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 없는 사회는 업그레이드 되지 않는다

이명구/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4/10/28 [12:36]

 ©Jezael Melgoza     

 

나의 첫 해외여행지는 1990년의 일본이었다. 내가 다니던 모교회가 일본의 어느 교회와 자매결연을 맺었는데 모교회의 찬양선교단이 그 자매교회를 중심으로 하여 일본 여러 곳을 방문하는 나름대로 단기선교방문을 하게 되었고그 찬양단원이었던 나는 그렇게 해서 첫 해외여행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시 한국은 해외여행을 막 시작하고 있었다. 모두가 해외여행이 처음이었던 우리는 일본을 방문하여 보자마자 큰 충격과 도전을 받았다. 그 깨끗하고 질서 있음에 말이다. 그 후 나는 호주에 와서 지내게 되었고 시드니에서 섬기는 교회에서 멕시코로 단기선교여행을 가게 되었는데 일본을 하루 경유하게 된 적이 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첫 방문 후 10년 지난 도쿄를 다시 보게 된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10년 전 일본을 처음 방문했을 때 느꼈던 그 감동은 없었다. 왜 그랬을까? 최상의 대답은 그만큼 일본보다 호주의 생활 질서 및 여러 가지가 수준이 더 높았기 때문일 것이다.

  

당연히 그런 대답은 시드니에 살고 있는 것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어졌다. 그 후 15년이 지난 후 다시 일본을 방문했었다. 3차 방문인 것이다. 한국인인 우리들이 알고 있듯이 얼마 전부터 한국사회에서는 일본을 얕보는 일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전 세계에서 한국만 일본을 얕보는 나라라고 한다. 나도 이제 일본은 그 전성기가 다하지 않았는가는 말을 공공연하게 한 적이 있다.

  

경제적인 기세로나 선도적 기술국가로나 거기다가 원전사고 등등의 것들을 보면서 일본은 기울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3차 일본 방문은 나의 그런 판단은 매우 성급하고 감정적이며 경솔한 것이었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세계 속에서 일본의 경제나 기술의 선진국으로서의 면모는 상대적으로 약해져 가고 있고 또 세계를 곤경에 빠뜨린 역사 때문에 여전히 충분한 존중을 받지는 못하고 있으나 필자가 다시 충격적으로 도전 받은 것은 그들의 생활 질서였다.

  

그 종이 한 장 떨어진 것을 쉽게 볼 수 없는 거리의 깨끗함, 모든 것들이 적절하게 자리를 잡고 정돈이 잘 되어 있는 모습들. 특히나 내가 직접 운전한 것은 아니지만 운전석 옆자리에 앉아서 일본 도로의 교통의 질서를 관찰해보니 호주의 교통 질서보다도 훨씬 수준이 높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더 수준이 높았다. 필자가 많은 나라를 돌아보진 못했지만 일본의 교통질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제한속도 이상으로 운행하는 차들을 보기가 어려웠고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나 불편을 주는 운전을 보기가 어려웠다.

  

이것은 운전할 때만이 아니라 삶의 모든 분야에서도 발견되는 점이었다. 그 당시 일본에 수년간 출장 갔다가 시드니로 돌아온 시드니 태생의 한국인 2세 성도는 시드니에 와서 운전해보니 시드니의 운전이 너무 공격적이고 조급하다는 점에 놀랐다고 하였다. 필자는 크게 공감을 한다.

  

일본 방문 후 나는 한국에 가서 운전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아무리 내 차선을 굳게 지키겠다고 다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예고도 없이 어느덧 내 차선은 사라지고 나는 엉뚱한 줄에 서 있기가 일쑤다. 차선을 자주 바꿀 수 밖에 없었다.

  

호주에서 운전하다 한국에서 운전한 사람들은 동일한 경험을 겪었을 것이다. 교통 문화는 그 나라의 핵심 문화라고 한다. 교통 문화를 보면 그 나라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다시 확인한 것이지만 한국은 질서가 너무 부족하다.

  

교통질서만이 아니다. 모든 분야에서 질서가 부족하다. 한국사람들은 한국사회가 왜 이렇게 좋아지지 않느냐고, 왜 이렇게 사회가 업그레이드 되지 않느냐고 불평을 많이 한다. 그리고 그런 불평할 때마다 정치가들을 욕하고 지도자들을 욕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늘 피해자라고만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러나, 잠시만 깊게 생각해보자. 자신들이 피해자기이기만 할까? 가해자이진 않을까? 한국사회뿐 아니라 어느 나라 어느 사회든 가장 깊은 문제 가운데 하나는 자신이 가해자인 줄은 모르고 자신을 늘 피해자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볼 땐 한국인들에게 이 피해자 의식이 심하다고 본다.

  

한국사회의 질서와 권위 확립에 나는 과연 어떤 기여를 하였던가? 라는 질문 앞에 아무도 “나는 잘 하기만 했습니다”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때로는 그 무질서를 지독하게 욕하면서도 어느 틈엔가 그 무질서와 탈권위가 주는 단맛을 빨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경제 수준이 높아진 만큼 사회가 업그레이드 되기를 갈구하고 있다. 그러나 질서와 권위가 지켜지지 않고는 사회는 결코 업그레이드 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없던 질서가 잘 세워지고 지켜져야 할 권위가 잘 지켜지고 있다는 소식보다는 세계 곳곳에서 질서와 권위가 무너지고 있다는 소식을 많이 듣는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더 가파르게 무너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궁극적으로 본다면 많은 사람들이 질서를 지키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사회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질서와 권위를 지켜나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바로 하나님의 백성들이지 않을까?

  

그것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그들로 하여금 구원의 은총을 먼저 입게 하시고 그들을 군데군데 세상의 빛으로 세우시고, 세상의 소금으로 뿌리시지 않았는가?

  

질서와 권위가 회복되지 않으면 사회는 업그레이드 되지 않는다.〠

 

이명구|시드니영락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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