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외교관의 해외 단상 (국내 언론 기고문)

전 시드니총영사 이휘진의 활동 자료 5

이휘진/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7/01/31 [11:49]
▲ 주 시드니총영사관은 호주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80여 명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꿈꾸는 워홀러 캠프’를 개최했다.(2015. 4.30-5.1)     © 크리스찬리뷰

호주 워킹 홀리데이의 실상


호주에는 많은 한국의 청년들이 오고 있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 또는 워킹 홀리데이 기회를 가지기 위해서다. 시드니의 한인업소, 현지 상점에서 한국의 젊은이를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체로 약 3만 명의 젊은이들이 호주에 체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18-30세의 젊은이에게 일과 여행을 통해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 워킹 홀리데이(워홀) 비자 협정을 1995년 호주와 최초로 체결하였다.
 
약 70%의 워홀러(워킹 홀리데이 프로그램 참가자)가 호주로 집중되고 있다. 호주는 영어를 사용하는 다문화 이민 국가로서 외국인에 대해 관대하고 개방적이고 다른 나라와 달리 워홀 숫자를 제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워홀러는 대체로 도시권에서 식당이나 호텔, 청소 용역업체에서 일을 하거나 지방의 농장 또는 육류 가공공장에서 근무한다. 주로 도시권에서 일하기를 선호하지만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면 일자리를 얻기가 쉽지 않다. 약 5만 명의 영국 워홀러가 도시권의 선호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에서는 과일을 채취하거나 묘목 심기, 가지치기 등의 일을 하게 된다. 딸기, 토마토, 사과 등을 따는 일이 많다. 햇빛이 강렬하기 때문에 피부를 보호하는 크림을 바르고 이른 시간부터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할 겨를도 없이 연속 일하게 된다.
 
육류 가공공장에서는 고기의 가공, 하역 등의 일을 하는데 임금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편(시간당 20-22불선)이다. 노동법에 따라 1일 8시간의 일을 하게 되며 초과근무를 할 경우 초과수당을 받게 되고 토요일이나 시간외 근무를 할 경우 평시의 1.5배의 임금을 받는다.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는 평시의 2배를 받는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16.30이며 한화 약 1만 5천 원에 해당하는 정도로 급료가 비싸다고 할 수 있다.
 
농촌이나 육류 가공공장과 같이 어려운 환경에서 3개월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으면 워홀체재를 1년 연장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된다.
 
현지 업체에서는 노동법에 따라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실정이나 한인업체에서는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10-12불선의 급료를 받는 경우가 많아 워홀과 한인사회 간의 마찰이 초래되고 있다.
 
한인업체 측에서는 임금이 너무 높아 법정 임금을 줄 형편이 안 되며 현지 업체와 달리 식사를 제공하는 등 편의를 봐 주고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해 업체의 사업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호주는 임금이 높은 반면, 물가가 상당히 비싸 숙소는 4-6명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share room)을 쓰는 경우가 대다수다. 숙소를 결정하기 이전에 최소 거주 기간, 보증금 등과 같은 조건을 잘 살펴서 문서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것이 추후 분쟁의 여지를 없애는 방안이 된다.
 
다수의 워홀은 새벽에 출근하거나 아주 늦게 퇴근하게 되므로 안전 면에서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다. 호주는 치안 면에서 안전한 나라이기는 하지만 늦은 시간대에 다니거나 도심의 특정 지역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한인 워홀들이 당하는 폭행, 강도 사건은 주로 야밤에 공원이나 술집에서 발생하는 일이 흔하다. 이밖에 비범죄성 사건으로는 해변에서의 익사, 교통사고, 자살 등이 있다.
 
우리 공관은 워홀에 관한 정보를 홈페이지나 페이스북을 통해 제공하며 무료 법률 상담, 간담회를 통하여 생활상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경찰, 병원 측과 긴밀히 연락해 협조를 유지하며 국내의 연고자가 현지를 방문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우리와의 법률제도의 상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형사제도에 있어서 우리나라와 달리 당사자 쌍방의 합의에 의한 해결제도가 없는 것을 모르고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돈으로 수습하고자 하였으나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도 있다.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이 예정된 휴가를 시행 중에는 대리로 업무를 처리하는 제도가 없어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등 우리의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개인정보의 보호가 아주 철저해 연고자와의 연락에 필요한 최소 정보만을 공관에 제공하고 그 외에는 사생활 보호의 관점에서 비밀로 유지하므로 공관의 지원 역할은 보조적인데 그침을 이해해야 한다.
 
워홀을 통해 여행에 필요한 경비를 마련하고 그 나라의 생활문화를 경험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접촉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폭을 보다 풍부히 할 수 있게 된다. 때로는 임금이 괜찮은 농장이나 육류 가공공장에서 힘들게 일해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경우도 있고 식당에서 주방 보조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나중에 요리학교에 유학해 자격증을 취득해 이민을 온 경우도 있다.
 
대체로 하는 일들이 단순한 노동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 만족치 못하고 떠나는 경우도 있고 폭행 등 안전사고를 당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있다.
 
워홀을 만족스럽게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영어를 어느 정도 습득하는 것이 필요하고 호주의 생활이나 일자리 정보를 충분히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공적인 워홀 경험이 있는 사람의 경험담을 미리 듣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워홀을 통해 외국어를 잘 하겠다거나 돈을 많이 벌겠다거나 취업을 하겠다는 것은 워홀의 기본 취지에 부합하지는 않는 것이다.

▲ 호주 워홀러들의 즐겁고 안전한 생활을 위해 퀸즐랜드주 카불쳐 지역 딸기밭을 찾은 이휘진 총영사.(2014. 8.13)     © 크리스찬리뷰
 
다문화사회 호주에 점화되는 한류

 
호주는 이민자 중심의 다문화사회다. 수십 세기 동안 거주해온 원주민에 이어 18세기 말에 영국인이 들어와 근대적 형태의 정부를 형성하기 시작해 제2차 세계대전 후 그리스, 이태리 등의 동남부 유럽인이 정착하였으며 1970년대에 들어 백호주의가 철폐되고 베트남 전쟁이 종식되면서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이주민이 들어와 다양한 언어와 민족적 특색이 혼합되어 있다.
 
호주 정부는 각 민족의 고유한 문화와 풍속을 살리면서 조화롭게 생활해 나가는 것을 장려하는 다문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시드니와 같은 대도시에는 다양한 인종의 분포를 보이는데 최소 지방자치단체인 카운슬(시드니에 40여 개 소재)은 고유한 민속 축제행사를 개최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
 
한인사회에서도 설날 즈음하여 시드니 도심에 위치한 코리아 타운에서 설날 축제를 최근 3년간에 걸쳐 하고 있다. K-pop 공연, 사물놀이, 태권도 시범 등에 유력 정치인, 경제계, 문화계 인사 등이 참석해 즐길 뿐 아니라 관광객들도 와서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한인 상가의 비즈니스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도심뿐 아니라 구정을 쇠는 한국, 중국, 베트남인이 많이 거주하는 시 외곽에서도 여러 민족이 어울려 설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한인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연방 및 주의 의원들이 행사에 참석해 한인사회와의 연대를 도모하고 있다. 소수의 한인 지방단체의원이 정치활동을 통해 한인의 단합된 힘을 통해 한인사회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인회가 주관하는 최대의 축제인 한국의 날 행사가 매년 10월 5일 개최되어 우리의 무용, 음악과 민속을 알리는 다채로운 공연을 보여준다. 한인사회는 말할 것도 없고 시장을 비롯한 정부인사, 정치인들이 참여해 한인사회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중국, 인도, 베트남 교민의 전통 공연단이 찬조 출연해 다문화 축제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준다. 한식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식품 부스가 설치되고 인절미를 만드는 떡 매치기와 같은 체험을 하는 코너도 마련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11년 호주와의 외교관계 수립 50주년을 기념해 한국문화원이 시드니에 개원한 이래 우리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공연, 전시, 강좌 등 다양한 형태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 음악과 무용, K-pop 등 강좌를 개설하는 한편 한글, 한지공예를 가르치고 초·중등학생들의 문화원 탐방 체험행사를 시행하고 있다.
 
문화원 내에서 하는 행사뿐 아니라 학교를 찾아가서 하는 ‘찾아가는 문화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드니 등 주요 도시에서 지난 4년간 한국 영화제를 개최해 한국 영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있다. 예컨대 시드니에서 1주간 지속된 영화 상영에서 유료 관객(입장료 1.2만 원 정도)이 약 3천여 명에 달해 한국 영화의 인기도를 가늠할 수 있다. 이러한 전시, 공연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현지의 관련 단체와 시청의 협조를 받아 공동으로 개최하거나 후원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은 우리 문화 예술에 대한 현지의 평가와 관심도를 반영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2012년 싸이의 강남 스타일 공연 이후 한국 노래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높아져 현지의 SBS 라디오 방송은 아시아 팝 코너에서 주로 우리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부 호주의 주도인 퍼스에서 개최된 K-pop 공연에서는 약 5천 명의 관중이 운집해 인기를 실감하게 되었다.
 
TV 방송매체에서 아직 한류 드라마가 방영되지 않고 있으나 호주 다문화 방송사인 SBS TV와 지속적으로 협력관계를 구축해 드라마 방송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류에 대한 관심과 인기도가 서서히 상승하는 추세에 있으나 호주는 아직 동남아와 달리 한류가 성행하지는 않고 있다. 한류 무풍지대는 아니나 관심이 저조한 상황이었는데 점차 인식이 높아져 관심권으로 들어갈 조짐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2014년 11월 브리스번 G20 정상회의에 앞서 우리의 전통공연, 전시회 등을 개최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공연을 바탕으로 앞으로 음악, 무용, 드라마, 영화, 전시, 한식 등 여러 부면에서 우리의 문화에 대한 인식과 인기가 상승할 것으로 믿는다.

▲ 주시드니한국문화원은 줄타기 예능보유자 김대균 명인을 초청, 달링하버와 맨리에서 한국 전통 놀이마당놀이의 꽃인 줄타기 공연을 선보였다.     © 크리스찬리뷰
 
창조경제를 통한 호주와의 협력관계

 
오페라하우스는 하버 브리지와 함께 시드니를 대표하는 명물로 꼽힌다. 오페라하우스를 보러오는 사람이 연간 약 800만 명에 이른다고 하며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매년 연말에 그 주위에서 불꽃놀이를 하는데 한 번에 운집하는 사람들이 약 2백만 명에 달하고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수천만 불에 이른다고 하니 기존의 문화적 시설을 잘 활용해 경제적 이득을 창출하는 아이디어에 감탄하게 된다.
 
호주에서는 한국에 비해 노동력이 3배 정도로 비싸고 국내 시장의 규모가 협소해 자동차 등 제조업의 기반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 GM Holden은 최근에 폐쇄되었고, 토요타가 수년 후에 공장 문을 닫고 일부 정유사와 담배 제조공장이 폐쇄될 것으로 발표된 바 있다.
 
이와 반면에 교육, 관광, 금융과 같은 서비스 분야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세계적인 매장량을 지닌 석탄, 철광석, 가스 등 자연자원의 수출을 통해 높은 부를 창출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1994년에 창조경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창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문화 중심의 창조산업을 육성해 왔다. 영화를 중심으로 문화 콘텐츠의 개발에 역점을 두어 호주 영화시장은 3D 영화의 성공으로 전체 콘텐츠 산업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콘텐츠 산업을 넘어 정보통신기술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얼마 전 호주 통계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문화예술의 창조경제성과가 연간 약 860억 불에 이르며 이는 건설, 금융, 부동산 등에 이어 6위의 경제적 생산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며 미국, 영국, 캐나다보다 높은 비중을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 이휘진 총영사     © 크리스찬리뷰
 
호주의 기초과학 분야는 상당히 앞서 있다고 평가된다. 의학 분야에서는 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으며 과학산업연구소(CSIRO)에 수천 명의 과학자가 위성, 통신, 화학, 생물, 지질, 천문 등 분야의 연구에 종사하고 국제적 협력관계를 추구하고 있다.
 
학계의 과학 분야에 진출한 한국 교수진은 과학기술협회(KASEA)를 조직하고 상호 간의 협력을 위한 연계망을 형성하고 연례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과 호주는 경제적으로 보완관계에 있다. 우리가 호주로부터 석탄, 철광석 등 지하자원과 소고기 등을 수입하며 자동차, 가전제품을 수출하는 구조이다. 기초과학에 두각을 보이는 호주와 응용 제조 분야에 앞선 우리가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하겠다.
 
호주의 문화 예술 콘텐츠와 우리의 3D를 결합한 홀로그램 제작을 한다든지, 호주의 광산 탐사기술과 우리의 건설 능력을 결합하는 플랜트 건설 등이 협력 가능한 분야로 들 수 있다.〠 <끝>


이휘진|전 시드니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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