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가뭄에 말라붙은 호주 농부의 눈물

NSW 주정부 가뭄 비상 대책 선포

글|주경식, 사진|권순형 | 입력 : 2018/08/28 [17:46]
                                 ▲    9월호/2018  표지 © 크리스찬리뷰



▲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초원이 황토밭이 되어 황폐해진 벌판에 먹지 못한 어린 양이 죽어 있다.     © 크리스찬리뷰

호주가 1902년 이후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뭄 피해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더보(Dubbo)로 달려갔다.  5시간 이상을 달려 더보에 도착해서 본 농장들과 농경지의 현실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가뭄으로 땅들은 쩍쩍 갈라져 말라 비틀어져 있었고, 양과 소들이 먹고 뛰놀아야 할 푸르러야 할 초원에 먼지만 풀풀 날리고 농장들은 풀들이 자라지 않아 누렇게 떠 죽어 있었다. 
 
뉴 사우스 웨일즈(NSW)주의 지난 7월 한 달간 강우량은 10mm가 채 되지 않는다. 공식 기록으로는 1902년 이후의 최대의 가뭄이다. 역사적 기록을 보면 올해의 가뭄은 100년 이래 최악의 가뭄임에는 틀림없다.
 
NSW는 호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그러나 올해 특히 이례적으로 춥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 이어지면서 극심한 가뭄이 찾아왔다. NSW주는 지난 8월 8일 100% 가뭄으로 공식 기록됐다. 올해의 가뭄은 NSW주뿐만 아니라 인근 퀸즐랜드(QLD)주의 절반 이상, 빅토리아(VIC)주와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SA)주의 일부도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다.
 
타들어 가는 땅
 
타들어 간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농경지와 농장들을 둘러보며 들었던 생각이다. 기자는 몇 주 전에 한국을 방문했었다. 한국의 올 여름은 특히나 무더웠다. 공교롭게도 한국에 있었던 7월말은 가장 뜨거웠던 때였다. 38도 39도는 기본이었고 무려 40도까지 기록했었다. 기록적인 고온과 폭염이 이어진 것이다.
 
▲ 목초가 없어 양떼들에게 건초를 주고 있는 목축업자들. ©UCA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갈수록 지구는 이상 기온현상들로 몸살들을 앓고 있다.
 
한국과는 반대로 남반구에 있는 호주는 6월, 7월이 겨울이고 겨울에는 눈 대신 비가 많이 온다. 그러나 기상이변으로 호주의 올 겨울은 이례적으로 추운 날씨가 많은데다가 최근 2~개월간 비다운 비는 오지 않아 가뭄이 극심해졌다.  
 
이러한 기상 이변으로 날씨가 추운데다가 최근 몇 달 동안 비가 오지 않으니 땅이 바싹 메말랐다. 추운겨울에 비가 오지 않아 겨울임에도 건조한 땅이 타들어 가는 것이다.
 
몇 곳의 농장들을 방문하면서 마음이 너무 아프고 안타까웠다. 말라 비틀어진 농경지와 농장을 돌아보면서 당연한 비가 이렇게 귀중한 것인가 새삼 깨달아졌다.
 
황폐해진 농장과 목축지 속에서 마주친 양과 소들은 말라 있었다. 심지어 힘이 없어 바닥에 누워있는 양인 줄 알고 가까이 가서 보았더니 죽어 있는 어린 양이었다. 먹을 것이 부족해 약한 어린 양들이 먼저 죽어 나가는 것이다.

▲ 가물어 먹지 못하는 양들이 이제는 너무 말라서 팔 수도 없는 형편이 되었다며 안타까워하는 고든 씨.      © 크리스찬리뷰 

농부의 눈물
 
더보로 가기 전 그곳에서 워킹홀리데이 청년 사역을 하고 있는 동원익 목사에게 연락을 했고, 동 목사는 교회를 쉐어하고 있는 더보침례교회 이안 목사(Ian Vippond)를 우리에게 소개해 주었다. 그리고 이안(Ian Vippond)목사는 자기 교회 성도가운데 농장을 운영하는 몇몇 사람들을 연결해 주었다.
 
첫 번째 만난 사람은 그리 크지 않은 농장(농장 규모가 1천3백 에이커라고 하는데 이정도 크기는 작은 농장이라고 한다)에서 양과 소를 기르고 있는 고든(Gordon Tremain)씨였다. 그곳 상황을 듣느라고 그와는 가기 전부터 전화 통화를 몇 번 했었다. 그래서 인지 그를 직접 만나는 것이 낯설지 않았다. 고든은 요즘 그의 상황이 힘들고 매우 고통스러울 텐데도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농장이 그리 크지 않다고 하지만 1에이커를 1천224평으로 환산한다면 근 1백60만 평(1,591,200)의 땅이다. 이 광활한 땅에 흩어져 있는 양과 소들에게 사료를 주기 위해서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부지런히 다녔다. 가물지 않았다면 양과 소들은 자유로이 땅에서 올라온 신선한 풀들을 먹고 자랄 것이다.

▲ 황폐한 땅 위에 양치기가 뿌려 놓은 사료를 먹고 있는 양떼들.     © 크리스찬리뷰

그러나 눈으로 보아도 땅은 건조하고 말라 있었다. 땅에 납작 붙은 풀들은 모두 노랗게 떠 있고 먼지만 풀풀 날리고 있었다. 먹을 것이 없는 황토빛으로 변한 땅을 흩고 있는 가축들에게 일일이 사료들을 주느라고 그는 부지런히 오토바이를 타고 넓은 땅을 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한 손에는 오토바이 핸들을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양을 안고 오는 그를 발견했다. 왜 그러냐고 물었다.

▲ NSW주는 극심한 가뭄 상태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크리스찬리뷰

“건초 사료를 먹는 양들이 건초를 먹고 물을 마시러 물 양동이 있는 곳까지 와야 하는데 기운이 없어 못 온다. 그렇게 못 걸어오는 양들을 오래 그냥 놔두면 죽는다. 그래서 못 오는 양들을 오토바이에 태워서 물을 먹여 돌려보내는 것이다.”

▲ 걷지 못하는 양을 오토바이에 태워 물을 먹이러 가는 고든 씨.     ©크리스찬리뷰
 
원래 양들은 땅에서 올라오는 신선한 풀을 먹으면 풀에 있는 수분 때문에 물을 자주 마시지 않아도 괜찮을 것인데 건초 사료를 먹고 있기 때문에 양들은 물을 마셔야 하고 영양이 시원찮은 양들은 걷기조차 힘든 지경이 된 것이다.
 
진짜로 그랬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노랗게 뜬 맨 땅에 누워 있는 양들이 제법 보였다. 그 중에는 이미 죽은 양들도 있었다. 고든의 농장에는 1천500마리의 양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벌써 많은 양들이 죽어서 지금은 정확히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얼마가 될지 모르겠다고 설명을 하는 고든 씨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원래는 2천 마리 이상 많은 양들이 있었다. 그러나 가뭄이 시작되어서 일부는 팔았다. 풀을 못 먹으니 점점 여위어 가서 헐값이라도 받고 할 수 없이 팔았다. 이제는 너무 말라서 팔 수도 없는 지경이다. 비가 안오면 오래 버틸 수 없다.”
 
그의 눈물을 보고 그냥 자리를 뜨기가 마음이 너무 아팠다. 고든의 손을 부여잡고 같이 동행했던 동 목사와 함께 간절히 기도했다.
 
“주님! 제발 비를 내려주시옵소서!” 
 
생각보다 심각한 현실
 
▲ 농기구 트랙터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크레이튼(Creigh- ton Orr) 씨.     ©크리스찬리뷰

두 번째로 만난 사람은 농기구 트랙터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크레이튼(Creigh- ton Orr) 씨이다. 고든의 농장을 나오면서 크레이튼에게 전화를 했다. 친절하게도 그는 막 일이 끝났다고 하면서 자기 집 주소를 알려 주었다. 우리 일행은 그의 집을 방문하여 편안한 분위기에서 여러 가지 질문들을 나누며 농촌의 심각한 상황들을 직접 전해들을 수 있었다.

▲ 가뭄의 고통속에 황폐해진 나이마지 아웃백 농장. ©Anita Burcher  

계속되는 가뭄으로 인해 농가에서는 빚만 잔뜩 늘어가는 현실로 새로운 농기구나 농사에 필요한 기계들은 살 엄두도 못 내고 오히려 일부 농가의 심각한 수준의 이농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돈을 마련하기 위해 농기구 긴급 세일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대형 농장의 경우에는 일하는 일꾼들을 대폭 감원하는 등 농촌의 현실은 참으로 냉혹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돕는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리고 가뭄으로 인해 농산물이 정상적으로 공급되기 까지는 일 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까지 했다. 농산물 생산자의 피해도 크지만 축산업자들의 피해가 더 심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한 달 이내에 비가 오고 연속해서 비가 와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농장을 운영하는 농부들에게는 심각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는 그의 말을 들을 때는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세 번째 만난 사람은 우연히 모텔에서였다. 체크인을 하기 위해 기다리는 중에 동양인이 더보와 같은 농촌지역에 왜 왔는지 직원이 물었다. NSW지역의 가뭄피해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왔다는 말에 옆에 있던 한 여자가 관심있게 끼어들었다.

▲ 나이마지 아웃백에서 대규모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아니타 씨     © 크리스찬리뷰

자기도 농부라는 것이다. 그녀는 더보에서 300km나 떨어진 나이마지(Nymagee) 아웃백에서 왔다고 했다. 인터뷰를 할 수 있겠냐고 물으니 흔쾌히 동의했다. 그녀의 이름은 아니타(Anita Burcher)이다.
 
농장의 크기는 무려 2만 3천 에이커(28,152,000 평)나 된다고 한다. 얼마나 큰지 짐작이 안간다. 농장 전체 둘레가 무려 40km에 달한다고 설명할 때 비로소 얼마나 큰 농장인지 상상이 갔다. 가뭄이 있기 전에는 7백 마리의 소와 3천500마리의 양을 목축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뭄이 와서 소는 헐 값에 모두 팔았고 양은 1천500마리 정도 남았다고 한다. 가뭄피해 농부들에게 긴급대출을 확대한다고 하지만 솔직히 그 혜택을 모든 농부들이 받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 자격요건을 갖추는 것이 쉽지 않아서 신청하는 모든 농부들에게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혹여 긴급대출을 받는다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정부의 대출이 오히려 농가의 채무만 늘게 하는 비생산적 대책이 될 수 있다. 농부들을 위해 뭔가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주어야 한다.”
 
▲ 퍼스에서 NSW주로 건초를 운반하는 트럭이 휴식을 위해 주차 중 건초가 쌓인 트럭 근처에 캥거루가 서있다.     
 
아니타의 눈이 벌겋게 붉어졌다. 처음 만난 사람들 앞에서 눈시울을 붉히는 것이 쑥스러운지 크게 내색하지는 않지만 안타까운 그녀의 심정을 읽을 수 있었다. 계속해서 그녀는 자기와 같이 대형농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피해가 더 크다고 하소연했다.
 
심지어는 불어나는 부채로 인해 자살하는 농부들도 있다는 것이다.
 
“대형농장을 하는 경우 가뭄이 지속되면 일 년에 1 Million(1백만 달러, 8억 정도)정도 손해 보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니 그 스트레스 때문에 농부들이 자살하는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가뭄으로 인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 이상기온으로 가뭄이 극심하여 황폐해진 목축지에 양과 소들은 먹을 것이 없어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주경식 목사가 고든 씨와 동원익 목사의 손을 잡고 비가 오게 해달라고 주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 크리스찬리뷰

근본적인 대책마련
 
올해같이 심하지는 않았지만 2005년과 2008년에도 심한 가뭄이 있었다. 그때도 정부에서는 ‘지하수 개발’을 한다느니, ‘강물 끌어들이기’, ‘빗물 저장시스템 개발’, ‘물 재활용의 의무화’, ‘바닷물의 담수화’ 등 여러 정책들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이 만약 효과적으로 운용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가뭄에 효과들을 발휘하였을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가뭄은 해가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호주는 한때 인구의 절반이 농민이었던 농업 국가였다. 현재도 농업과 광업 등 1차 산업이 발달한 나라이다.
 
특별히 NSW주는 전체 호주 농업 생산량의 1/4을 생산해 내고 있기 때문에 이번 가뭄 피해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가뭄으로 인해 농산물의 수확량이 적어지게 되면 일차 피해자는 농민들이지만 호주에서 살고 있는 우리 또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게 될 것이고 이것은 일반 서민들의 가계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에서는 가뭄에 대한 좀 더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부의 할 일이고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이 무엇이 있을까?
 
시드니로 돌아오는 길에 내내 마음이 쓰였다. 지금이라도 몇날 며칠이라도 비가 쫙하고 내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리스고우(Lithgow)를 지나는데 가는 비가 흩뿌렸다. 반가운 마음에 혹시나 하고 고든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곳 블루마운틴 인근 지역에는 비가 약간 내리는데 그쪽은 어떠냐고 물었다. 바람이 많이 불기는 하지만 비는 오지 않는다고 한다.
 
한인 커뮤니티가 할 수 있는 일
 
시드니로 돌아와서 가뭄에 대한 뉴스들을 찾아보았다. 고맙게도 여러 민간단체들에서도 구호의 손길을 펴고 있었다. 특히 서호주에서는 플라이마우스 형제교회(Plymouth Brethren)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긴급 구호팀에서 66만 불 어치의 건초를 구입하여 NSW 지역에서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콘도볼린(Condobolin)지역 농가들에게 건초사료를 긴급 공수하고 있다는 보도였다.
 
무려 2천300 건초더미이고 1천200톤에 달하는 양이다. 이런 건초를 가득 실은 23대의 트럭 행렬이 지난 8월 13일 왕복 9일 일정으로 서호주 노탐(Northam)지역을 떠났다. 운전사들도 대부분이 자원 봉사자들이라는 사실에 머리가 숙여진다.
 
그러나 이 정도 양이라도 1천 마리의 소 혹은 2만 마리의 양을 23주 먹일 분량 밖에 안된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스트라스필드 카운슬에서도 NSW주 농장 지역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모금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스트라스필드 카운슬에서 먼저 10만 달러를 기부했다는 소식이다.
 
교회에 갔더니 호주 유나이팅(Uniting Church) 교회에서도 NSW지역 농민들을 위해 주 총회장이 ‘가뭄호소 모금 및 기도’(Drought Appeal)를 선포하고 모금을 시작했다. 이러한 난국에 한인 커뮤니티도 일어나서 미약한 힘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호주의 여러 가지 복지 혜택들을 받고 살고 있는 우리들 이지만 우리는 호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 별로 큰 관심들을 못두고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이웃인 지역농민들이 어려움에 처해있다. 심지어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하는 농부들도 있다.
 
이러한 때에  호주의 모든 한인교회들이 ‘가뭄호소’ (Drought Appeal)를 선포하고 마음을 같이 하여 비 오기를 함께 기도할 수 있다면 얼마나 호주 농부들에게 위안이 될까? 더 나아가서 작은 성금이라도 거두어 전달할 수 있다면 우리의 이웃인 지역 농민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이것이 서로서로 나누며 더불어 함께 사는 아름다운 하나님의 나라의 모습이 아닐까 기대해 본다.〠

글/주경식|크리스찬리뷰 객원기자, 호주비전국제대학 Director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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