애에 빠져 있는 지성인들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일에 헌신하고 있습니다.
 
로사리아 샴페인 버터필드 사모의 자전적 에세이를 읽으며, 영적으로 죽어 있는 개인을 부르사 거룩한 교제 속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얼마나 귀하고 오묘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동시에 그러한 하나님의 섭리에 쓰임 받는 사역자(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쓰임받는 사역자입니다)의 헌신이 얼마나 귀한지를 보게 됩니다.
 
나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내가 나를 구원하신 그리스도의 그 고귀한 은혜를 알고 믿으며 고백하고 찬송한다고 하며 살아왔지만, 과연 나는 이 귀한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해 얼마나 헌신해왔던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 아파했고, 그들을 위해 고민했으며, 그들을 위해 기도했고, 그들을 위해 나를 드렸던가? 하는 자책감이 가슴을 짓눌렀습니다.
▲ 로사리아 샴페인 버터필드  
 
사도 바울의 데살로니가전서 2:8의 말씀이 다가와 마음을 찔렀습니다: “우리가 이같이 너희를 사모하여 하나님의 복음뿐 아니라 우리의 목숨까지도 너희에게 주기를 기뻐함은 너희가 우리의 사랑하는 자 됨이라.”
 
사도 바울은 데살로니가 교인들을 사모하고 사랑하여, “하나님의 복음”은 물론 자기 자신의 “목숨”까지도 기쁨으로 내어주고자 했는데, 나의 처지는 너무나도 부끄럽습니다. 오오 주님, 나도 그런 순전한 사랑의 모습을 지니게 하옵소서! 〠

원광연|주의영광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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