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를 위해 의사와 목사가 된 사람

글 김환기/사진 권순형 | 입력 : 2017/12/28 [11:41]
▲ 중국에서 한센인을 만난 이후 선교는 이론이 아닌 삶이라는 것을 깨닫고 삶의 방향을 바꾼 현옥철 목사.     © 크리스찬리뷰

온유(Meekness)란 단어가 있다. 한자로 온유의 의미는 ‘부드럽고 따듯하다’는 뜻이다. 온유를 헬라어로 ‘프라우테스’라고 하는데. 이는 ‘잘 길들여진 야생마의 성품’을 뜻한다.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승하더라'(민 12:3)라고 했다.
 
팔복 중 세 번째는 온유한 자의 복이다.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이다.’ 힘은 있는데 '방향'이 없으면 방종이고, 방향은 있는데 힘이 없으면 '구호'에 불과하다. 지난 12월 4일 '힘과 방향'을 겸비한 온유한 사람을 만났다
 
현옥철 목사는 중국에서 한의학을 공부하던 중 현지 선교사 부부를 만났다. 남편은 서울대 의대, 부인은 이대 약대를 졸업했다. 화려한 스펙을 뒤로하고 중국 오지에서 한센인을 위하여 헌신하는 모습을 보고 도전을 받았다.
 
현 목사는 함께 한센인 병원에 갔다. 멀리서 휠체어에 앉아 있는 한센병 환자가 눈에 들어왔다. 손도 발도 없고, 눈과 코도 없고, 입술은 녹아서 찌그러져 있고, 이빨 하나만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의 모습은 웃고 있는 것 같았다.

▲ : ‘바르구르’ 마을은 한센병에 걸린 인도 사람들이 모여사는 집성촌이다.이 마을에는 3천여 명의 환자가 있었지만 아무런 돌봄없는 상태에서 뿔뿔이 흩어져 현재는 36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국제의료봉사회  

그는 한센병 환자에 다가가 물었다.
 
- 할아버지, 왜 웃고 계세요?
 
"예수님을 믿으니 웃을 수 있어."
 
천형이라고 불리는 한센병에 걸린 사람이 예수 때문에 웃고 있다고 했다. 그는 농담 삼아 물었다.
 
- 할아버지 예수님 보여 주실 수 있어요?
 
할아버지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보여 줄 수 있다고 대답했다. 진료 중인 김 선교사를 가르치며 "저분이 예수님이야"라고 했다. 그는 뭔가에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와 한없이 울었다. 선교는 이론이 아닌 삶이라는 것을 깨닫고, 삶의 방향을 바꾸는 순간이었다.
 
한센병이란?
 
한센병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질병 중 하나이다. 이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인도에서 기원전 600년경에 쓰여진 것이며, 중국에서는 기원전 400년경으로 알려져 있다.
 
▲ 인도의 남부에 있는 한센인 공동체 ‘바르구르’ 마을을 찾아가 한센인을 치료하는 현옥철 목사. ©국제의료봉사회    

한센병은 개역성경에는 '문둥병'으로 번역을 했고, 개역개정에는 '나병'이라고 했다. 1873년 한센(Gerhard Henrik Armauer Hansen)에 의해서 발견되었다. 나균을 발견한 그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한센병'이라고 불렀다. 한센병은 나균에 의한 만성 감염병이며, 나균(Mycobacterium leprae)은 결핵균과 같은 항산균이다.
  
나균은 현재까지 인공배양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나균의 증식 속도가 매우 느려서 병의 잠복기가 매우 길다고(5~20년) 알려져 있다. 현대 의학에서 알려진 바에 의하면 한센병은 유전병이 아니고 나균에 의한 만성 감염병이다.
 
한센병은 말초신경의 마비로 감각을 상실하고 피부에 반점이 생기며, 상처가 잘 낫지 않고 눈에 이상이 올 수 있다. 전 세계 인구의 95%는 한센병에 자연 저항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균이 피부 또는 호흡기를 통하여 체내로 들어오더라도 쉽게 병에 걸리지는 않는다.
 
따라서 한센병은 비록 제3군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되었지만 격리가 필요한 질환이 아니며, 성적인 접촉이나 임신을 통해서도 감염되지 않는다. 과거 애양원과 소록도가 한센병을 특별 관리하는 지역이었으나 한국에서는 한센병이 종식되고 이제는 일반병원으로 전향되었다.
 
병은 고쳤으나 후유증으로 일반인들과 함께 살기가 불편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병력자'라고 한다. 한국에는 소록도를 비롯하여 여러 곳에 '병력자 촌’이 있다.
 
국제 의료 봉사회
 
현 목사는 '국제의료봉사회'를 의료 사각지대에서 살아가는 이웃들의 삶을 돕기 위해 지난 2006년에 시작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더불어, 그들이 영적 경제적 사회적 정서적 신체적 가난으로부터 자립할 수 있도록 필요한 사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국제의료봉사회는 2015년 이래, 인도의 한센인 공동체 '바르구르'(Bargur)의 전인적 회복를 위해 지역교회를 중심으로 주민들과 지역사회의 총체적 변화를 활동하고 있다.
 
인도 남부의 바르구르는 한센병에 걸린 인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이다. 처음 이 마을이 생겼을 때에 3천여 명의 환자들이 있었지만 아무런 돌봄도 없는 상태에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고, 지금은 361명의 환자들만이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 인도에서 만난 한센인 노인 ©국제의료봉사회    

  2015년 국제 의료 봉사회가 이곳을 찾아 의료는 물론이고 지속적으로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영혼구원을 위한 예배도 함께 드리고 있다. 한센인들은 안나 나가르 마을 어귀의 큰 나무 그늘 밑에서 예배를 드렸다. 

▲ 나주 산포제일교회 성도들이 인도 바르구르에 교회당을 세웠다. ©국제의료봉사회  

 
▲ 성찬예식에 참석한 한센환자 노인. ©국제의료봉사회  

폭염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예배처소를 위하여 기도하던 중,  2017년 6월 4일 나주산포제일교회의 도움으로 헌당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 나주 산포제일교회는 '병력자'들이 다니는 교회이다.
 
인도 한센인 바르구르의 회복 소식을 들은 인도네시아에도 여러 차례 요청이 왔다. 드디어 지난해 10월 31일부터 11월 6일까지 '국제 씨앗학교'와 '국제 의료봉사회'가 협력하여 인도네시아의 시타날라를 방문했다. 시타날라 지역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땅그랑(Tangerang) 도심 부근에 한센병 판정을 받은 사람들만을 따로 모아 살도록 만든 공동체이다.

▲ 기도하는 한센병자 여인. ©국제의료봉사회    
 
국제 의료 봉사회는  바르구르의 좋은 예를 통해서 점점 한센병 선교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희생적 봉사를 인정하여, 2017년 '한국을 빛낸 사람들' 대상 시상식에서 현 목사는 국제의료봉사혁신공로 대상을 받았다.
 
한국 기독교 한센인 선교회
 
현 목사는 '한국 기독교 한센인 선교회'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1970년 한센인들의 치유와 자활을 위해 헌신해온 '한국 기독교 구라회’가 창립 45주년을 맞아 2015년 3월 20일 정동제일교회에서 감사예배를 드리고,  '한국기독교한센인선교회’로 개명했다. 한국 정부는 이 땅에는 더 이상 한센병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1991년에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

▲ 한센인의 손을 잡고 인사하는 현옥철 목사. ©국제의료봉사회    

구라회는 한국에 사는 한센인에게 초점을 맞추었으나,   '한국 기독교 한센인 선교회'로 개명한 후 사역의 범위를 세계로 확장하게 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통계에 의하면 지구촌에는 1천600만 명의 한센인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더 많은 숫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한 Global Leprosy Strategy 2016-2020에 따르면 2014년에 보고된 "94%의 한센병 환자들은 13개 국가에 집중, 분포되어 있다. 이 가운데 3개국인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한센병 신규 환자 발병 사례의 81%를 차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한 달란트 기도회
 
2017년 7월 시작된 ‘한 달란트 기도회’는 전 세계 2천 여만 한센인들의 회복을 소망하며 일상 속에서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고 행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초교파 연합기도모임이다. 매월 강남구에 위치하고 있는 감람교회에서 기도회가 열린다. 
 
현 목사는 기도회가 세계로 확산되기를 위하여 기도하고 있다. 12월 3일(주일)에 현 목사는 시드니주안교회와 시드니순복음교회에서 말씀을 전했다. 집회 후 여러 사람으로부터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질문을 받았다.
 
"하나님은 각자에게 다른 달란트를 주셨습니다. 그 달란트가 무엇이든지 땅에 묻지 마시고 사용하기를 바랍니다."
 
현 목사는 1910년부터 1938년까지 호주 맥켄지 선교사가 한국의 한센인을 위한 사역을 언급했다. 
 
"호주 맥켄지 선교사의 신앙 정신을 오늘 우리도 계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교사들의 희생으로 한국은 한센병에서 자유로운 나라가 되었습니다. 복음의 빚진 자로서 당장 큰일은 할 수 없겠지만, 있는 곳에서 기도회 모임부터 시작하기를 원합니다. 
 
호주에 몇 개 교회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단 하나의 교회라도 '한 달란트 기도회'를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한 달란트 기도회'가 5대양 6대주의 한센인을 품기를 원합니다. 한국에서는 한센인의 복음 전도율이 98%나 됩니다. 한센인 선교는 복음의 황금어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가족까지 생각한다면 1억 여명의 한센인을 위해 함께 기도하기를 원합니다."

▲ 한센인을 향한 치료의 손길 ©국제의료봉사회    

인터뷰 도중 현 목사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사회에서 버려진 한센인들을 생각할 때마다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거룩한 부담'이 그를 힘들게 하는 것 같다. 현 목사를 통해서 이루실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를 기대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편, 호주맥켄지한센선교회(이사장 최승일 목사)와 국제의료봉사회(대표 현옥철 목사)는 오는 4월 8일부터 일주일 예정으로 인도네시아 시타날라 지역으로 한센인 의료선교를 떠날 예정이다.
 
이번 선교의 주제는 ‘소풍, 세상 밖으로’로 정하고  한센인 공동체에서 거주하며 한 번도 세상 밖 구경을 하지 못한 한센인들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의 여행을 펼칠 예정이다.?

글/김환기|크리스찬리뷰 영문편집위원, 호주구세군본부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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