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앞에서

최삼경/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6/12/26 [10:50]
▲ 12월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 전광판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는 중계방송이 나오고 있다.     © 국민일보

우리 민족이 이렇게 어려움에 직면한 경우는 없었다

온 나라가 최신실 게이트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연일 쏟아지는 새로운 비리들로 인하여 국민들은 경악하고, 그 부패의 끝은 어디까지인지 아연실색하고 있다. 따라서 그 분노는 거대한 촛불로 이어졌고 결국 대통령의 국회 탄핵으로까지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우리 민족의 안보 문제와 경제 문제를 예측하기 어렵게 되었다. 거기에다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겹쳐 우리는 미국 국민들이 앞서 트럼프와 힐러리의 대선에서 겪어야 했던 가치의 혼돈을 겪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미래다

 
지금까지도 힘들었지만 문제는 미래다. 무엇을 잃을 것이고, 무엇을 얻을 것인지 모른다.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얻게 될지 모를 일이다. 현재 최악의 불경기를 맞고 있고 이로 인하여 고통을 호소하는 가난한 백성들의 부르짖음이 안타깝다.
 
그러나 경제적 손실이 크다고 하여도 대신 더 소중한 것들을 얻어낸다면 다행이다. 아니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고 기도한다.
  
만일 무역은 줄어 경제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그로 인하여 민심은 흉흉하고, 국민의 윤리의식이 낮아져 민족은 사분오열되고, 이념간 동서간 분열은 심화되고, 정치 또한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대외적으로 대미, 대일, 대중, 대러 등의 외교문제도 꼬이고, 나아가 결국 영적으로 기독교 전도와 선교에까지 악영향이 미친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잃게 된다. 어떻게 하면 잃을 것을 잃고 얻을 것을 얻고, 나아가 최소한으로 잃고 최대한으로 거둘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제안 설명하는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     © 국회
 
위기에 강한 민족이 우리 민족이다
 
인간 자체가 그렇듯 위기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뿌리가 깊어지는 한편 성숙하게 하고, 하나 되게 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진다.
 
특히 우리 민족은 과거에 그랬다. 가까이 IMF 때 ‘금 모으기’ 등으로 국난을 극복한 점은 아무리 칭찬을 하고 아무리 자랑스럽게 여겨도 부족하지 않다. 바라기는 작금의 극단적 위기가 헤이해진 민족의식을 다시 조이고, 나아가 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건강한 보수를 살려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필자를 보수주의자로 오해할까 두렵다. 누구든 보수주의를 조금만 변호해도 진보주의자들의 극단적 공격을 받고, 진보주의를 조금만 변호하면 보수주의자들의 극단적 공격을 받는다. 그래서 목회자는 바른 견해를 가지고도 말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건강한 사회는 한계 안에서 보수와 진보가 서로 공존해야 한다. 좌도 우도 한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좌우에 다 천길 벼랑이 있기 때문이다. 그 한계 안에서 서로를 용납하고 대화하고 합의점을 찾아가야 건강한 사회가 분명하다.
  
보수와 진보도 절대적 이념이라기보다 상대적 이념이다. 어제의 보수가 오늘의 진보가 되고, 어제의 진보가 오늘의 보수가 될 수 있다.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왼쪽도 오른쪽에서 볼 때 왼쪽이지만, 왼쪽도 더 왼쪽에서 보면 오른쪽이 된다.
  
굳이 필자의 사상을 밝히자면 필자는 보수주의자가 아니다. 아니 극단적 보수를 싫어한다. 물론 극단적 진보는 그보다 더 싫어한다. 그것은 민주주의 입장에서 보면 공산주의이기 때문이다.

▲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가 진행 중인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밖에 모인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퇴진 요구를 외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그러나 건강한 보수주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보수가 무너지면 안정을 잃기 때문이다. 진보의 단점이 파괴에 있고 장점이 개혁에 있다면, 보수의 단점은 부패에 있고 장점은 안정에 있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정부가 그 보수를 죽이고 있다. 지금 보수를 죽이는 것은 야당이나 진보주의자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다. 필자처럼 보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도 최신실 게이트 이후에 건강한 보수마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여 급진보 정권이 들어설까 두렵다.
  
필자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하나는 “당신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이 살아와도 당신을 책망할 것이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당신이 죽이고 있는 보수를 당신의 모든 것을 던져서 살려놓고 가십시오”라고 말이다.

▲ 권성동 의원(오른쪽)이 권영진 국회사무처 의사국장으로부터 탄핵소추의결서 정본을 전달받고 있다.     © 국민일보
 
우리가 먼저 회개해야 한다
  
이제 제 목회자로서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말하고 싶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 “내 죄가 교회의 죄가 되었고, 교회의 죄가 민족의 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회개한다. 아니 재를 쓰고 회개해야 한다.
  
지금까지 회개를 주장하지 않은 기독교 지도자들은 없었다. 그것이 참 회개인지 모르겠지만, 골방이 아닌 공공장소나 길거리에서 회개하였다. 죄를 회개하려고 회개를 하는 것인지, 회개를 빙자하여 더 이상 죄의 책임을 묻지 못하게 하려고 회개를 하는 것인지 모른다. 후자라면 회개한 죄를 또 회개해야 한다.
  
필자가 한국 교회에서 선거 때마다 가장 돈을 많이 쓴 분으로 알려진 K 목사가 모 기관에 대표회장을 세 번째 나올 때 물었던 질문이다.
 
“목사님은 총회장 때나 대표회장 때 돈을 썼다고 공개적으로 회개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또 출마를 하셨는데 내가 알기로 돈을 쓰지 않고 당선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번에는 돈을 쓰지 않고 떨어지시겠습니까? 아니면 돈을 쓰고 다시 회개하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참된 성도들은 이 난국에 회개해야 한다. 왜냐하면 대표자들의 죄는 대표자들만의 죄가 아니라 비교적 대표적 죄이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도 교회도 마찬가지다. 이런 난국에 우리가 앞장서 진정으로 회개해야 할 것이다. 길거리가 아닌 골방에서 말이다. 기도와 회개는 천만 명의 촛불의 힘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투표를 진행중인 국회의원들.     ©국민일보
 
내가 있는 곳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자
  
“내일 종말이 와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처럼 이런 난국에 우리 기독교인들은 자기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하는 것이 애국이다. 아니 그것이 하나님 앞에서 가져야 할 바른 자세이다.
  
<폼페이 베수비오 화산>이 터졌을 때에 용암이 흘러와도 도피하지 않고 보초를 서다가 흘러오는 용암에 굳어 화석이 되어버린 병사처럼, 우리도 정직과 진실 위에서 내게 맡겨진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해야 한다. 그것이 애국이다. 이 어둠은 우리가 빛 되지 못함에서 왔고, 이 부패는 우기가 소금 되지 못함에서 온 것을 깨닫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 해야 한다. 2015년 종교인구 조사에서 기독교 인구가 최고로 많다는 보고서를 보았다. 그만큼 기독교의 책임도 커졌다는 말이요, 또 기독교인들이 빛과 소금으로 살면 이 민족을 살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 정세균 국회의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 국민일보
 
합력하여 선을 이루기를 바란다
  
필자는 하나님께서 하나님을 사랑하는 참 성도에게 주시는 최고의 복이 있다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것’이라고 본다. 악이 선을 이루고, 어둠이 빛의 필요를 극대화하고, 부패가 정직을 부르고, 미움이 사랑을 낳으며, 악이 선을 이루는 것이다.
  
성도들이 죄를 회개하고 내 삶의 현장에서 빛과 소금으로 책임성 있게 산다면 이 어려움은 합력하여 선을 이룰 것으로 확신한다.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기대하고 글을 마친다.〠

최삼경|빛과소금 교회 담임 목사, 인터넷신문 <교회와신앙>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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