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있어도 무엇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가치.

여러분의 참정권입니다

이강욱/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7/04/24 [12:00]
▲ 첫 방송 토론회에 참석한 대선 주자 5인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오른쪽부터)     © 국민일보

재외국민의 참정권 실현을 위해 재외선거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번 제19대 대선이 4번째 재외선거입니다.
 
재외선거는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이며, 이를 실현하여 재외국민의 권익을 신장시키고 국민으로서의 소속감을 갖게 함으로써 국가에 대한 자긍심과 애국심을 고취하는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재외국민 투표 참여에 아직은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거주 지역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쉽게 투표할 수 있는 국내에 비해 해외에서는 몇 시간을 차로 이동하거나 비행기를 타고 와야 해서 많은 수고가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에 참여하려는 열정은 국내에 못지않아 보입니다.
 
이번 재외투표 선거인 등록기간이 20여일로 극히 짧음에도 불구하고, 시드니와 그 인근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의 투표신청자 수가 8천8백여 명을 넘어 과거 대선 대비 260%가 더 많은 선거인이 등록했다는 것 또한 이번 대선참여 열기를 반영해주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투표참여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감수하고 참여하려는 열기에 찬 해외 동포가 있는 반면, 재외선거 실시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 제19대 대통령 재외선거 포스터-1     
 
그 중 가장 큰 논란은 1표의 행사를 위해 소요되는 예산의 비효율성에 관한 것입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받들어 지는 것이 ‘효율성’ (efficiency)이 아닌가 싶습니다. 보통 사기업에 적용되던 가치가 공공기관 및 정부의 재정운영에서도 ‘원가절감’, ‘생산성 향상’, ‘성과제 도입’ 등의 면에서 “효율성”은 중요한 운영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2012년 실시된 18대 대선에서 총 선거인수 4천46만 여명에 총 투표자수 3천72만 여명 이었고 이 중에 재외투표 투표자수는 16만 명 정도로 총 투표자수의 0.5%정도를 차지했습니다.
 
2016년도에 실시된 제20대 총선에서 국내 유권자의 1표당 비용은 7,113원 가량이고, 재외선거 투표자수 1표당 비용은 22만4,149원으로 재외국민이 내국인의 31.5배나 된다는 분석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에 있어서 ‘효율성’은 재외선거관리에 투입된 예산을 단순히 투표자수로 나눈 비용의 낭비뿐 아니라 유권자의 표가 선거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평가가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입니다.
 
재외선거의 효율성을 논하는 의미는 전체 유권자수에 대비한 재외국민의 정치적 영향력을 평가하는 것에 있고, 사실 경제적 ‘효율성’으로 포장된 재외선거 시행에 대한 회의적 비판은 재외선거의 미미한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시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재외선거 도입과정을 되돌아보면, 2004년 외국 거주 재외국민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고, 2007. 6. 28. 헌법재판소는“주민등록을 요건으로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 국내거주자에게만 부재자신고를 허용하는 것, 주민등록을 요건으로 한 국내거주 재외국민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고 보통선거의 원칙에도 반한다.”는 취지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2009. 2. 12.「공직선거법」이 개정되어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선거부터 재외국민이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이나 국외부재자 신고를 하면 해외에서 투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헌재의 결정은 단순히 “국내 유권자 대비 1표당 2~30배 이상의 예산이 사용된다.”는 경제적 논리로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효율성이라는 명분으로 재외선거제도의 재검토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처럼 어렵게 쟁취한 참정권의 가치와 많은 시간과 개인적 비용의 지출에도 불구하고 투표에 참여하려는 재외국민의 뜨거운 열정을 정치적 소수의 주장으로, 선거결과에 영향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과도한 정치비용으로 과소평가하는 것입니다.
 
그 어떠한 이유에라도 해외에 잠시 머물고 있는 국외부재자나 영주권을 가진 재외선거인도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국민으로서 자신의 대표를 직접 뽑을 수 있는 권리는 소중한 것이며, 이 권리는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으로서 어떠한 경우에도 차별받지 않을 특별한 권리인 것입니다.
 
비록 재외국민 한 명의 투표권 행사에 소요된 비용이 다소 과하다 하더라도, 이는 재외선거에 투입된 국가예산을 투표자수로 나누어 계산한 크기일 뿐, 해외에서 투표할 수밖에 없는 기본권의 가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 제19대 대통령 재외선거 포스터-2      
 
국가는 비교적 큰 비용이 들더라도 마지막 한 표까지 온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투표제도를 개선하고 적절하게 운영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주어진 예산을 절감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꾸준히 노력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재외선거가 효율성이 없다는 주장을 깰 수 있는 것은 결국 재외국민의 적극적인 투표참여입니다. 당장 제도를 바꿀 순 없지만 더 많은 투표참여로 재외국민의 주권을 국가에 분명히 주장해야 할 것입니다. 
 
‘효율성’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인 재외국민 여러분의 한 표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합시다. 많은 재외국민의 투표참여만이 ‘효율성’의 덫으로부터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조국에 대한 재외국민 동포의 식지 않은 애정과 사랑을 소중한 한 표 행사로 조국에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이강욱|주시드니총영사관 재외선거담당 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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