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베료는 빌라도의 보고서를 읽었을까?

최성은/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7/01/31 [12:35]
누가복음 3장 1절과 2절에 보면 이런 말씀이 나온다. 
 
“디베료 황제가 통치한지 열다섯 해 곧 본디오 빌라도가 유대의 총독으로... 안나스와 가야바가 대제사장으로 있을 때에 하나님의 말씀이 빈들에서 사가랴의 아들 요한에게 임한지라.”
 
디베료는 티베리우스(Tiberius)를 라틴어 탈격으로 읽은 것이다. 아우구스투스의 뒤를 이어 로마의 2대 황제에 오른 사람이다. 풀네임은 티베리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이다.
 
양아버지 아구스도가 예수님의 탄생과 관련이 있다면 디베료는 예수님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 본디오 빌라도의 <나사렛 예수의 처형에 관한 보고서>는 바로 이 황제에게 보낸 것이다.
 
그의 어린 시절은 몹시 기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 티베리우스 클라우디우스 네로는 고위 성직자요 정치가로서 명망이 높았으나 줄을 잘못서는 바람에 신세를 망친다. 안토니우스가 몰락하면서 네로도 함께 로마에서 추방당한 것이다. 그때 티베리우스는 젖먹이 아기였는데 숨을 죽이고 도망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종종 울음을 터뜨려 일행을 곤경에 빠뜨리곤 했다고 한다.
 
아버지 네로는 천신만고 끝에 사면령을 받아 로마로 돌아 온다. 그러나 기구한 운명은 또 한번 그 가족을 강타한다. 황제가 부모를 강제로 이혼시킨 것이다. 어머니 리비아 드루실라는 빼어난 미인이었다. 그녀를 본 황제가 한눈에 반하여 데려가 황후로 삼았던 것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티베리우스는 동생과 함께 황궁에서 자란다. 다행히 계부 아우구스투스는 속좁은 미물은 아니어서 정무와 군무를 익히도록 배려한다.
 
그는 다방면에서 재능을 발휘하여 황제의 신임을 얻는다. 신임의 크기란 악티움 해전의 승리를 축하하는 개선행진 때 말을 타고 황제와 나란히 걸을 정도였다.
 
그는 황제의 친구인 빕사니우스 아그리파의 딸과 결혼한다. 그는 아내를 사랑했고 부부는 행복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황제가 그를 이혼시켜 자기의 사위로 삼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복잡한 후계자 문제가 걸려 있다.
 
황제의 처음 후계자는 조카 마르켈루스였다. 딸 율리아를 그와 결혼시켰다. 그러나 마르켈루스가 요절함으로 이 구도는 무산되었다. 다음 후계자는 친구인 아그리파였다. 딸을 다시 그에게 시집보냈다. 아그리파와 율리아 사이에서 손자들이 태어난다.
 
손자를 본 황제는 마음이 바뀌어 사위 아그리파를 후계자 대신 손자들의 후견인으로 삼는다. 황제의 자리를 친구가 아니라 손자에게 물려줄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아그리파가 죽어 딸은 또 다시 과부가 되고 두 손자는 후견인을 잃게 되었다. 황제가 티베리우스를 강제로 이혼시켜 사위로 삼고 두 손자의 후견인으로 세운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율리아는 품행이 단정치 못한 여인이었다. 견딜 수 없었던 티베리우스는 로도스 섬으로 잠적해 버렸다. 그가 섬에 묻혀 은둔하는 동안 율리아는 음행이 탄로나 파혼이 선포되고 로마에서 추방된다.
 
황제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해 로마로 돌아온 티베리우스는 황제의 두 손자의 후견인이 되었으나 그들마저 차례차례 죽는 바람에 졸지에 후계자가 된다.
 
아우구스투스가 죽자 티베리우스는 2대 황제에 오른다. 황제로서 티베리우스는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다. 로마를 강대케 한 성군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짐승같은 정신병자라는 최악의 평가도 있다.
 

그러나 유대인 학자 알렉산드리아의 필로를 신뢰한다면 그는 꽤 괜찮은 황제였던 것 같다. 필로는 3대 황제 칼리굴라를 논하면서 <나라는 평화롭고 국력은 지극히 강대하다. 그는 모든 것이 갖추어진 나라를 물려 받았다. 행복은 문만 열면 거기에 있다>고 하여 간접적으로 티베리우스의 업적을 높히 평가하였던 것이다.
 
혹시나 주님을 십자가로 처형하는 빌라도의 판결에 황제의 입김이 있었나 두루 살펴보았지만 확인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황제는 아직 기독교를 모르고 있음에 틀림없다.〠                                                                                      


최성은|시드니선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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