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대한 희망

김종환/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5/11/24 [11:58]
최근 10년 넘게 우리나라는 OECD에서 자살률 1위라고 한다. OECD에서 발행한 ‘건강 통계 2015’의 자살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2명인데, 우리는 두 배가 넘는 29.1명이다. 2위 헝가리(19.4명)나 3위 일본(18.7명)등을 압도하고 있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는 자살하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을 금지했었다. 죽어가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지 못하게 하다니, 너무 잔인한 일이다. 자살하려는 사람의 목에 달려 있는 줄을 끊는 것도 금지되었다. 그래서 예방이 중요했다고 한다.
 
당시 수감자 중의 한 사람이었던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라는 책에 두 사람의 자살을 예방했던 일을 기록하고 있다. 두 사람이 자살 동기를 털어 놓았는데 ‘삶으로부터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프랭클은 ‘인생이 당신에게 여전히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인생으로부터 무엇인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사람은 자기를 기다리는 아이가 있었다.
 
또 한 사람은 과학자로 수감되기 전에 책을 써오고 있었는데, 그것을 아직 완성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 일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또한 아이에게 아버지를 대신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처럼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 존재의 절대가치를 부여하는 이런저런 독특성이 있는 법이다. 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일단 깨닫게 되면, 생존에 대한 책임감이 주어지는 것이다.
 
사랑으로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를 그리고 아직 완성하지 못한 책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 두 사람이 자기존재를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은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알면서 그 어떤 어려움도 견뎌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프랭클은 비참한 동료 수감자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는 말을 반복하여 들려주었다.
 
당시 아우슈비치 강제수용소 수감자들이나 현재 우리들이나 삶의 의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자기 존재에 대한 가치’를 찾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져야 하는 법이다. 현실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더욱 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와 목표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프랭클은 “슬프도다! 자신의 삶에 더 이상의 느낌이 없는 사람, 이루어야 할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없는 사람이여! 그런 사람은 곧 파멸했다.”고 말한다.
 
우리가 아무리 절망스런 상황에서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운명과 마주쳤을 때에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자기 존재 가치를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 성경은 약하게 보이는 작은 지체가 도리어 더 요긴한 법이라고 했다.(고전 12:22)
 
프랭클에게 어느 날 나이 지긋한 의사 한 분이 우울증 때문에 상담을 받으러 왔다. 그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비애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아내를 이 세상 누구보다 사랑했고, 사랑하고 있었다. 
 
“선생님. 만약 선생께서 먼저 죽고 아내가 살아남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오! 세상에! 아내에게는 아주 끔찍한 일이었을 겁니다. 그걸 어떻게 견디겠어요?”
 
“그것 보세요. 선생님, 부인께서는 그런 고통을 면하신 겁니다. 부인께서 당하실 고통을 지금 선생께서 대신 살아남아 애도하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 분은 조용히 일어서서 악수를 청한 후 진료실을 나갔다.
 
성경은 ‘사람에게 감당할 시험밖에는 없으며...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능히 감당하게 하신다’고 하셨다.(고전 10:13)〠

김종환|서울신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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