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은 신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시드니한국문화원 안신영 원장

글|송기태, 사진|권순형 | 입력 : 2016/06/27 [15:39]
▲ 시드니한국문화원에 조선중기 전통 한옥인 ‘사랑채’가 들어서 옛 고향 집을 연상케 한다.     © 크리스찬리뷰


일 년 만에 낳은 옥동자

나뭇가지 사이로 초겨울 햇살 간간이 비치고 작은 새소리 이어지는 발걸음을 재촉케 한다. 오랜만에 찾은 시드니 한국문화원은 한국 냄새가 났다. 아니 ‘고향냄새’라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이리라.
 
시드니 가장 도심지에 전통 한옥이 수줍은 듯이 들어섰다. 그것도 담장 속에 반쯤 고개를 내밀고 밖을 내다보는 시골 처녀처럼, 빌딩 속에 반쯤 머리를 감추고 서있다. 그래도 풍채만은 양반집 그대로이다.
 
“전통 한옥 건축 기법으로 재현된 사랑채입니다. 경주 양동마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졸당이 있지요, 바로 이언적 선생의 넷째 손자인 이의잠 선생께서 1616년경에 지은 것은 1744년 경에 후손들이 증축한 사랑채입니다. 이 건축 양식이 조선 중기 민가주택 형식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랑채를 이곳에 재현하여 많은 호주 사람들이 한국을 경험하고, 그들에게 ‘한국적인 것’을 알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교민들도 정성스럽게 지은 공간이니 시티에 나오실 기회가 있으면 오셔서 옛고향 집에 오는 기분으로 오시면 언제든지 대환영입니다.
 
한국을 잘 접해보지 못한 우리의 2-3세들뿐만 아니라 앞으로 오고 올 후세들에게도 엄마 아빠 그리고 옛조상들이 이런 곳에서 이런 가옥에서 이런 옷을 입고 살았구나 하는 것을 알려주려고 합니다. 나중에 한국에 가서 ‘아, 저것은 이전에 시드니에서 보았다, 경험했다’ 이런 생각만 들어도 관심사가 확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 2015 한지 문화제     © 시드니한국문화원


한옥 사랑채를 개방하던 날, 주시드니한국문화원(이하 문화원) 안신영 원장이 두루 안내하면서 들려준 말이다. 이 사랑채를 방문객들에게 개방하면서 내부 관람, 온돌체험, 한복 입어보기 등 다양한 한국 체험의 공간으로 거듭나게 하려는 그의 의지가 보였다. 사실 이 공간이 마련되기까지 숨은 노고도 몽땅 그의 몫이었다. 
 
하필이면 현대식 건물 속에, 그것도 임대한 건물에 한옥 공간 조성이라, 재정은? 건자재는? 건설자는? ... 등등 어려운 장벽들이 홍해바다처럼 떡 버티고 서있었다. 하나같이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일에 도전했고, 기어코 해냈다.    
 
“이일을 하면서 한국에서 뭐든지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습니까? 별 것 아닌 공간인 것 같은데도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더군요. 이일에 비하면 ‘처음 우리 문화원을 개원하는데 얼마나 힘들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선배들의 노고에 절로 머리가 숙여지더군요. 어쨌든 저로서는 옥동자를 낳은 기분입니다.
 
일 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저 사랑채를 마음에 품고, 예산부서를 설득하고, 한국 한옥 전문 건축가를 설득하고, 시공업체 결정했습니다. 오늘 저 모습을 보니 뿌듯하고, 한국 정부에서 이곳 시드니에 한옥공간까지 만들어 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중에 문화원이 이전할 것도 염두에 두고, 이 사랑채를 짓는데 쇠못 하나 사용하지 않고 지었습니다. 현재 문화원의 방학 프로그램과 학교 체험프로그램으로 매년 1천 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는데,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의 주된 공간으로 한옥 공간을 활용할 계획입니다.” 
 

▲ 시드니한국문화원 입구에 있는 안내 데스크와 사랑채 한옥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문화는 당기는 힘이 있다
 
안 원장은 호주에게는 한국이 가장 중요한 나라라고 역설하며, 그럴수록 문화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과 호주는 세 번째로 수출국, 교역규모 네 번째입니다. 이 정도면 한국인이 호주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이 굉장히 크고 많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그에 걸맞게 잘 알려지지 않았고, 그 위상을 차지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이런 아쉬운 상황에서 문화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낯선 나라를 소개하는데 정치 이야기 같은 것은 알지도 못하는 내용이 대부분이고, 쉽게 공감이 되지도 않지요, 한국의 문화, 영화, 연극 공연 등으로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 어떤 백인 남성이 문화원 자료실에 와서 가야금 연주 들어볼 수 있느냐고 물어봐요. 지난 3월에 시드니 음대 문화원 심포지움에서 가야금 연주를 처음 듣고 다시 듣고 싶어 문화원을 찾아온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이처럼 문화는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가야금 소리가 그분의 마음을 움직인 것입니다. 가야금으로 좋은 것을 느껴왔을 것인데, 그런 게 행복일 수 있지요. 이렇게 문화원을 통하여 한국을 잘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호주와 한국의 정신적 접경지대 최전선에서 문화로 한국을 알리는 자락을 펴는 역을 맡은 그는 어린이들에게 접근과 투자를 강조하며 멀리 보고, 넓게 보고 있다.
 
“문화원은 2011년 4월, 한국과 호주의 수교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되었고, 이제 만 다섯 살이 조금 넘었습니다. 호주에서는 만 다섯 살이 지나면 학교에 입학해서 정규교육 과정의 대상이 되는데, 이것은 이제 더 이상 어린 아이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서 독립된 삶을 시작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줄타기 광대 김대균 명인 초청 공연(2016 Korean Festival)     © 시드니한국문화원


우리 문화원에서는 호주에 한국을 알리는 것이 저의 가장 큰 임무인데, 그 중에 어린 학생들에게 접근과 투자를 아끼지 않으려 합니다. 아이들에게 어릴 적부터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시드니한국교육원과 협력해서 학생들 어린 아이들 위한 프로그램 적극적으로 수용할 예정입니다.
 
순수하고 순진한 아이들은 작은 것에서 기뻐하고 좋아하는 맑은 영혼의 소유자들 아닙니까?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즐기고, 친구들과 부모들에게 이야기하는 구전효과가 큽니다. 문화원의 홍보대사로서도 아주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지요. 아이들은 새롭고 신기한 것에 쉽게 마음을 열고 접근하기 때문에 문화원이 준비한 활동에도 호응이 좋습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듯 어릴 적부터 한국이 익숙하고 친근하면 앞으로 호주와 한국의 가교역할을 잘 할 것입니다. 그래서 방학, 소풍 프로그램, 학교 찾아가는 프로그램 등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오늘 오픈한 사랑채도 교육 업무에 좀 더 잘 활용되도록 문화원에서 재미있게 생활하고 보내도록 할 예정입니다.”
 

▲ 주시드니한국문회원 제3대 안신영 원장.     © 크리스찬리뷰


문화는 경험제, ‘청춘의 십자로’를 보라
 
이런 일에 시드니 교민들의 잠재력과 도움은 무엇보다 큰 힘이 된다고도 했다. 
 
“2007년에 간행된 <호주한인 50년사>를 읽어보았습니다. 요즘에야 인터넷도 있고, 한국의 위상도 있어 이민 와서 정착이 그렇게 어렵지 않지요, 수십 년 전 열악한 환경에서 이곳에 적응하고, 일가를 이루신 교민 1세대들에 대한 기술들을 보면서 그 행간에 있을 많은 의미들을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런 교민들의 노력, 시간, 눈물, 희생이 지금 우리 교민 사회뿐만 아니라 한국 발전의 든든한 배경이 되고, 나아가 우리 문화원이 생기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우리 문화원은 이런 교민 분들과 함께 호흡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한인 커뮤니티가 큰 것도 저희가 일하는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요.
 
특히 한식 등의 행사를 하는데 리소스가 있어야 일하기에 좋은데 그런 면에서 참 든든합니다. 호주에서 현지인들에게 보다 부담 없이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한국음식을 활용한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특히 작년 11월에는 문화원 내에 테이블을 세팅해서 언론인 대상 한식 시연회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식 한상차림을 제공하는 행사 등을 했는데, 그 어떤 것보다 참여하신 분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호주 내에 맛있는 한국식당이 많이 있어서 점점 더 한식에 대한 현지인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한식을 알리기에는 아주 좋은 여건이 조성되어 있다고 봅니다. 다만, 한국문화원에서는 음식을 먹어보는 차원에 국한된 활동이 아니라, 한국음식의 특징이나 유래 등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그 안에 담긴 문화적 의미 등을 전달함으로써 한식을 통한 한국문화에 대한 경험이 보다 풍부해질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2015 호주 한국 영화제     © 시드니한국문화원


3대 문화원장으로 부임한 그는 짧은 역사 가운데, 제가 문화원의 세 번째 원장으로 부임했는데, “현지 사회에 한국문화가 보다 널리 알려지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그리고 양국 간에 보다 활발한 문화교류가 이루어지는 성과를 내는 것”으로 그의 역할을 생각한다고 했다.
 
“초대 원장은 문화원을 개원하는 일에 많은 노력을 쏟으면서 큰 역할을 했고, 2대 원장은 문화원 활동의 기반을 마련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기틀을 닦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저는 그 터전 위에서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많은 일들을 감당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2015년 기준으로 호주 내에서 한국어를 정규 과목으로 채택해서 가르치는 학교가 70여 개에 이르고, 이를 통해 9천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는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상당히 많은 편인데, 그만큼 호주 내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 한국어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미 시드니니한국교육원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러한 한국어 붐을 잘 지원하고 있는데, 문화원에서도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한국문화의 다양한 매력을 접하도록 하고, 한국문화를 즐기는 학생들이 한국어에 관심을 가지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 문화원은 성인 학습자 대상의 한국어 교육(세종학당), 미술전시, 전통 및 현대의 한국 공연, 각종 문화강좌(한식, 서예, 규방공예, K-Pop 댄스 등) 및 교육 프로그램(방학 프로그램, 학교 체험학습, 찾아가는 한국문화원 등), 언론 홍보, 한국영화 상영(호주한국영화제, 문화원 내 정기 영화상영)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8월에 있을 호주한국영화제에는 1934년 제작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 무성 영화 ‘청춘의 십자로’를 73년 만에 복원하여 김태용 감독과 변사, 배우 그리고 악단이 함께 펼치는 종합 라이브 공연으로 재구성해 시드니(8월 11, 13일)와 캔버라(8월 12일) 등지에서 세 차례 선보일 예정다. 이런 공연은 팀들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경비가 드는 것도 여러 제약 요인 중에 하나라고 하였다. 
 
“문화라는 것이 ‘경험제’라 보니,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일반 상품은 금방 답이 나오고,  견적이 나오고, 활동도가 나오지 않습니까? 한국에서 좋은 공연을 가져와도 사람들이 처음 보기 전에는 모릅니다.
 
동남아는 한국이 잘 알려져 있고 반응이 잘 오는데, 호주는 한국과 떨어져 있고, 문화적 교류는 그렇게 많지 않은데, 로컬 관객들에게 보러 오게 해야 하는 게 중요합니다. 호주는 판을 벌이는 것과 잔치에 와서 같이 잔치음식도 맛보도록 하는데 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곳입니다. 특히 호주의 물가가 비싸니 한국 팀을 초청하려니 비용의 면, 시간의 면에 어려운 면이 많습니다. 장애물이 될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것을 감안해서 사업해야 합니다.”
 

▲ 캠시 음식 축제     © 시드니한국문화원


문화와의 만남
 
2015년 2월에 문화원장으로 부임해서 현재 3년 임기의 반환점에 선 그는 모태신앙으로서, 늘 성경속의 훌륭한 공직자들을 표상으로 바라보며 하루하루 임무에 임하고 있다.
 
“공무원 시험(행정고시)을 준비하기 전부터, 항상 어머니께서 저에 대해서 ‘다니엘과 같은 사람, 요셉과 같은 사람’이 되라고 격려하고 기도해 주셨습니다. 성경 속의 다니엘과 요셉은 모두 요즘 시대의 ‘공무원’과 같은 사람들이었고, ‘공직’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 인물들입니다.
 
저 또한 공직자의 길을 가고 있는 만큼, 다니엘과 요셉처럼 사회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사실 공무원들은 법과 규정, 절차와 원칙에 따라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외부에서 볼 때는 뭔가 딱딱한 존재들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무원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면서도 기계적인 업무처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만큼 개인적인 이익에 좌우되지 않는 올바른 양심과 판단, 그리고 사안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러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공직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2002 FIFA 월드컵 조직위원회’에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당시 대회 기간 동안 제 업무는 세계 각국의 언론에서 월드컵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모니터해서 보고서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지금 한국인들은 1945년 해방 이후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어떤 외국 언론의 보도였습니다. 그걸 보고 ‘아, 운동경기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구나. 문화 예술 체육의 힘이 사람을 하나로 만들고 신나게 하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담당하고 있는 분야는 모두 인간의 행복 또는 정신적인 측면과 관련이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사람을 감동케 하고,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분야라고 했다.
 

▲ 한호 양국 간에 긴밀한 문화교류가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는 안신영 원장.     © 크리스찬리뷰
 
“어떤 좋은 책, 재미있는 영화  한편을 봤을 때, 연극 볼 때나, 가수의 노래를 들었을 때 작지만 많은 행복을 느끼지 않습니까? 여가, 종교와 관련된 업무도 이 안에 포함됩니다. 종교도 사람의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다루는 업무이지요. 제가 ‘노력하기에 따라서 한국인들의 여가활동이 보다 풍요로워지고 이를 통해 행복을 느낄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나름대로 보람 있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공무원의 삶과는 많이 차이가 있겠지만, 제가 한국에서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일을 했고, 현재 문화원장으로 있으면서 어느 정도는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 TV 다큐멘터리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의료선교사 등으로 헌신하면서 보람 있는 삶을 살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면,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을 느낍니다. 그것이 제가 ‘가지 못한 길’은 아니지만, 그런 분들에 대해 알게 될 때면 ‘저런 헌신적인 삶은 얼마나 큰 보람이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합니다.“
 
충남 홍성에서 신앙 좋은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세 살 때 서울로 이사했다. 신앙 때문에 큰 갈등이나 직접 마찰을 없었던 반면, 교회를 다닌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으니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모태 신앙 주일성수는 자연스러운데,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가는 할 말이 없습니다”고 겸손히 말하는 데에서 그의 성품을 읽을 수 있었다.
 

▲ 청춘의 십자로 포스터     © 시드니한국문화원


“고등학교 시절에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학교 선생님의 소개로 서울대 ‘사회복지학과’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사회복지’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잘 알지 못했지만, 무언가 사회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하게 되는 것 같아 자연스럽게 마음에 두게 되었습니다.
 
이후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게 됐는데, 사실 학부 시절에는 전공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사회문제와 다른 여러 가지 과외 활동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뒤늦게 고시공부를 시작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을 앞둔 해(2000년)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사회복지학과에 관심을 가지기 전에는 신문방송학과를 염두에 두고 공부했었는데, 만약 그쪽으로 진학했었다면 지금 PD나 기자의 길을 가게 됐을 것 같습니다.”
   

▲ 2016 문화적 대화전     © 시드니한국문화원


되면 좋고, 안되면 더 좋은 길이
 
청년 실업이 넘쳐나는 오늘 우리 시대, 공직자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가진 청춘, 소위 '공시족'들에게 할 말은 없을까?
 
“저 자신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시절에는 걱정되고 두려운 마음이 많았습니다. 지금만큼은 아니지만 당시에도 한국의 공무원 시험은 상당히 경쟁률이 높은 편이었습니다. 스스로 아무리 열심히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보장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알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최선을 다해 시험을 준비하면서, ‘이런 마음가짐으로 사회에 나간다면, 적어도 굶고 살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다니던 대학원의 한 교수님은 ‘공무원 시험은 되면 좋고(혹시 불합격하더라도 또 다른 좋은 길이 열릴 수 있기 때문에) 안 되면 더 좋은 것이다’라며 학생들을 격려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에서 오는 불안감은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최종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친형님이 저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은 너의 몫이고, 결과는 하나님의 몫’이라며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했는데, 이 부분이 그 후로도 상당히 힘이 됐습니다. ‘아, 그렇지. 내가 인간적으로 많은 준비를 했다고 해도, 이것이 하나님이 예비하신 길이 아니라면 불합격하겠지만, 그렇더라도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또 다른 계획하심을 믿어야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것이 공무원 시험이든 아니면 그 어떠한 것이든, 신앙인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는 하늘의 뜻에 맡기고 순종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인생의 큰 방향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시드니의 생활이 일 년 반 남짓 남은 그에게 시드니는 어떤 곳일까?
 
“개인적으로 호주에서 문화원장으로 일을 하게 된 것에 대해 무척 감사하고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드니는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점도 문화원장으로서 일을 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교민사회는 문화원의 고객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문화원 활동에 있어 중요한 자원이 되기도 합니다.
 

▲ 한식 경연대회 참가자들과 수상자들의 기념촬영.     © 시드니한국문화원


또한 현지인들의 입장에서도 주변에 한국인 지인이 있는 경우 한국문화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훨씬 부담이 덜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교민사회 입장에서도 문화원을 통해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고, 후손들에게 한민족의 정체성을 교육시킬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것입니다.
 
문화원의 존재와 활동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씀해 주시는 교민들을 만날 때마다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문화원장으로 일을 하면서 항상 ‘교민사회와의 상생’이라는 원칙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문화원의 활동이 교민들에게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 실질적인 측면에서도 교민들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펼쳐 나가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원 활동에 대한 교민들의 격려와 관심, 참여가 절대적입니다. 
 

▲ 시드니한국문화원에 전시 중인 한국 도자기와 전통 물품들.     © 크리스찬리뷰


한국과 호주의 교역규모가 확대되고 인적교류가 증가하면서, 호주는 한국과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상호보완적인 경제구조로 인해 장기적으로도 안정적인 교역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정치•외교적인 면에 있어서도 소위 ‘미들 파워’(Middle Power) 국가로서 국제사회에서 공유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런 양국 간의 긴밀한 관계에 비춰볼 때, 시드니를 비롯한 호주 한인사회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호주의 한인사회가 그에 합당한 역할을 잘 감당하는 과정에서 우리 문화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송기태|크리스찬리뷰 편집국장, 두란노교회 동사목사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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