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과 그리스도인의 역사 의식

강사|손봉호, 사진|권순형 | 입력 : 2017/02/27 [12:21]
▲ 목회자·평신도 지도자 세미나에서 강의하는 손봉호 교수     © 크리스찬리뷰

이 글은 지난 2월 6일 저녁, 시드니신학대학(SCD) 강당에서 시드니 한인교회 교역자협의회(시교협, 회장 백용운 목사) 목회 신학분과위원회, 호주한인기독교연구소 공동주관으로 열린 손봉호 교수 초청 ‘목회자·평신도 지도자 세미나 강의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주>

금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독일에서는 100여 곳에서 1천여 개의 행사 계획되어 있고, 전 세계에서 기념행사가 열린다. 종교개혁은 독일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사항, 노동윤리, 보편교육, 자본주의, 복지, 현대과학과 과학기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북유럽, 호주와 뉴질랜드, 심지어 한국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전 세계 개신교인들의 87%가 선진국 혹은 중진국에 살고 있다고 한다. 인류역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기독교와 자연과학인데 자연과학도 종교개혁으로 가능하다. (R. Hooykaas, Religion and the Rise of Modern Science,  근대과학의 출현과 종교(손봉호, 김영식 옮김).
 
만약 한국에 개신교가 전파되지 않았더라면 한국은  지금보다는 가난한 후진국으로 남았을 것이다. 한국 교회는 독립, 민주화, 현대의학, 현대교육, 예술, 시민사회, 심지어 스포츠의 발전에도 큰 공헌을 했으며, 개신교는 안창호, 이승만, 조만식, 이승훈, 김용기(새마을운동), 장기려 (청십자의료보험) 같은 지도자를 배출하여 현대 한국의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현재 한국에는 교육수준, 소득, 사회적 지위, 공직에서 개신교인이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기부는 일반인보다 약 5배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드러나 있다. 복지단체 대부분은 개신교에 의하여 조직, 운영되고 있다.(World Vision, Good Neighbors, 국제기아대책, Compassion, 어린이재단, 밀알복지, 구세군 등). 세계적으로도 개신교 국가의 기부순위가 높다. (불교, 천주교, Islam, 유교 순)
 
현재의 문화는 과거 역사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처럼 미래의 문화도 현재의 상황과 창조적 활동에 의하여 결정될 것이다. 호주 교민사회의 미래도 지금의 교민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역사는 동일한 것이 영원히 반복 (ewige Wiederkunft, eternal return)한다는 Nietzsche는 허무주의자일 수밖에 없다. 그는 인간의 고통도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그리스도인은 허무주의자가 될 수 없으며, 고통과 역사의 의미를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성경의 역사관만 처음과 종말이 있는 linear view of history이다. 따라서 기독교에서만 진보(progresus) 가 가능하다고 Augustinus가 지적했다. 실제로 진보가 가능하다는 인식은 17세기 종교개혁 이후에 일반화되었다. (J. B. Bury, The Idea of Progress). 발전의 가능성을 인식해야 발전을 시도하고 발전이 이뤄진다. 오늘 인류발전은 기독교의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수님의 성육신과 재림은 역사가 실체의 그림자가 아니라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한다. 루터의 ‘만인 제사장’론은 하나님이 성직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마땅히 해야 할 소명(Berufung, calling)을 내리셨다는 것이다.
 
칼뱅은 모든 참되고 옳은 일은 심지어 불신자가 하더라도 성령의 역사로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옳고 참된 일을 하는 것은 역사적 사명을 감당하는 일이다.
 
루터교 신자가 된 천문학자 Johannes Kepler (Harmonices Mundi, Astronomia nova)가 그의 지도교수 M. Maestlin에게 보낸 편지에 “나는 신학자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 때문에 불안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나의 노력을 통해서 하나님이 어떻게 천문학을 통하여 영광을 거두시는 것을 보십시오.”라고 했다.
 
지금 인류문화는 잘못되어 가고 있다. 동물적 본능 만족을 핵으로 하는 에로스(eros) 질서는 과학기술을 극도로 발달시켜 심각한 양극화와 대량실업을 가져오고 절대다수의 인구를 불행하게 한다. 브렉시트(Brexit)와 트럼프(Trump)의 당선은 국가 이기주의 강화의 불길한 전조이다.
 
도덕적으로 타락해서 선진국에서도 폭스 바겐 스캔들에 이어 롤스 로이스도 뇌물죄로 8억 900만 불 (약 1조 원)의 합의금을 지불하기로 함.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도 거짓말의 도움으로 가능했다고 한다.
 
이제는 전 세계 개신교인들이 아가페 질서로 이 잘못되어 가는 인류 문화를 치유하여 바르게 이끌어야 할 역사적 사명을 져야 할 것이다. 역사적 의미는 수동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이루는 것이다.
 
복음적 신앙을 가진 한국 그리스도인들도 빈민가 정신(ghetto mentality)에서 벗어나 역사적 사명감을 가져야 하며 호주의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특수한 환경을 이용하여 이 행진에 앞장설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  때 “충성되고 지혜 있는 종이 되어 주인에게 (주인이 시켜서) 그 집 사람들을 맡아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눠 줄 자가 누구냐.” (마 24:45)란 말씀에  철저히 신실해야 하지만 동시에 지혜로워야 한다.
 
충성 (pistos)은 신실함을 뜻한다. 정직하고 공정하며 책임을 질 수 있는 청지기가 되어서 하나님께서 맡기신 일을 제대로 감당하는 것이다. 지혜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것을 전제로 자신의 능력, 배경, 성격과 주어진 역사적, 사회적 상황을 잘 고려해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다.
 
호주 교민들은 한국 문화의  장점과 약점을 공유하고 있으므로 약점은 고치고 강점은 잘 이용해야 한다.  치명적인 약점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인 정직과 공정성이 심각하게 약하다. 한국의 부패 지수(transparency index)는 세계 37위. 일본 19위, 보츠와나(Botswana) 29위보다 뒤진다.
 
<하멜 표류기> (1653)에 “조선 사람들은 도둑질을 매우 잘 하며 속이거나 거짓말도 잘한다. 그래서 조선 사람들은 신뢰할 수가 없다”란 구절이 있다. 서양인에게 거짓말쟁이 (You are a liar)란 심각한 욕이다.
 
2013년 4월 15일 자 타임즈에 의하면 각 국 탈세율은 스위스 8.5%, 미국 8.6%, 영국 12.5%, 독일 16%. 한국 26.8%, 이태리 27, 그리스 27.5, 멕시코 30%라고 보도했다.
 
전체 보험 지급금 대비 보험 사기액은 미국 10%, 프랑스와 캐나다 6%, 영국 3.7% 일본 1%, 한국 13.9%이며, 교통 사고자 입원율은 일본의 8배나 된다.
 
한국인의 또 하나의 약점은 지나친 경쟁심과 불공정한 경쟁이다. Daniel Tuder (Economist 한국 특파원)는 그의 책 <불가능한 나라, 한국> (Korea: The Impossible Country)에서 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경쟁적인 나라. 질투, 시기가 심하고 특히 단결하고 협동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 사건에도 드러난 연고주의 (favoritism, nepotism, partisanship)는 불공정한 경쟁의 전형이다. 모든 한국인은 스스로 인식하지도 못한 채 이런 약점에 감염되어 있다. 한국문화의 이런 약점은 해외 교민들에게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를 고치지 않으면 결코 신임과 존경을 받지 못할 것이며 후세들도 2등 국민으로 무시당할 것이다.
 
이런 약점은 성경이 가르치는 사랑의 원칙에 근본적으로 위배되고 사회와 모든 구성원들에게 손해만 가져올 뿐 아니라 사회와 자신에게도 반드시 해가 된다. 한국의 투명성이 일본수준만 되어도 한국 경제가 매년 1.4%에서 1.5% 더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부정직과 불공정은 어리석은 자해행위이다. 한국인의 이런 약점들은 그리스도인들이 바꾸고 고쳐야한다. 호주 한인 사회는 상대적으로 작고 기독교인들이 많기 때문에 교회 지도자들이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고칠 수 있을 것이다. 지도자들부터 자기를 희생하고 절제하여 하나가 되면 가능할 것이다.  
 
호주도 종교개혁 전통에 서 있는 나라이므로 장점들이 많이 있고 그것들은 빨리 내면화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하며, 강점들의 결합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 문화를 고수하는 것보다는 호주 사회에 이바지하고 호주 문화를 빛내는 것이 한국을 더 사랑하는 것이고 한국에게 이익이 될 것이며, 한국어보다 영어를 더 잘해야 한다.
 
호주 국민인 만큼  세속화되는 호주를 하나님 두려워하는 문화로, 사람의 가치를 더 존중하되 특히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로, 좋은 전통을 더욱 빛내고 잘못된 것을 고쳐서 이 나라 역사를 풍성하게 하는데 공헌하기 바란다.
 
모든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은 역사의 종이 아니라 역사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호주 사회에 사는 한국 그리스도인은 이  사회에 얹혀 사는 나그네가 아니라 이 사회를 만들어 가는 주인이 되려는 사명감과 거룩한 야망을 가져야 한다.〠

손봉호|고신대 석좌교수, 기아대책 이사장, 기윤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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