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에 충실한 설교

김경민/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8/06/26 [16:08]
설교가 본문과 거의 상관없는 경우

대부분의 교회들이 갖는 주일 설교 시간은 평균적으로 25-35분 사이가 아닐까 생각된다. 설교는 무조건 짧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여 20분 안팎을 주장하는 목사들도 있고, 40분을 훨씬 넘기는 목사들도 종종 보게 되지만, 교우들의 마음과 생각을 휘어잡는 설교자로서의 특별한 은사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교우들이 30분 이상 집중하여 설교를 들을 수 있도록 말씀을 전하는 목사들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문제는 설교 시간이 얼마나 긴가 짧은가가 아니고, 설교의 내용이 얼마나 본문에 충실한가이다. 청중을 휘어잡는 화려한 언변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들과 우스갯소리 등을 적절히 섞어가며 40분 이상 열변을 토하면서 설교를 하여도, 설교를 들은 이들이 본문의 말씀에 대한 더 깊은 믿음의 이해를 갖도록 인도하지 않았다면 그 설교는 결국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에 지나지 않는다.
 
설교가 끝난 후에 그 자리에 있던 교우들이 말하기를 ‘설교 말씀은 좋은데 설교 본문으로 정한 성경 말씀과는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면 그 설교는 분명 실패한 설교일 뿐이다.
 
설교가 준비되는 일반적 과정
 
교우들이 본문에 집중하도록 돕는 설교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설교하는 목사들이 설교를 준비하면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겪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물론 모든 목사들이 다 똑같은 과정을 통해 설교를 준비하지 않겠지만, 기본적인 골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매주 설교를 해야하는 목사들은 우선 이번 주에는 무슨 내용의 설교를 해야 할까 하는 문제로 매주 반복되는 고민 속에 빠진다.
 
소위 말하는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기도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보면 어느 순간에 특별한 주제나 이슈가 떠오르게 된다. 주 중에 읽은 책의 내용이나 누구와 나눈 대화 혹은 주 중에 화제가 되었던 뉴스가 주제 거리를 제공해주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지 설교를 해야할 주제가 정해지면, 그 주제에 대하여 ‘하나님의 말씀으로’ 접근하기 위하여 필요한 설교 본문을 찾게 된다. 지금까지 쌓아온 성경에 대한 지식과 기억이 총동원되거나, 성경 검색 기능을 이용하여 특별한 단어가 등장하는 구절들을 찾아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주제에 대하여 포괄적인 설명을 담고 있는 한 가지 성경구절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렇기 때문에, 목사들은 설교 본문으로 선택한 성경 말씀과는 관계없이 우선적으로 그 주제에 대하여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들을 설교에 담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본문을 설교에 끼워 맞출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는 작업을 병행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은 다음과 같은 한 가지 치명적인 취약점을 갖고 있다.  이 과정은 본문 말씀을 설교 내용을 정당화시키기 위하여 존재하는 들러리로 둔갑시킨다는 점이다.
 
즉, 설교가 본문을 설명하기 위하여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성경 본문은 설교 주제로 정한 그 문제에 대한 목사의 생각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설교가 거의 끝나갈 무렵, 본문이 설교에 간단히 등장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설교의 중심이 되어야 할 내용은 목사의 생각이 아니고, 성경 본문의 말씀이다.
 
본문에 충실한 설교를 준비하기 위한 제안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매우 간단한 한 가지 제안은 성경 속의 한 가지 책을 정하여 매 주마다 순서대로 본문을 설교해 나가는 강해설교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설교자는 자신 나름대로의 특별한 주제를 매주마다 찾지 않아도 된다.
 
하나님께서 본문에 미리 정해 놓으신 주제들을 말씀 속에서 찾아내어 교우들에게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성경에 담아 놓으신 내용들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본문에 충실한 설교를 시작할 수 있는 첫 번째 지름길이다.〠

김경민|세인트 앤드류스 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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