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이 신앙을 도울 때

교회 현장 기반의 개혁주의 훈련

정지수/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6/04/25 [12:43]
▲ 멜본에 위치한 개혁신학대학(RTC) 캠퍼스 입구.     © RTC

성경이 우리 삶과 교회의 중심이 되기를 기대한다

신학이 신앙이나 교회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신학교를 다녀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때 공부가 현재 사역에 도움이 별로 되는 것 같지도 않다. 더구나 가벼운 묵상시간조차 잘 안되는 교회 현실에서 신학이 무슨 소용일까? 학자같은 목사는 사역을 못한다는 말을 당연하게 하는 시대에 말이다. 
 
그래도 신학교에 가는 평신도 발걸음은 늘어만 간다. 목회자 사이에서도 연구 모임이 늘고 있다. 책을 멀리하는 교회 안팎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혁주의' 운동에 관련된 책들은 판매 수위를 지키고 있다.
 
기존 체계 안에서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갈증이 느껴진다.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대의 삶, 이에 힘이 될 만한 체계있는 지혜에 대한 갈망, 목회자의 전횡 앞에서 평신도들의 영적 자립에 대한 욕구, 호주와 한국의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더 나은 대안을 찾는 바 무슨 바람인지 불고 있다. 
▲ 지난해 11월 로뎀나무아래 주관으로 열린 신학 컨퍼런스에서 RTC 마틴 윌리암 교수가 김석원 목사의 통역으로 강의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이런 고민 앞에서 또 다른 몸부림 하나가 시작되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RTC 성경대학운동이다. RTC 성경대학 운동은 한국교회를 살리는 동력이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믿으며 고민한 결과다.
 
특별히 성경을 가장 체계적으로 읽는 방법이라고도 평가 되는 칼빈주의 혹은 개혁신학을 바탕으로 체계있는 신앙정립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를 통해 성경이 우리 삶과 교회의 중심에 되길 바라는 호주 안의 40여 명의 자원봉사들이 힘을 모여, 이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이를 위해 수준 높은 연구뿐 아니라 보수적 개혁신학으로 유명한 Reformed Theological College의 기본신학과정을 번역하여, 각 교회나 연합으로 성경 이해와 사역에 필요한 모든 분야를 ‘성경대학' 식으로 제공할 수 있게 시도하고 있다. 일단 오는 6월부터 첫 6과목을 시작으로 교회를 기반으로 하는 개혁주의 신학 연구과정이 제공된다.  다음은 이 프로젝트 책임자인 로뎀나무 아래 김석원 목사와의 일문일답이다.<편집자주>
 
- RTC 성경대학 프로그램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했나? 이미 비슷한 것들이 많지 않나?
 
“RTC성경대학은 ‘교회와 현장목회자가 중심'이 되어  ‘복음과 성경'에 기반을 둔  ‘일관성'있게 성도를 성숙시키는 평생교육을 하기 위해서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프로그램'이 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보다 진지한 신앙과 특히 자립적 성숙까지는 이르지 못할 때가 많다.
 
많은 분들이 신학교로 향하고 있지만, 교회나 신앙과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배운 지식으로 성숙보다는 현실에 더 비판적만 되는 현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이민교회도 이제 우리끼리만의 ‘놀이'를 벗어나, 좀 더 호주신학교육의 좋은 유산을 활용하고, 그동안 지녀온 보수신앙의 기본을 다시 점검할 때가 되었다. 이단의 도전이나 교회 내 많은 갈등 등이 그 필요를 말해준다.
 
RTC 성경대학운동은 이런 자기 점검과 성경 중심으로 문제를 풀기 위해, 건강한 호주 개혁주의 연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호주 기독교를 더 이해하고, 이민교회의 리더쉽훈련 욕구를 채우기 원한다.”
 

▲ RTC의 야경     © RTC
 
- 호주 신학교육의 좋은 유산을 활용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호주의 신학훈련은 대게 두 가지 흐름 중 하나에 속한다. 보수 신학을 강조하는 Australian College of Theology와 에큐메니즘에 기반한 University of Divinity(전 MCD)와 SCD 등의 지역별 신학수여기관으로, 모두 자기 색깔이 분명한 수준 있는 정부공인 학위관리기관이다.
 
최근 이로부터 독립하는 신학교도 늘고 있지만 뿌리나 정서는 둘 중에 하나다. 전자에 속한 학교들은 체계있는 보수신학으로 한국교회 정서에 더 가깝지만, 배타적인 백인 중심적 문화와 영어의 벽 때문에 이민 교회가 가까이 하기 힘들었다.
 
후자쪽 학교들은 일찍부터 한국어학부가 개설했고, 카톨릭부터 동방정교회까지 포괄하는 틀에서, 한국교회에 익숙한 보수신학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나 여전히 현재 신학교육 체제는 알아서 필요 부분을 골라낼 능력이 있거나, 다양한 학문 이론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분들을 섬긴다. 정통신앙을 배경으로 일관성있는 신앙적 성장이나, 현장교육이나 설교자를 세우는 데는 대안이 여전히 필요한 실정이다.
 
이점에서 호주신학교들 처럼 각자의 신학 연구 방향이 좀 더 분명해야 한다. 호주 학생들은 학문적 관심이 있으면 보다 자유로운 일반대 종교학부로 향하고, 신앙 성장과 교회에 관련된 사람은 자기에게 맞는 개혁신학, 에큐메니컬신학, 순복음신학 뭐든지 방향을 정해 기존 신앙을 심화시킨다.
 
호주 신학교는 교회의 사역을 보조하는 평생교육의 장, 수준 높은 영적 지도자 훈련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속에서 현실과 학문적 수준이 잘 어우러져, 신학과 신앙이 결합되고, 신앙이 평생 공부하는 일임을 일깨워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 RTC는 지난 해 2월 세계종교 이해를 위한 짧은 코스를 진행했다.     © RTC
 
- Reformed Theological College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데?
 
“장로교회를 통해 한국기독교의 주류가 된 개혁주의, 칼빈주의는 스코틀랜드와 화란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발전했다.한국교회는 스코틀랜드계의 영향 속에서 자라난 미국의  ‘프린스톤 신학'이 강하다. 그러나 ‘기독교 세계관'운동이나 ‘기독교 학교'운동은 화란계의 영향을 더 받았다. RTC는 이차대전 후 호주와 뉴질랜드로 대거 유입된 화란계 이민자들이 세운 학교다.
 
내부 분쟁이 많은 칼빈주의 문화적 특성상 이들은 여러 교단들으로 갈라졌지만, 대부분이 같이 RTC를 통해 신학교육을 한다. 이 학교는 남태평양의 광대한 지역을 대상으로 일찍부터 원격교육, 위탁교육, 그리고 현장에 필요한 기독교 세계관 훈련에 집중해 왔다.
 
학문적으로도 ACT의 주도적인 학교인데, 한국인들과는 관계가 없어서 지난 50년간 2-3명의 졸업생밖에 나오질 못했다. 그러나 젊은 신학자들이 리더쉽을 차지하면서, 기존 틀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기 시작했고, 이중에 하나가 이 RTC 성경대학 프로그램이다.”
 
- RTC 성경대학 프로그램은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과목이 제공되나?

“RTC 성경대학 프로그램은 개인공부나 그룹공부로 진행된다. 개인공부는 언제 어디서나 RTC 홈페이지를 통해 등록하고, 혼자서 주어진 과정과 숙제들을 해 가면 된다. ‘로뎀나무아래'를 통해 원격으로 코치, 지원한다.
 
그룹공부는 개교회나 지역 연합으로 이 프로그램을 가지고 목회자가 강의를 이끄는 방식이다. 강의 자격, 운영방법에 대해서는 로뎀나무아래를 통해 문의하면 된다. 어렵지 않게 RTC의 개혁신학, 저작권, 강의훈련 의무에 동의하면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필요한 경우 전문강사를 연결해 주기도 한다.
 
이밖에도 이러한 기회가 주어지기 힘든 분들을 위해서, 한호일보 문화센타에서 진행되어 온 로뎀나무아래 신학강좌를 통해서도  같은 내용의 강좌를 개설할 예정이다. 모든 강좌는 중앙점방식으로 평가된 뒤, RTC certificate을 수여받게 된다. 
 
과목은 모두 8주 정도로 구성되며 6과목(신약 복음서, 신약 예수의 삶, 구약 오경, 구약 역사서, 개혁신학 A, B)이 하반기부터 개설된다. 2016년 중에 나머지 16개 과목이 모두 개설되면 개교회 안에서 완벽한 성경대학 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다.
 
특히 이를 통해 성경연구에 목마른 교인들뿐 아니라 자기 연구의 기회가 필요한 목회자들에게도 호주 개혁주의 신학을 통한 깊은 자기계발의 시간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 RTC 성경 프로그램 책임자 김석원 목사     © 크리스찬리뷰


- 왜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 신학이 신앙이 정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돌아보면 나에겐 호주에서의 신학공부가 정말 유익했다. 공부를 잘 했다는 말은 아니다. 들리지도 않는 영어로 녹음을 두세 번씩 들어야 했고 패스만으로도 감격했을 뿐이다. 메아리처럼 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 본 뜻을 깨닫고 혼자서  감격하는 그런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영어라서 그랬을까? 그들의 명쾌한 설명이 ‘신앙。ッ을 정리해 주었다. 독해에 허덕거렸지만 도서관에 펼쳐진 방대한 자료를 뒤척이는 것만으로도 흥분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영어나 도서관 때문만이 아님을 금방 눈치챘다. 교수들의 일관되고 명쾌한 설명이 ‘개혁주의, 성경신학적' 입장이며, 그 방향에서 설교, 윤리, 예배, 선교 등등 모든 분야를  정리해주는 공부를 통해 나는 내 신앙을 찾았다. 덕분에 침례교인이 성공회학교를 거쳐 장로교목사가 되었다.
 
지금까지 그 덕에 성경과 깊이 씨름하는 설교를 하고, 성도와 같이 고민하는 성경공부를 가르치고, 내가 가야할 길을 구별한다. 이점에서 내가 배운 호주의 신학은 학문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내 삶의 건강한 지도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나는 이런 경험이 내 주변에도 나눠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RTC 성경대학 참여자들은,  목회자와 성도가 같이 자라며 공부하며, 호주와 한국 기독교를 이어주고, 깊이 있는 체계와 현장의 필요가 손을 잡는 꿈을 그리고 있는 것 같았다.
 
로뎀나무아래 선교회는 이러한 평생교육, 교회중심, 개혁신학 운동을 위해, 기존 호주 신학교와 전문가, 목회자들을 이어주는 ‘삶이 있는 신학' 세미나를  11월부터 시작했고, 앞으로도 매년 이어질 계획이라고 한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좀 더 근본적인 변화와 대안이 나올 수 있을까? 앞으로의 행로를 주목해 본다. 〠

정지수|크리스찬리뷰 영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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