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 니마지와 코바까지

심상보/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9/06/25 [16:43]
▲ 호주의 아웃백은 구름이 손에 잡힐 듯 땅에 닿을 듯 청명한 날씨를 보여 주고 있다. 니마지 입구. ©심상보  


매일같이 똑같은 일상과 피곤에 지쳐, 일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엄두를 못하면서 카메라를 깊숙히 방치해 두었던 시간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사진을 무척이나 좋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민자의 삶이 고단한지라 일 외에 그 무엇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으리라.
 
남들은 골프나 축구, 테니스같은 운동, 낚시나 등산을 하면서 이민자의 삶을 즐기는데, 그러는 동안 오랫동안 시드니 인근만 맴돌며 이 넓은 호주 땅을 제대로 경험해 볼 수가 없었던 것을 아쉬워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번 아웃백 여행은 그동안의 시름과 아쉬움을 해갈하게 된 좋은 기회가 되었다.

 

▲ 4박 5일 동안 지냈던 Four Corners Farm Stay 입구 안내판 ©심상보


이번 여행을 간 최종 목적지는 니마지(Nymagee)라는 내륙이었다. 시드니에서 700km 정도 되는 먼 거리였다. 단번에, 그것도 하루에 차를 운전해서 가기에는 너무나 먼 거리이기도 하고, 주일 오후에 출발했기에 더보(Dubbo)에서 1박을 해야만 했다.
 
시드니에서 더보까지만 해도 400여km가 되는지라 상당한 시간을 소요했고, 다시 니마지로 가는 여정도 다음 날 한낮에야 도착했다. 함께 여행에 동참한 멤버들은 대다수가 60대 이상의 노년들이라 버거운 일정들을 소화해 낼지에 대해 건강상의 문제를 염려했었다.
 
그러나 사진을 사랑하는 마음과 사진을 찍고자 하는 열정이 나이와 염려들을 충분히 뛰어넘게 된 여행이 되었다. 니마지에서 숙식하는 동안 다시 100여 킬로를 더 들어가 코바(Cobar) 지역의 거대 광산까지 여행을 했다. 이번 여행으로 총 1천800km 이상을 이동했다.

 

▲ 아웃백의 다양한 모습들. ©심상보    


내륙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땅의 색깔이 점점 황토색으로 변했다. 구글 어스로 보았을 때, ‘왜 호주 내륙은 붉은 색일까?’라는 의문을 가졌었고 이전에는 단순히 강수량이 적어 땅이 메말라 바위들이 많아서인 줄 알았는데 직접 가서 보니 땅의 흙 자체가 내륙으로 들어갈수록 붉은 색을 띤 진한 황토색이었다.
 
사진을 찍었을 때, 절반의 구도로 붉은 땅과 파란 하늘을 보면 정말 아름다운 대조가 되었다. 거기에다 하얀 뭉개구름이 둥실둥실 떠 있는 모습은 시드니에서 전혀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또한 사방을 보아도 평평한 지역이라 지평선까지 훤히 보이는 지형특성상 구름이 마치 나지막히 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말 그대로 ‘구름이 낮다’였다.

 

▲ 아웃백 도로를 달리는 트럭이 흙먼지를 날리며 질주하고 있다. ©심상보


 
이 시원한 내륙의 모습은 아마도 오랫동안 눈과 가슴 속에 자리잡혀 있을 듯하다. 그리고 달리고 달려도 끝없는 지평선은 마치 먼 곳에 바다가 있을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였다. 그러나 그 지평선을 넘어가면 또 다시 똑같은 지평선을 만나게 되어 호주 대륙이 이토록 넓고 광활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니마지에서 만난 아니타 (Anita Brucher)

 
다행히 우리가 간 니마지 지역에는 비포장 도로가 조금밖에 없어서 이동에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비가 아주 적게 오는 지역이다 보니 식수 이외에는 지붕의 빗물을 저장해 두었다가 빨래와 샤워를 하는데 우리가 본 모든 물은 황토빛 물이었다.
 
지붕에 황토먼지가 가득하니 비가 올 때, 그 황토 먼지가 다 쓸려내려 물탱크에 저장된 것이다. 처음에는 도무지 씻지도 못하다가 결국은 몸에 좋은 황토팩을 한다고 여기고 그 물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땅 자체가 황토에 진흙이다 보니 비가 없을 때에는 황토 먼지가 사방에 있었다. 심지어 주방이나 화장실, 방안까지도 황토 흙먼지가 쌓여있었다. 진흙이지만 가뭄으로 메말라 차가 다닌 도로에는 마치 콘크리트 도로처럼 단단했다.
 
하루는 이슬비가 종일 왔는데 그 적은 비에도 물웅덩이가 패이고 웅덩이는 마치 발이 푹 빠질 정도로 쉽게 패였다. 그래서 이슬비 오는 날은 오프로드로 차량운행을 할 수가 없기에 주인 아니타 씨 친구의 어마어마하게 큰 농장구경을 하지 못했다.

 

▲ 니마지 목장의 일몰. ©심상보


아니타는 지난해 크리스찬리뷰에 한 번 소개된 적 있다. 내륙의 극심한 가뭄으로 수많은 양을 처분해야 했던 사연을 소개할 때의 농장 주인이었다.
 
아니타는 이곳에 20년 동안 살아왔다고 한다. 수천 마리나 되던 양과 소떼는 지난해 가뭄으로 다 처분하고 겨우 300여 마리만 남겨두고 있다.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같은 여행객이나 사냥꾼들에게 숙소를 빌려주고 바로 옆 마을의 금광에 취직해 일을 하고 있었다.
 
하루는 그 지역을 안내해 주면서 자신이 일하고 있는 금광을 구경시켜 주기도 했다. 원래는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해 왔는데 자신의 손님으로 온 사진가 일행에게 금광과 작업현장을 보여주기 위해 사장에게 특별히 부탁한 것이다.

 

▲ 구리, 붉은땅을 의미하는 코바(Cobar). 코바 입구에 있는 광산. ©심상보    


아니타의 농장 중 집이 속해있는 땅은 사방이 8킬로나 되는 엄청난 땅이었다. 그런데 더 큰 농장을 구경시켜 준다고 약속했는데 이슬비 때문에 취소된 것이다. 우리 일행이 가려고 했던 땅은 100만 에이커, 즉 한국의 여의도 1천500배의 크기이다. 그야말로 한 나라의 땅 만한 크기인데 그래도 재산의 가치는 없다고 한다. 농사를 지을 수도 없고, 강수량이 적어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그런 땅을 누가 사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 아무리 땅부자라 해도 그건 돈 안 되는 땅일 수밖에....

 
아웃백 촬영

 
아웃백이라는 특별함이 마음을 설레게 했지만 사진을 찍을 소재는 한편으로는 매우 단순했다. 특별한 관광지나 역사적인 그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니고 행사나 사람들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아웃백을 경험하고, 그곳의 점점 쇠락해가는 농촌의 모습을 담을 뿐이었고 그 지역의 딱한 사정과 농부들의 마음을 사진으로 담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길거리마다 차량과 충돌하여 죽어간 수많은 캉가루들, 들판에는 야생 염소들이 엄청난 수로 증가하고 있었고 숲과 들판에는 야생 딩고와 새들에게 밥이 된 야생염소의 숱한 뼈조각들을 어디서든지 쉽게 볼 만큼 흔했다. 이 야생염소를 사냥하는 사냥꾼, 그리고 야생염소를 포획하여 마리당 40불에 팔아 생활하는 목축인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야생염소를 잡기 위해 큰 돈을 들여 큰 연못을 만들고 소금을 놓아 염소를 유인하여 포획한다고 한다.

 

▲ 빗물을 큰통에 받아 동물들에게 물과 소금(가운데)을 공급해 주며 목축인들은 야생 염소를 포획한다©심상보    

 

▲ 니마지 목장의 새벽 별. ©심상보    

 

▲ 코바 광산 (Great Cobar Copper Mine) ©심상보    


아웃백에서 얻은 가장 큰 사진에 대한 소득은 야간 별사진과 일출과 일몰사진이었다. 별사진은 시간상 칠흙같이 어두워야 하는 조건 때문에 아웃백이야말로 별사진을 담기에는 최고의 조건이었다. 그러나 달이 떠 있는 시간이 초저녁이라 달이 지는 새벽 시간을 이용해야 하기에 새벽 4시에 일어나 별사진을 촬영하다가 동이 터 오면 다시 일출 포인트로 이동하여 일출 장면까지 매일 총 3시간 동안 추위에 떨며 힘든 작업을 해야 했다.
 
낮에는 이리저리 사진촬영을 다니다가도 일몰시간이 되면 즉시 적정한 촬영지를 찾아 일몰을 담기도 했다. 별 사진을 찍으며 이토록 별이 많은 줄은,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일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새벽하늘의 별들과 일출, 일몰의 아름다움을 온 열정으로 찍는 사진가들이 더 없이 행복해 보였다.
 
사진가에게는 각자만의 프레임과 사진의 느낌, 또는 표현의 방식이 다르다. 동일한 장면을 담는다 할지라도 각자 서로 다른 작품들과 다른 느낌의 사진이 나온다. 그래서 여럿이서 함께 사진을 찍으면 참 많은 이로움이 있다. 서로가 찍은 결과물을 비교해보며 서로의 방식과 의도, 등을 나누고 기술들을 가르쳐주고 배우게 된다.
 
또한 장비에 대한 비교와 장비 사용에 대해 서로의 정보 나눔은 훌륭한 가르침들이 되고 다른 어떤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특별한 경험이었다.
 
5박 6일간 함께 숙식하며 여행하고, 함께 사진을 담으면서 사진을 왜 찍게 되는지, 왜 이런 재능과 열정을 주셨는지도 깨닫게 된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세계를 눈으로 보고 사진을 담으면서 이 좋은 재능들이 단순히 즐기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교회와 지역사회와 이웃을 섬기는 일에 활용되기를, 그리고 나아가 하나님을 전하고 생명을 살리는 일, 선교지에서 더욱 귀하게 사용되어 교회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역이 되기를 다짐해 본다.〠


글·사진/심상보 사진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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