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밥! 예배만큼 중요하다

최주호/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6/04/21 [14:18]

▲ : ©Iso Tuor     

 

교회 건축을 하다 보면 사단의 방해로 인해서 꼭 어려운 시기를 만난다. 이전에 섬기던 교회를 건축할 때도 사단은 어김없이 그렇게 역사했는데 리모델링을 빨리 해야 하는 식당 자리에 대한 허가 문제로 1년 반 동안 교회 식당이 폐쇄된 일이 있었다.

  

이 말은 교회에 밥이 없다는 말인데 나는 그때에 점심 식사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에 대해 뼈저리게 경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성도들의 마음이 예배당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이유는 바로 점심을 교회에서 먹지 않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처음에 교회에서 식사를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에 성도님들은 예배 후에 삼삼오오 모여서 교회 주변의 식당으로 이동하여 식사를 나누었다. 오랜만에 외식을 하는 것이니 처음에는 별로 나쁜 것 같지 않았다 어느 분은 이렇게 말하는 분도 있었다.

 

식당에 가서 함께 밥먹으니 편하고 더 좋네요

 

하기야 교회밥보다는 식당밥이 낫고 게다가 식당에서는 식사 준비나 설거지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생각도 길게 가지는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식당으로 걸음을 옮기던 분들이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물어보니 식당 밥이 좋기는 한데 계속 먹다 보니 질리고 또한 주일에 점심 식사비로 지출되는 돈도 만만치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결국 성도들은 어느 사이엔가 주일 예배를 드리고 난 후에 거의 모두가 집으로 일찍 귀가하기 시작했다. 이 말은 교회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말인데 교회에 체류하는 시간(?)이 줄어들자 교회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교회의 특성상 주일에는 다른 날보다 눈에 띠게 북적이는 곳인데 그 주일의 북적거림의 시간도 줄어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일 오후에 계획했던 특별행사들이 집으로 돌아간 성도들로 인해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기 시작했다.

  

흔히 '관성의 법칙'을 말한다. 가던 길을 계속 가고 하던 일을 생각 없이 계속하려는 이 법칙은 신앙생활에서도 매우 강력하게 작용한다. 식사가 중단된 지 몇 주가 지났을 무렵, 출석이 뜸해진 한 성도님을 심방했다가 정말 내 평생 잊지 못할 말을 들었다.

  

- 요즘 교회에서 뵙기가 힘드네요.

  

"목사님, 밥도 안 주는데 교회에 왜 갑니까?"

  

이 말을 정말 농담으로 했는지 진담으로 했는지가 참 애매했지만 그 말 속에 담겨 있는 뜻이 무엇인지는 알 것 같았다. 모든 사람은 아니겠지만 어떤 이들에게 교회 밥은 예배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수십 년을 교회 다니면서 전혀 생각지 못했던 사실을 식사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배운 것이다.

  

그리고 나서 보니 예전 유학생 시절에는 이런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났다. 한 유학생이 주축이 된 교회가 있었는데 주일에 교회를 찾는 유학생들을 위한 점심을 준비할 집사님들의 숫자가 부족하자 점심으로 밥을 먹을 것인지 간단하게 빵으로 할 것인지를 토의했다. 격렬한 논쟁 끝에 밥이 승리했는데 그 이유는 그 교회에 오는 유학생들의 이런 외침 때문이었다.

  

"우리는 교회에 와야 한국 밥구경을 하는데 밥이 아닌 빵으로 점심을 때운다면 우리가 교회에 꼭 와야 하는 이유 하나가 사라집니다."

  

하기야 한국의 기존 세대들의 정서에 빵은 그저 간식 거리일 뿐이지 결코 한끼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식사가 아니었고 게다가 가뜩이나 외국 생활로 인해 밥과 김치에 굶주렸던 유학생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교회 출석 이유이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알던 어느 교회의 목사님은 아예 대놓고 이렇게 선포하셨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우리 교회는 반드시 밥을 먹습니다.” 별것 아닌 것을 좀 심하게 말한 것 같아 보이지만, 그래도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안다.

  

게다가 언젠가는 여행을 자주 다니는 한 집사님에게서 직접 들은 말도 있다. 본인은 어느 곳을 가던지 주일에는 반드시 한인 교회를 찾는데 그때에 꼭 예배를 드리고 난 후에 그 교회의 점심밥을 먹어야 자신의 주일 일과가 마친다는 것이다.

  

그렇게 먹은 교회 밥 힘으로 자신은 한 주를 살 힘이 얻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세상에는 참 별난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만 이렇게 교회 밥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에 그저 놀랄 뿐이다.

  

성경을 깊이 묵상해 봐도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먹는 문제'를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으셨음을 알 수 있다. 창세기 1장과 2장은 창조의 과정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서술하지만,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대목이 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에게 복을 주시며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사명을 주시기 직전에, 온 지면의 씨 맺는 채소와 열매 맺는 나무를 '먹거리'로 허락하셨다.(창 1:29).

  

에덴동산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실 때도 동산 각종 나무의 실과를 마음껏 먹으라고 먼저 말씀하셨다(창 2:16). 언약을 맺으시는 하나님은 사명을 주시기 전, 언제나 먹을 것을 풍성히 채워주시는 분이셨다.

  

결국 하나님은 사람과 언약을 맺고 사명을 주시면서도 사람의 가장 큰 문제인 먹는 문제를 잊지 않으셨다 “금강산도 식후경~” 살기 위해 먹는 것인지 먹기 위해 사는 것인지는 애매할 수 있지만 먹는 문제는 다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임을 하나님도 알고 계신 것이다.

 

교회 밥! 예배만큼 중요하다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목사가 믿음이 부족하다고 비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느끼듯 인간은 그리 고상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육신의 배가 채워질 때 영적인 풍성함도 더 깊이 누릴 수 있는 법이다.

  

예배를 마친 후 공동체가 한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나누는 행위는, 어쩌면 태초부터 하나님이 하나님의 사랑하는 성도에게 은혜로 허락하시는 최고의 특권이자 축복 중 하나일 것이다.

  

교회 밥은 단순히 칼로리를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사랑이고 위로이며, 우리가 한 가족임을 증명하는 가장 따뜻한 증거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우리 교회 식당에서 풍기는 밥 냄새가 그 어떤 향유 옥합의 향기만큼이나 아름답다고 믿는다. 〠   

 

최주호|멜번순복음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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