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여행의 순례자

서을식/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9/01/30 [12:37]

“또 무리에게 이르시되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Then he said to them all: "If anyone would come after me, he must deny himself and take up his cross daily and follow me.” (누가복음 9:23)
 
아무리 시드니에 산다고, 야심 차게 세운 새해의 푸른 소망, “어떻게 그렇게 빨리 시-드-니?” 주의 영광을 위해 오롯함을 지향하는 그리스도인에게 오늘 성구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출사표와 도전장
 
저는 오늘 성구를, 연초에 우리가 던진 출사표를 보고, 예수님께서 내미는 청구 명세가 담긴 도전장으로 받습니다. 시드니하버에서 낚시로 막 건져올린 고등어처럼, 싱싱함이 느껴질 정도로 날 것 그대로의 말씀이라, 강하고 예리합니다. 가감없이 전달되는 하늘의 언어를 씹어먹고, 초지일관의 가치관을 확고히 세워 영적인 순례자로 올해 멋진 여행하는 데 도움이 되시기 바랍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를 더 인정, 심취, 사랑하라’고 하면 귀가 번쩍할 텐데, 예수님께서는 ‘자기를 부인하라’고 합니다. 스스로 낮추라. 내면과 두뇌에서 일어나는 온갖 육적 욕망, 탐심, 이기심, 허영심, 다툼 등을 없애라. 살려면 오히려 죽으라고 가르칩니다.
 
자기를 드러내고 튀어, 일찍 인생 승부를 결정짓고, 성급히 열매를 모아 누리려는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온갖 육적 소욕을 버리고, 거룩한 열망으로 불타 세상과 역행하는 영적 여행의 순례자가 되어야 하는데, 그래도 따르시겠습니까?
 
날마다
 
고된 일도, 심지어 순교마저도, 한 번은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평소 확신과 주장에 걸맞은 체면이 서고, 찔린 양심을 달래는 효과도 나타납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요청은 “날마다”입니다. 일상에서 이탈을 꿈꾸는데, ‘날마다 자기를 부인하라’는 도전은 소름 끼치게 힘든 작업일 수 있습니다.
 
결심한 순간만 아니고, 매일 매 순간 밀도 있게 연속되는 삶의 시간에 주 따르는 일편단심형 영적 여행의 순례자가 되어야 하는데, 그래도 따르시겠습니까?
 
자기 십자가
 
하나님께서 빚으신 개개인이 어깨 위에 살포시 놓인 십자가를 지는 일은 아름답지만, 은은히 전하는 생활신앙의 향기만으로 만족하지는 맙시다. 십자가는 옥합이 깨지듯, 물처럼 쏟아져서 죽을 때 죽는 실제 순교를 의미합니다. 
 
‘영적인 산제사를 드리라’는 말씀에서 보듯, ‘계속 살아있으면서 계속 죽으라’는 요구는 어렵습니다. 조롱은 개의치 말고, 질시는 참고, 저항은 감수하면서, 자신에게는 감사와 보람, 하나님께는 충성과 영광이 되는 순종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자칫 쥐의 경주가 되기 쉬운 넓은 길, 넓은 문으로 치닫지 말고, 삶의 자리에서 자기 십자가 지는 생활 맞춤형 영적 여행의 순례자가 되어야 하는데, 그래도 따르시겠습니까?
 
따르라
 
봄 소풍도, 가을 산행도 아니고, 걸음마다 십자가 무게를 느끼면서 예수님께서 먼저 가신 발자취를 뒤따라오라는 요청, 이는 보통 사람들이 사회학적으로 정의된 일반 종교의 역할을 통해 기독교 신앙에서 얻고자 하는 바가 아닙니다.
 
우리는 잔뜩 부풀어 올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서 말 밀가루가 아닙니다. 말씀대로 가감 없이 순종하는 한 줌 누룩일 때, 순종의 참 능력이 나타납니다. 평생 지속하는 영적 여행에서 날마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 자기가 지고, 묵묵히 주께서 가신 길을 뒤따라 순교의 자리까지 이르는 순례자가 되어야 하는데, 그래도 따르시겠습니까?
 
“주여, 올 한 해는, 하나님의 강권적인 은혜와 함께, 스스로 부과하는 말씀 순종의 지속적인 훈련을 강도 높게 받으면서, 앞서가시는 주를 따르는 종 된 순례자로 살게 하소서.”〠


서을식|버우드소명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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