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설교와 하나님의 말씀

김경민/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8/05/28 [15:53]
설교 시간이 꼭 필요한가?

최근 들어 A라는 성도는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설교 시간이 정말 꼭 필요할까?”
 
이 질문이 머리 속을 맴돌기 시작한 이유는, 지난 수년간 매 주일 들어온 담임 목사의 설교가 자신의 믿음 생활에 그다지 큰 도움이 되고 있지 않다는 다소 위험한 (?) 생각이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설교 준비를 위해 수고하는 목사의 정성을 생각했을 때 이런 마음이 든다는 것이 매우 죄송스럽게 느껴졌지만, 현실이 그런 걸 어쩌겠는가!
 
이런 고민을 평소 존경하고 신뢰해온 장로에게 용기를 내어 말씀을 드리고 상담을 요청했는데, 그 장로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성도님, 그건 아마도 성도님의 마음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죄나 고민거리 같은 방해물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가로막고 있는게 아닐까요?”
 
그러면서 장로는 마가복음 4:1-20에 있는 ‘씨 뿌리는 자의 비유’에 대해 말했다. 예수님께서 그 비유를 통해 경고하셨던 것처럼 말씀을 들었을 때 사탄이 즉시 와서 뿌려진 말씀을 빼앗아 가거나, 말씀으로 인해 환난이나 박해가 일어나면 곧 넘어지거나, 혹은 세상의 염려와 재물의 유혹과 기타 욕심이 들어와 말씀을 막고 결실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사실이다.
 
A라는 성도가 설교를 듣는 일에 다소 회의적인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 그 자신의 책임일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이런 경우에 대하여는 다른 기회에 생각해보기로 하자), 그것이 목사의 책임일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설교 시간이 정말 중요한 시간이 되기 위하여는...
 
설교를 하는 목사에게는(혹은 목사가 아니더라도 설교 순서를 맡은 모든 이들에게는) 어떤 책임과 역할이 주어졌는지 깊이 생각해보고, 또한 그들이 그 책임과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은 너무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설교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장치를 허락하지 않는 오늘의 교회 문화는 더 좋은 설교를 들을 수 있는 가능성과 필연성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장애물은 누군가의 손에 의해 옮겨져야 할 텐데, 그 일차적 책임은 설교자들 자신들에게 있고, 그 다음으로는 설교를 듣는 성도들에게 있다. 우선 설교자들의 책임을 몇가지 살펴보도록 하자.
 
1. 우선 가장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부터 말하자면, 기도로 성령에 의지하면서 심혈을 기울여 설교를 준비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듣는 일은 전적으로 ‘영적인’ 일임으로, 설교자가 단순히 자신의 신학적, 수사적 역량만 의지하고 달려든다면 그 설교는 정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설교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는 머리로 이해된 것들을 우리의 마음과 의지 속으로 연결시키시는 분이 성령이시기 때문이다.
 
2. 설교자에게 주어진 두 번째 책임은 설교하고자 하는 성경의 본문 (text)에 충실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성경의 본문’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신다. 성도들과 이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과 의지는 ‘본문 속에’ 담겨 있다.
 
성경의 본문이 히브리서 4:12에 말씀하는 ‘살아 있고, 활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는’ 하나님의 말씀인 것이다. 그러므로, 설교가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도구로 사용되기 위하여는 ‘본문에 충실한’ 설교이어야 한다.
 
이것을 바꾸어 말하자면, 설교자가 하려는 말들이 ‘본문’에 근거하고 부합되는 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본문이 말하고 있는 사실들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을 바꾸어 말한다면, 설교자가 하고 싶은 주제를 정하고,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본문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호에서는 ‘본문에 충실한’ 설교가 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생각해 보겠다. 〠

김경민|세인트 앤드류스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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