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성경신학이 말하는 맥락을 크게 집어 보았다면, 이번에는 성경 66권이 이 맥락에서 어떻게 위치하는 지 간단히 살펴보자. 자세한 내용은 그래함 골드워디의 ‘복음과 하나님 나라’을 참조하기 바란다.
성경 신학의 시작이자 가장 중요한 책을 한 권만 집으라면 단연 창세기다. 창세기는 창조(창 1, 2), 타락(창 3), 구속(창 4-11)이라는 성경 신학의 기본 틀을 제시하고, ‘구원’ 계획을 점진적으로 드러내는 5개 언약 중 3개(아담/창조, 노아/화평, 아브라함)나 포함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인간이 정점이 되는 창조 의의, 죄의 시작과 확대에도 불구하고 반대로 은혜를 배가하시는 하나님을 보여준다. 출애굽기에서는 네 번째 언약인 모세 언약이 제시된 후, 언약 안의 삶에 대한 주석으로 오경 내용을 채워간다. 이 중 민수기, 신명기는 광야 생활이라는 환경에서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고민들을 어떻게 해결할 지 깊은 고민을 담고 있다.
여호수아서부터는 광야를 벗어나 가나안으로 들어오면서 하나님과의 관계가 새로운 배경에서 펼쳐진다. 이전까지는 인간이 맘대로 조절할 수 없는, 그러기에 창조자와 더 거칠게 만나게 되는 방랑자의 삶이였다면, 가나안의 환경은 안정되고 조직화된, 그러기에 하나님보다는 인간의 조정에 더 잘 먹히는 듯한 환경에서 어떻게 하나님을 절대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여호수아서, 사사기, 롯기가 광야에서 정주생활로의 전환기를 담는다면, 이후 왕국 시대는 사무엘상하, 역대상하, 열왕기상하서를 통해 전개된다.
역사서의 전체적 흐름은 새로운 환경에서도 본질적인 한계와 죄성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실패담과 함께, 이런 모순이 더할수록 하나님의 포기하지 않는 사랑도 더 두드러지며 이것이 다윗 언약으로 표현된다.
다윗 이후 왕국 역사는 다웟에게 미치지 못하는 그의 자손들의 역사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그의 집을 세우시겠다는 약속을 어떻게 지키실지가 더 궁금해지게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왕하 11-22, 왕하)
이런 궁금증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예언자들이다. 이들은 이스라엘 속에서 잊혀가는 옛 언약 내용들을 다시 환기시키고, 돌이키지 못하는 민족이 직면한 끔찍한 심판을 설파한다. 그러나 이런 심판의 소리가 커질 수록, 현상황을 넘어 펼치실 하나님의 새로운 회복의지도 강해진다.
이런 메시지를 담은 예레미야, 에스겔, 다니엘, 에스더서 등이다. 이들은 반복적인 내용으로, 시와 서사(사건 이야기)를 섞어 이제까지의 언약들이 던진 문제의식과 이에 대한 인간반응의 문제점, 그리고 이것을 모두 극복하실 새로운 마음과 영적 언약(그리스도를 통한 사랑의 언약)이 이제 곧 주어질 것임을 선포한다.
동시에 하나님과의 관계가 역사를 통해 깊어진 만큼 이를 통해 드러난 다양한 고민과 해결책이 시가서과 서사로 표현된다. 특히 지혜서는 평이한 삶 속에서 구원받은 이들이 일반인들과 공유해 살아야 할 삶의 지혜(잠언), 자신감에 찬 인간에 대한 자기반성(전도서), 율법과 민족주의에 갇힌 이스라엘에 대한 도전(욥, 요나)의 메시지를 던져, 역사서와 예언서의 영적 각성의 내용을 채워준다.
바벨론 유수 이후 세 번째 회복시대를 담는 에스더, 에스라, 느혜미야서는 이스라엘의 옛 언약을 회복하려는 마지막 시도를 보여주며, 이에 따르는 하나님의 은혜가 재확인되는 감격스런 자리다. 그러나 동시에 미완의 결말로서 구약을 정리함으로써, 이제 예언자들이 외치던, 그동안의 모든 언약들의 총합이자 해결의 필요성을 더 간절하게 만든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예수님이시고, 그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설명하는 네 가지의 다른 관점(복음서)을 통해 다양한 언약의 내용이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삶을 통해 어떻게 완성되는지를 조명한다.
이러한 예수님의 사역이 이제 이후 교인들의 삶을 통해 적용되는 이야기가 이어지고(역사서, 서신), 이들의 영적 싸움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담은 책으로 요한계시록으로 등장한다. 요한계시록은 언약의 마지막 단계로서 최종 심판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다. 특히 창세기와 예언서에 등장한 언약과 예언에 대한 성취, 응답형식을 취함으로써 성경전체가 처음부터 끝가지 서로 연결된 하나의 완결체임을 보여준다.
성경신학적으로 본 성경신학의 이러한 구조는 결국 성경의 본질이 ‘죄에 빠진 인간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라는 복음의 본질을 보여주고, 구체적인 내용을 채워주는 책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동시에 여러 언약이란 기준점으로 나누어서 등장하는 하나님의 자기 계시를 보면서, 각 시대별로 선포된 언약의 의도에 따라, 지금 우리에게 적용되어야 할 범위와 한계를 분명히 보여 준다.
이것은 특히 성경을 생활 기준으로 사용하려는 모든 신자들에게 성경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왜곡하거나 축소 혹은 지나치게 확대하려는 여러 가지 유혹에서 벗어나게 만든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사실 성경신학적인 관점을 통해, 우리는 성경을 읽어가는 것이 결국 복음의 돌아가게 만드는 경험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점에서 성경 전체가 또 다른 역사책이나 위인전이 아닌, 그리스도를 통해 선포된 복음 선포의 도구가 된다.
다음 호에는 성경신학에 대한 논의를 정리하고, 이민교회 갱신의 또 다른 주요 전략인 ‘다문화 대화법’에 대해서 논의하도록 한다.〠 <계속> 김석원ㅣ크리스찬리뷰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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