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입, 황금의 은퇴

지구촌교회 이동원 원로목사

글|송기태,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1/09/26 [14:56]
설교의 달인

 “목사는 모름지기 교회의 일꾼이 되기 전에 먼저 복음의 일꾼이 되어야 합니다. 복음의 소망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만일 그렇지 않고 ‘교회 지도자’란 타이틀에 만족하다 보면 권력지향적인 부패한 목회자가 되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목사는 먼저 복음의 일꾼이어야 하고, 복음 때문에 살 소망이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복음의 수종자’가 되어,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남겨두신 교회의 일꾼이 되어야 합니다.”

한마디 한마디 잘 정제된 언어로 소위 ‘목사론’을 들려주는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원로목사)의 말을 듣고 있으려니, “목사가 되기 전에 크리스찬이 되어야 한다”고 한 리차드 백스터의 말과 오버랩된다.

이동원 목사, 한국 현대교회사, 혹은 설교사를 논할 때 그의 이름은 선명하게 각인될 것이다. 탁월한 설교로 ‘황금의 입’이란 애칭을 가진 크리소스톰과 비교하여, ‘한국의 크리소스톰’이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그의 설교는 ‘국보급’이다.

그만큼 그의 설교는 신학생 혹은 목회자들의 전범(典範)이 되고 있다. 그의 설교집, 테이프는 이미 대중화 되었고, 그의 은퇴를 계기로 각 신학교에서는 그의 설교를 연구한 박사학위 논문도 쏟아질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설교는 목적과 초점이 분명해야 합니다. 설교 내내 잊지 말아야 할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영혼구원입니다. 설교를 통해 교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와 주로 고백하고, 구원의 자리로 인도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설교의 목적이지요.

둘째, 성숙의 자리입니다. 교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도록 설교해야 합니다.

셋째, 교인들이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어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펼쳐가고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설교의 달인’은 설교에 관하여 막힘이 없었다. 그가 생각하는 설교관은 사변적이 아니라 구체적이었고, 실제적이었다. 설교의 고민은 안고 사는 오늘의 목회자들에게 명확한 지침이었다. 설교를 준비하는 데는 무엇보다 말씀묵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면서 ‘좋은 설교론’을 밝혔다. “좋은 설교는 뭐니뭐니해도 성경적 설교입니다. ‘성경에서 나왔느냐?’ 즉 ‘본문에 충실한 설교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 소리, 내 생각, 내 의견을 말하게 됩니다. 설교의 핵심이 성경에서 나오고, 본문을 우리 시대의 언어로 옮기고 있느냐가 중요하지요.

▲ 가평에 필그림 하우스라는 영성센타를 세우고 “한국의 건강한 목회자와 평신도 리더십 육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는 이동원 목사.     ©크리스찬리뷰


예수님의 설교는 성경에 조각으로 나옵니다. 비유가 많지요, 요즘 설교의 대세인 ‘이야기식 설교’입니다. 설교의 모범은 바울의 설교를 들 수 있습니다. 사도행전 17장을 보면 바울의 설교는 철저히 성경에 근거를 둔 강해식 설교이고, 철저히 예수 그리스도께 초점을 맞추는 ‘그리스도 중심의 설교’입니다. 그에게는 성경적 설교를 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이동원 설교론’

그의 이런 설교관은 이미 대학 시절부터 훈련받았다. 그가 윌리엄 틴데일대학에서 강해설교의 대가 마틴 로이드존스에게서 훈련받은 허버트 카킹 교수의 설교학 강의에서 강해설교의 중요성과 방법론을 터득하며, 평생 설교의 큰 틀을 마련한다.

그리고 75년 여름 달라스 신학교에서 역시 강해설교의 대가이자 이야기식 설교 대가인 해돈 로빈슨 세미나를 통해 강해설교가 주석적 측면에서 성경도 잘 배우면서 소통도 잘되는 설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야기식 강해설교’라 할까?

어쨌든 그 이후 이 목사의 설교는 비약에 비약을 거듭했다. 여기서 우리는 소위 ‘한국의 골드마우스-이동원 설교론’을 추적할 필요를 느낀다.

 “영적 대각성 시대나 부흥회 시대에는 서론이 없거나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선포하기만 했으면 됐으니까요. 그러나 세속화 시대에는 사모함도 갈급함도 없고, 마음에 아무런 준비도 않고 마지못해 끌려나온(?) 청중들을 항해 설교하려면 서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해돈 로빈슨 박사는 이미 75년도에 청중들이 5분 이내에 설교를 끝까지 들을 것인지 안들을 것인지 갈파했습니다. 지금은 1분 이내지요. 끝까지 청중을 끌고가려면 청중과의 소통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소통이 잘 되려면 감동과 도전이 있어야 하고, 공감대가 형성돼야 합니다. 3000년 전 스토리로 끝날 수 있지요.

교인들에게 ‘오늘 내 스토리, 나의 고백’이 되게 해야 합니다. ‘힘드셨죠? 아프셨죠?’하며 교인 입장에서 어떤 느낌, 공감대, 감동, 결심, 도전을 갖게 해야죠.”

그는 소통과 공감의 설교를 위해서는 전달 방법의 중요성과 삶에 적용되는 설교를 강조했다.

그는 설교의 마지막은 항상 ‘장엄한 구속사적 결론’으로 끝맺는다고 하였다.

한국 최고의 설교가로 평가받는 그도 ‘태생 설교자’가 아니라고 했다. 설교문을 작성하고 수십 번 연습하고, 연습해서 ‘다듬어진 설교자’라고 하였다. 풍성한 예화는 그의 방대한 독서량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노력으로 다듬어진 설교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설교를 대하면 풍성한 인문학적 배경이 느껴진다.

▲ 탁월한 설교로 ‘황금의 입’이란 애칭을 가진 이동원 목사     ©크리스찬리뷰


“언젠가 소프라노 김영미 씨와 대화하면서 ‘음악에서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과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비중이 얼마나 됩니까?’라고 물은 적이 있는데 그분은 51:49로 선천성을 약간 더 두더라구요, 사실 음악하는 분들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합니까? 그렇다면 설교자 역시 타고난 은사에 못지않은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설교도 하나의 작품이기에 기본적으로 문학적 소양도 필요합니다. 설교자로서 성도들의 마음을 읽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신학의 각 분야를 읽어 경향과 조류를 알아야 하고, 베스트셀러를 읽어 시대를 읽어야 합니다. 베스트셀러는 현대인은 뭘 생각하는가를 알려주니 당연히 섭렵해야지요.

저의 경우는 중·고등학교 시절에 대단히 문학에 심취했습니다. 특히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점점 책과 더 가까워졌습니다. 그때 참 많은 고전을 읽었습니다. 상당히 부담되는 분량인 도스토예프스키 전집과 실존주의 작가 까뮈, 샤르트르 등 고전뿐만 아니라, 문자에 중독되었다 할 정도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지금도 매주 한 번씩 서점에 가고, 일주일에 10권 정도 읽습니다.”

20대 때 존 스토트와 C. S. 루이스를 통해 신앙의 기초를 닦았다는 그는 특히 기독교 집안이 아니었기에 대학 시절 특히 이들의 책을 보며 신앙을 키웠다고 하였다. 한 분야의 일가를 이루려면 그냥 그저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 그의 삶을 통해서 보여주는 듯하다.

 
신앙의 뿌리

유명 목회자는 모태신앙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는 그 흔한(?) 모태신앙이 아니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안이 소위 바닥을 쳤다. 경복중학교 1학년 때부터 초등학생 가정교사로 입주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고3 때까지 그렇게 살았다고 한다.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고 남 가르치느라 자신의 시간을 거의 가져보지 못했다고 했다. 한번은 입주과외를 하던 집에서 ‘왜 아이는 가르치지 않고 자기 공부만 하느냐’고 야단을 맞고는 달을 보며 울기도 했고, 빚쟁이들이 학교까지 찾아오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일류 학교였던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서울대 시험에 낙방했다. 그에게 엄청난 방황기였지만 또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이런 절망의 벼랑에서 예수를 만났기 때문이다.

“20대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시험에 떨어지고 나서 세상을 등지려고 했습니다. 재수하는 동안에 선교사님들을 만났습니다. 선교사님 한 분이 영어성경을 가르쳤습니다. 신앙적 관심보다는 영어 배우려고 한번 두 번 나가다 예수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갈라디아서를 만나면서 은혜와 율법의 차이를 깨달았고, 기독교는 종교가 아니라 은혜의 복음이었고, 참 생명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예수를 만난 청년 이동원은 ‘전폭적인 헌신’을 다짐하고 서울대 아니면 안가겠다는 과거의 고집을 꺾고 신학교에 가기로 작정했다.

“처음 한국에서 신학을 공부하려고 신학교에 입학했는데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그 다음에 간 신학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게 2-3군데 다니다 그만두고 군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군대를 갔다오자마자 젊은이들에게 전도해야겠다는 마음으로 YFC(십대선교회) 간사를 했습니다.

▲ 새순수양관에서 이동원 목사(오른쪽)와 인터뷰를 마친 후 본지 편집국장 송기태 목사(왼쪽)가 부산 수영로교회로 떠나는 이규현 목사와 함께 기념 촬영     ©크리스찬리뷰


그때 김장환 목사님이 ‘이 군이 만족하려면 한국 신학교는 안되겠다. 미국으로 가라’고 하셔서 미국 바이블 칼리지에서 신학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유학생활 중 또 하나 발견한 것은 미국 목회자들이 가정생활을 강조하고,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유학 마친 그는 30대의 ‘아주’ 젊은 나이에 침례교회의 모교회라 할 수 있는 서울침례교회에 부임했다. 이때 그가 한국교회에 처음으로 선을 뵌 것이 바로 새생활(가정사역) 세미나였다.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을 빌려 예쁘게 장정된 바인더를 제공했는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광화문, 정동 덕수궁 돌담길 일대에는 이 바인더를 들고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6년을 섬긴 그는 다시 워싱톤제일한인침례로 청빙을 받았다. 그곳에서 행한 설교들을 나침반사에서 설교집으로 발행했다. 한국의 대중적 설교집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전엔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자비량으로 출판하여 공짜로 ‘뿌리던’ 설교집이 대부분이었다. 그의 설교집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장정에다 탁월한 편집자인 김응국 목사(작고), 송현옥 씨의 손을 거치면서 독자들이 즐겨 찾는 ‘친근한 책’이 되었다.

그의 설교집을 통해 ‘듣는 설교’에서 ‘읽는 설교’로도 역할이 첨가되면서 새로운 ‘설교의 맛’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설교집들을 통하여 독자들은 앞서 밝힌 이 목사의 설교의 목적을 증명해 주었다. 성경지식을 높여갔고, 설교마다 주제와 핵심을 명확하게 잡아낼 수 있었고, 설교자와 소통했고, 장엄한 구속사적 결론을 바라보았다.

 
행복한 ‘조퇴’

90년대 초, 그는 다시 조국 교회를 섬기기 위해 ‘역이민’을 감행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교회가 아닌 전혀 다른 새로운 교회인 지구촌교회를 개척했다. 그리고 ‘때가 차지 못한데도’ 은퇴했다. 억지 ‘명퇴’ ‘조퇴’가 아닌 ‘행복한 조기은퇴’였다.

“어차피 70세에 은퇴하고 새로운 일을 준비하면 너무 늦고 어렵습니다. 교회도 안정되고, 저도 새로운 사역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일을 안 하려고 ‘조퇴’한 게 아닙니다. 새로운 일, 즉 죽을 때까지 평생의 일을 하기 위해 일찍 은퇴한 것입니다.

후배들을 육성하는 일, 한국의 건강한 목회자와 평신도 리더십 육성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글로벌 미니스트리 네트워크를 위해 가평에 ‘필그림 하우스’라는 예쁜 영성센타를 세웠습니다. 가평에 왔다갔다 하면서 일을 시작합니다. 사역시간의 절반은 기관에서 일하고 나머지 절반은 바깥으로 나가서 집회하고 필요한데 섬기고 돕습니다.”

필그림 하우스의 4가지 사역 분야는 설교 클리닉, 리더십 훈련, 영성 훈련, 셀교회라고 하였다. 특히 교계 안의 가정교회와 셀교회의 혼동에 대하여 그는 명쾌하게 밝혀주었다.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습니다. 셀교회는 가정교회보다 좀 넓은 개념입니다. 몇 개의 가족들이 모인 교회가 가정교회라면, 현실적으로는 싱글들도 많지 않습니까? 그러면 가정모임에 빠질 수 있습니다. 셀교회는 가족이 아닌 남자끼리, 여자끼리도 모일 수 있고, 직장에서도 모일 수 있습니다. 철학이나 본질은 마찬가지입니다.”

설교 클리닉은 신학교에서 다 배웠지만, 현장에서 설교한 것을 클리닉을 통해 좋은 분위기에서 건설적 비평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하였다. 설교 내용 중심으로 소통하는 방법, 전달방법 등을 전반적으로 눈에 띠는 흠이 뭔지를 클리닉한다고 하며, 25명 이내 선착순으로 모집하면 금방 찰 만큼 목회자들에 인기가 높다고 한다.

▲ 이동원 목사     ©크리스찬리뷰


리더십 훈련은 목회 리더십에 대한 기본 강의한 다음, 각자의 목회에 대한 살펴보고, 케이스 스터디를 하며, 어려운 일, 극복해야 할 일들 나눈다고 하는데, 한번에 40명까지도 모집하지만 더 이상 받지 못한다고 하였다.

“은퇴하면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더 바빠졌습니다. 제가 거절을 잘 못하니 은퇴하니 여기저기서 불러서 초점 없이 바빠졌습니다. 이제는 지구촌교회라는 지역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서 한국 교회와 이민교회를 섬길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그의 삶의 궤적과 활동영역을 훑어보면 ‘하나님은 인력낭비를 안하신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숨가쁘게 한국교회, 이민교회, 다시 한국교회를 거쳐 한국교회와 이민교회를 다 아우르고, 코스타를 통해 유학생까지 아우르는 사역의 영역을 은퇴 후에 더 극대화시켜주시는 하나님의 방법을 알 수 있다. 이런 일을 위하여 그는 분명 준비된 인물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순명으로 응답했다.

“저는 7년 전부터 은퇴준비를 했습니다. 즉흥적으로 한 게 아니라 미리 선포했습니다. 단적으로 필그림 하우스를 세웠습니다. 즉흥적으로 은퇴하면 교회에서도 당황합니다. 미리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은퇴 3년 전부터 후임 청빙 프로세스를 세우고, 은퇴 2년 전부터 지구촌교회 ‘사역 매뉴얼’을 9권으로 하나하나 상세하게 기록했습니다. 사역의 일관성은 물론이고, 후임 목사님이 저를 통해 축적된 사역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계승과 발전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교회와 더불어 살아온 그에게 ‘좋은 교회’는 어떤 교회일까?

“교인 하나 하나가 가정·직장·사회에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교회가 좋은 교회입니다. 성도들은 교회 안에서만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말고 직장에서 봉사하고 직장을 더 아름답게 섬겨야 하고, 건강한 부부관계도 중요합니다.

신앙생활 역시 행복해야 합니다.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에서 첫 번째 질문인, 인간이 존재하는 주된 목적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하나님을 영원히 즐거워하는 것이다’라고 합니다.

성도들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한마디로 행복을 퍼뜨리는 ‘행복 바이러스’가 돼야 합니다.”〠

 

송기태|크리스찬리뷰 편집국장, 두란노교회 담임목사

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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