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의 파라오들

기독교 인문학 산책 (36)

최성은/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8/03/28 [12:06]
파라오(Pharaoh)는 이집트어로 ‘큰 집’이라는 뜻이다. 또 ‘태양’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집트인들은 이 단어를 왕을 호칭하는 용어로 사용했다. 물론 파라오의 개인 이름은 따로 있지만 성경에서는 거의 소개되지 않는다. <느고>만 유일하게 이름을 남겼을 뿐이다(역대하 35장).                                                     
 
창세기에 등장하는 파라오는 아브라함이 만난 파라오와 요셉이 만난 파라오 두 명이다. 그들이 누구였을까를 추적해 보는 것이 이번 호의 과제인데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아브라함과 파라오
 
가나안에 발생한 기근을 피해 이집트로 내려간 아브라함과 사라의 이야기는 창세기 12장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사라는 미모가 뛰어난 여성이었다. 1947년 사해 인근의 한 동굴에서 양치기 소년에 의해 발굴된 사해사본에는 창세기의 부록이라고 할만한 책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사라의 미모에 대한 언급이 거기에도 나오는 것으로 보아 그녀가 예뻤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아브라함은 그것이 두려웠다. 사람들이 사라를 빼앗기 위해 자기를 죽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자기와 사라를 부부가 아닌 오누이로 위장하였다. 아브라함으로서는 궁여지책이었으나 오히려 그 계책에 발목이 잡혀 꼼짝없이 아내를 빼앗기게 되었다.
 
아찔한 순간 하나님의 특별한 간섭으로 사태는 마무리되고 오히려 아브라함은 푸짐한 보상을 받고 재산을 불리는 횡재를 하였다. 빼어난 미모에 미혹되어 남의 부인을 빼앗은 막가파 파라오는 누구였을까.                                            
 
단순한 계산으로 추적해 보면 이렇다. 아브라함의 출생년도는 BC 2166년이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때의 나이는 75세이다. 같은 해에 아브라함이 가나안에 도착했고 같은 해에 가나안에 기근이 발생했고 같은 해에 이집트로 내려 갔다면 아브라함은 BC 2091년에 파라오를 만난 것이다.
 
BC 2091년! 이때 이집트는 고왕국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제1중간기의(BC 2180-2040) 막바지에 이르러 있었다. 중간기란 이집트의 정통왕조가 무너지고 지방의 토후나 이민족의 지배를 받던 시절을 말한다. 파라오가 실권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패권투쟁이 사회적 혼란과 민생의 고통, 미래를 알 수 없는 불확실성, 도덕적 해이로 이어졌으니 유부녀마저 서슴없이 취하는 만행은 그래서 가능한 것이었다.
 
말하자면 아브라함은 시대의 병폐를 고스란히 한몸에 당하였던 것이다. 제1중간기에는 헤라클레오폴리스 가문과 테베가문이 선두에서 자웅을 겨루었다고 하니 아브라함이 방문한 곳은 아마도 헤라클레오폴리스 아니면 테베였을 것이다.
 
요셉과 파라오
 
그렇다면 요셉이 만난 파라오는 누구였을까. 그가 이집트로 팔려가 노예가 되었으나 천신만고 끝에 총리가 되는 이야기는 이집트가 그때 힉소스 왕조의 치하였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힉소스(Hyksos) 족은 누구인가. 이집트가 번영을 구가하던 시절 필요한 노동력은 가나안과 소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유입되었다.
 
그들은 대부분 셈족 계열로 사납고 호전적인 사람들이었다. 델타지역에 흩어져 쥐죽은 듯이 살던 그들은 이집트가 분열되고 약화된 혼란기를 틈타 거세게 일어나 주변을 점령하고 세력을 키워 패권을 잡았다. 그들은 중왕조를 마감시키고 자신들의 왕조를 개창하였는데 사가들은 이 시대를 제2중간기라 부른다.
 
요셉 이야기는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요셉이 만난 파라오는 그들 중의 누구였을 것이다. 제2중간기의 혼란은 보디발의 아내가 요셉을 유혹하는 장면으로 대변되고 힉소스족 치하의 열린 기회는 요셉이 총리가 되는 것으로 증명된다. 당시의 이집트가 정통왕조의 위엄과 권위와 질서가운데 있었다면 노예가 총리가 되는 이집트 드림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다.
 
요셉은 무흠한 사람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그의 그런 면모는 보디발의 아내의 유혹을 물리친 그 순간으로 끝나고 총리로서는 결코 히브리적이지 않은 제국의 수호자로서의 철학과 방법으로 흉년문제를 풀었다는 해석이 함께 있음을 소개한다.                                                                                      

최성은|시드니선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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