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선교사의 감동

글|박양제·유미, 사진|권순형 | 입력 : 2019/07/29 [14:49]

 

캄보디아 헤브론병원으로 15차 사진 선교 사역(7월 7일~16일)을 다녀왔다. 헤브론병원은 매번 갈 때마다 감동의 선교현장인데 이번에는 특별한 감동과 보람이 있었다.

크리스찬리뷰가 지난 2015년 2월부터 헤브론병원을 취재해서 인터넷에 올려놓은 글과 사진들을 통해 5명의 선교사들이 헤브론병원에서 헌신하고 있었다.  

지난 2월부터 백학, 백금자 선교사 부부(시드니온누리교회)가 헤브론병원의 시설관리와 주방봉사로 헌신하고 있으며,  5월 12일 고현교회(거제도)에서 선교사(KPM) 파송예배를 드린 후 5월 29일 헤브론병원에 도착한 박양제(치과의사), 유미(약사) 부부 선교사(KPM), 그리고 6개월을 봉사하기 위해 약속한 정형외과 의사 박종후 박사(순천하나병원 원장)가 그들이다.

아래의 글은 유미 선교사와의 미니 인터뷰와 함께 박양제·유미 선교사 부부가 선교사로 지원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과 선교지에 도착해서 지인들에게 보낸 선교 편지를 요약한 내용을 소개한다.<편집자주>

 

▲ 거제에서 잘나가던 치과병원과 약국을 정리하고 캄보디아 헤브론병원에서 의료 선교사로서 새로운삶을 시작한 박양제·유미 선교사 부부.     © 크리스찬리뷰


<유미 선교사 미니 인터뷰>


- 헤브론병원 선교사로 자원하셨는데 인터넷에서 크리스찬리뷰 기사를 보고 어떤 영향을 받으셨나요?
 
 “크리스찬리뷰 기사 다 봤어요. 헤브론병원의 일상을 취재를 해주셨잖아요. 일단은 그분들의 삶이 감동이구요. 평범한 사람도 평신도 선교사로 헌신할 수 있는 용기를 많이 주었습니다.

왜냐하면 특별한 사람만 선교사로 가는 줄 알았는데 평범한 삶을 살던 사람들이 선교지에 가서 헌신할 수 있고, 은사가 있는 분들도 있고 없는 분들도 있는데 그들이 엮여서 사역하는 모습을 잘 묘사해 주셔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 헤브론병원에 오신지 한 달이 조금 지났는데 생활해 보니 어떤신가요?
 
“잘 온 것 같습니다. 선교사도 밀월기간이 있다고 들었는데 처음가면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고 존경스럽게 보인다고요.  김우정 원장님께서 일 년만 준비하고 들어오라고 하셨어요. 저희는 선교훈련이란 것을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일 년이란 기간이 훈련을 받든 안받든 기도하고 선교 현장의 정보도 찾아보는 기간이라고 생각이 들고, 교회나 교단에서 저희를 파송해 주는데도 시간이 필요한데 원장님이 말씀하신 일 년이라는 시간이 딱 그 기간 안에 되었어요.
 
그런데 선교 현장에 와서 보니 그 짧은 시간에 다 해결하고 왔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어요. 선교 훈련을 받고 몇 년을 준비해도 사역지를 찾지 못하는 분도 계시다는데, 저희는 중간에 위기감도 있었지만 나름대로는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하나님께서 늦었다고 생각하셔서 치밀하고도 빨리 진행시키신 것 같습니다.”
 
- 치과와 약국은 어떻게 정리하셨나요?
 
“약국은 복합건물에 남편의 치과와 같이 있었습니다. 정리하고 나오려했는데 여러 어려운 사정들이 있던 중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약사가 제가 선교를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와서 관리약사 형태로 일하고 있습니다.”
 
- 이삿짐을 보니 장롱을 비롯해 완전 이민 짐이라 아주 살러 오신 분 같던데요.

▲ 캄보디아에 보내온 장농을 비롯한 생활용품이 기득한 이삿짐을 정리하는 박양제·유미 선교사 부부.     © 크리스찬리뷰


“맞아요. 살러 왔어요. 처음부터 우리 남편이 은퇴하면 선교하러 가겠다라고 했었는데 그것이 이루어질지는 저도 반신반의했지만  하나님이 허락하셨고 기회를 주셨는데 계획보다는 앞당겨졌어요. 남편은 삶의 십일조를 하겠다고 서원했으니 허락하시면 8년 이상은 하겠지요.
 
짐은 안 가져오고 와서 사려했는데 갖고 오는 것이 좋겠다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대부분의 살림살이를 갖고 왔어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시간과 노력을,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니 너무 낭비니까 일단 갖고 왔더니 잘 갖고 왔다는 생각입니다.”

 
<선교 편지>

 
2019년 3월 3일 | 캄보디아 정탐 여행

 
3월 3일(일)부터 3월 8일(금)까지 캄보디아 헤브론병원에 다녀옵니다. 지난 3월에는 부르심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면 이번에는 당회에서 파송을 결정해 주셨으니 구체적 준비를 위함입니다.
 
숙소도 정하고, 어떤 걸 가져가야 하고, 어떤 걸 현지에서 구입할지 알아보고 또 오래 기다리신 분들을 위해 지체없이 진료를 시작하려면 우선 준비해 가야 할 기구와 소모품 리스트를 작성하고 프놈펜 치과계를 좀 둘러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치과대학, 기공, 수가, 환자들의 니즈 등등...
 
어쩌면 막연하기도 한데 주님의 인도하심을 믿고 나아갑니다. 짧은 일정이지만 꼭 필요한 분들을 만나게 해 주시고 알아야 할 것들을 명확히 보여주시며, 무엇보다 저희에게 그것들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을 허락하시기를, 주님이 늘 우리와 동행하시며 우리의 발걸음을 주님이 기뻐하신다는 증거를 보여 주시기를, 영육 간에 강건함을 허락하셔서 모든 일정을 잘 마치고 돌아오도록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 기도를 힘입어 잘 다녀오겠습니다.

 
3월 9일(토) | 잘 다녀왔습니다

 
기도해 주셔서 잘 다녀왔습니다. 첫 날은 프놈펜 시내에 치과를 개업한 한인 선교사가 다른 일로 병원에 왔다가 직접 저희를 데려다가 본인 치과를 보여주고 수가표도 내어주고, 프놈펜 치과계에 대한 정보와 본인의 비전에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 지난 3월 헤브론병원 방문 중 월요 직원예배에 참석한 박양제·유미 선교사 부부.     © 크리스찬리뷰


다음날엔 헤브론병원에 근무하는 여자 치과의사 보페악(Dr. Khun Bopheak) 씨가 자기 남편의 현지 치과도 가보겠냐고 먼저 제안을 해서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오래 몸담았던 한국치과교정연구회 로고가 찍인 셔츠를 입고 있는 겁니다. 그 코스를 수료하고 한국에 가서 연수를 받은 적도 있는데 강의만 듣고 실습은 못해서 진료에 적용하지 못한다고 아쉬워했습니다.
 
바로 남편이 하려는 현지 치과의사들을 직접 가르치는 사역이 필요하다는 것과 배우려는 사람을 직접 보여주신 거죠.
 
수요일엔 헤브론병원에서 봉사하고 싶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못하고 계신 치과의사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부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에 가서 우연히 만났는데 알고보니 같은 강남구에서 치과를 하시던, 남편의 중고교 1년 선배였습니다.
 
환자를 못본지 10년 되었다는 그 선배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할 수 없는 때가 오리라는 당연한 현실을 다시 깨달았고, 불러주신 은혜가 얼마나 큰지를 절감하였습니다.

▲ 사진선교 비전트립을 위해 헤브론병원을 찾은 유창선 집사(오른쪽 2번째)를 박영제 박사가 잇몸치료를 해 주었다. 왼쪽부터 박정규 장로, 권순형 발행인, 환자 가족, 문선연 목사(헤브론병원 원목)     © 크리스찬리뷰


여러 가지 기도제목을 올려드렸지만, 실은 미리 실질적인 약속을 하나도 잡지 못한채 급히 떠난 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요청하기 전에 필요한 사람들이 찾아와 주기도 하고 또 일정이 겹치거나 무리하지도 않게 모든 기도에 응답을 주셨습니다. 밤늦게까지 보여주신 것들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기도했고 아침이면 솔루션을 보여주셨습니다.
 
참! 치유의 은사를 베풀기도 했어요~
 
이번에는 진료는 하지 않았는데 사진선교의 비전트립을 온 유창선이란 젊은 기자가 너무 아파해서 잇몸 치료를 조금해 줬더니 다음날 의사도 환자도 놀랄 정도로 깨끗해져서 주님을 높이는 일이 있었답니다. 내내 따라다니며 이건 우연이 아니라고, 늘 기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3월 15일(금) | 서울로 출발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이번엔 양가 부모님께 선교간다고 이실직고하고 부모님들 교회랑 서울서 섬기던 교회에 말씀드리러 갑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KPM(고신총회 세계선교회)에 면접도 있구요.
 
부모님이 가문의 영광으로 받아들여 주시기를, 서울의 교회들도 저희를 기쁘게 파송해 주시기를, KPM에서의 절차도 잘 진행되기를 기도 부탁드립니다.

 
3월 18일(월) | 충격이 크신 양가 부모님

 
'서울 사역'을 마치고 거제로 가는 길입니다. 양가 부모님께 말씀드렸습니다. 두 분 모두 충격이 너무 크신 듯 해서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도 권사이신 친정 어머니는 주일날 앞장서서 담임목사님께 데리고 가서 선교간다고 말씀드리고 축복기도를 받게 해주셨습니다.
 
93세이신 시아버님은 탄식 같은 깊은 한숨을 내쉬시고 "내가 몸이 예전같지 않다"라고 하시네요.
 
성령님이 두 분의 마음을 잡아주셔서 충격으로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포기'가 아니라 '기쁨과 자랑'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저희에게도 지혜와 능력을 더하셔서 어른들의 불안 두려움을 잠재우고 하나님 나라의 일에 참여하는 기쁨을 같이 누리시게 할 수 있도록 계속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기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5월 12일(주일) | 파송예배

▲ 고현교회(거제도)에서 열린 박양제·유미 선교사 파송예배 후 기념촬영 (2019. 5.12) ©박양제    


고현교회 은혜홀에서 박양제·유미 선교사의 파송예배가 오후 4시에 열렸다. 이날 유미·박양제 선교사는 다음과 같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거제도로 온지 15년이 되었습니다. 고현교회가 서울에서 섬기던 교회와 다른 점이 있었지만 선교에 대한 비전이 있는 교회였습니다. 말뿐 아니라 실천하는 교회였습니다. 200명이 넘는 파송 후원 선교사와 수 많은 선교사들이 다녀가셨습니다.
 
일당백 권사님들은 정말 많은 일들을 하시는데 권사 중 가장 막내 권사인 저를 선교사로 보내시는 것은 누구나 선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언젠가 선교사 비전을 품으셨던 여러분들에게 불을 전해 드리는 것이 제 첫 사명인 것 같습니다.
 
빙산의 일각, 선교사가 일각이라면 고현교회는 구각, 물밑의 90%가 없으면, 있어도 분리된다면 금방 녹아 없어질 것입니다. 거리상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 덩어리 빙산임을 잊지 않겠으니 여러분도 저희를 잊지 말아 주십시오.” (유미 선교사)
 
“저는 네 가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너무 부족한 저희 부부를 선교사로 부르시고 그 부르심에 순종할 수 있도록 믿음과 용기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두 번째는 저희 부부가 선교사로서의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인도하여주신 고현교회 담임목사님과 성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세 번째는 파송예배 드리기 전주에 치매로 병상에 계신 어머님께 선교사로 나간다고 귀에 대고 말씀드렸을 때 기뻐서 밝게 웃어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와 함께 흔쾌히 선교사로 섬기겠다고 허락해 준 사랑하는 아내에게 감사합니다.”(박양제 선교사)

 
5월 24일(금) | 이삿짐을 보내고

 
이제 이삿짐을 내보내고 서울로 갑니다. 텅빈 집을 바라보니 왠지 눈물이 나서 기도를 올렸습니다. 좋은 집과 환경을 허락하셔서 15년간 잘 누리고 이제 다음 여정을 떠나게 하시니 여러 가지 감사가 차올랐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지며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분들에게서 두 번, 세 번씩 만나고 밥도 같이 먹고 찾아와 준 분들에게서 카톡이며 전화로 부탁드린 기도제목들을 잊지 않고 되물어주시는 분들에게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도와 후원을 약속해준 분들에게서 그저 손을 꼭 잡아주고 힘껏 안아주고 등을 토닥여준 분들에게서 깨달은 것은 아! 내가 "이 분들을 통해 주님의 사랑"을 받고 있구나~
 
주님의 사랑과 위로, 격려를 전해주신 동역자들께 감사드리며 이 감동을 같이 누리고 싶습니다. 넓은 품을 내어주시는 주님을 찬양합니다.

 
5월 29일(수) | 헤브론병원 도착

 
많은 분들의 기도와 후원으로 헤브론병원에 잘 도착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의 간증 하나!
 
탑승시간이 임박해 서둘러 탑승구로 가다가 옆을 보니 남편이 없는 겁니다. 돌아보니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있는 곳에서 남편이 손짓을 해서 가봤더니, 할머니 한 분이 목에 가시가 박혀 119구급대원 서너 명이 출동해서 고생하는 중이었습니다.
 
남편이 "치과의사인데 잠깐 봅시다" 하더니 핸드폰 불빛을 비추며 핀셋으로 단번에 가시를 빼주고는 할머니 가족들의 고맙다는 인사를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뛰듯이 이동해서 마지막으로 겨우 탑승했습니다.

▲ 헤브론병원의 선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단합대회를 가졌다.     © 크리스찬리뷰


탑승 후 숨 좀 돌리고 나서 "울 남편 쫌 멋진데요" 했더니 본인도 어떻게 바로 발견하고 단번에 제거했는지 신기하답니다. 또 우리가 게이트에 여유있게 미리 가 있었다면 그 할머니를 못 만났을 텐데, 이렇게 주님은 "니가 하는 게 아니다. 내가 다 하는 거다" 라시며... 첫 발을 디디는 저희를 격려하시네요.
 
자상하고 세심하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 치과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박영제 선교사.     © 크리스찬리뷰

 

 
6월 2일(주일) | 헤브론교회 첫 주일 예배

 
오늘은 헤브론병원에서 첫 주일입니다! 헤브론교회에서 오전 11시 주일예배를 드렸습니다.
 
병원 3층에 아담한 예배실에서 원목이신 문선연 목사님이 창세기 25:1~11을 본문으로 아브라함의 죽음에 대해 말씀을 전해 주셨습니다.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다음 세대에게 받은 은혜를 전해주는 축복의 통로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예배 후 병원 식당에서 간단하지만 맛있는 점심이 제공되었습니다. 한 사람씩 당번을 정해 메뉴도 비용도 알아서! 봉사한다고 합니다. 교회의 규모가 작아지고 적은 사람이 모였지만 믿음의 사람들이라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하나님의 임재를 확신하며 드리는 예배는 참 다정했습니다.
 
평일 아침은 오전 7시 30분 큐티모임으로 하루가 시작됩니다. 한국어, 영어, 크메르어 3가지 큐티 모임이 있어서 이 방 저 방에서 서로 다른 언어의 찬양이 들리고 병원마당 환자 대기공간에 세워진 크메르교회에서도 예배가 드려지는 헤브론의 아침이 참 은혜롭습니다.

 
 6월 9일(주일) | 정상 근무 중

 
저희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러 동역자님들이 기도하시며 물어주셔서 보고드려요. 너무 자주 한다 그럴까봐 자제하고 있었는데...
 
아직 짐이 안 와서 소꿉장난 하듯이 살고 있어요. 오늘은 이상하게 가늘고 길다란 배추 두 포기 사다가 옆집서 준 멸치 몇 마리 넣고 배추국 끓여 먹었어요. 스스로 너무 대견해 하면서.
 
지난 주(6월 2일, 월)부터 정상근무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치과 곳곳에 방치되었던 물품들을 꺼내 정리하느라 바쁩니다. 오랫동안 여러 사람 손을 거쳤고 사입한 것과 도네이션 받은 것들이 뒤섞여 히스토리를 알 수 없는 것들도 많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문의하며 폐기를 진행하고 있죠. 골치 많이 아플 것 같은데, 38년 전 보건소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며 여유있어 보여 감사하지요.
 
약국은 어디나 늘 바쁘지만 나름 체계가 잡혀있어 낯설지 않아 쉽게 적응했습니다. 다만 전산시스템에 문제가 많이 눈에 띄어서 제가 할 일을 보여주시나보다 하고 있지요.
 
아직 차도 없고 길도 서툴러 병원 안에만 있는데도 여러 선교사님들을 만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 있지요. 봉사하러 오시기도 하고 환자를 데려오시기도 하고 또는 선교사님이 진료받으러 오시기도 하구요.
 
비자발급과 통관이 시간에 맞추어 잘 진행되기를, 병원에서 저희의 역할을 충실히 잘 해낼 수 있기를, 모든 것이 하나님을 높이는 일이 되기를 기도 부탁드립니다.

 
7월 2일(화) | 심장수술 환자의 응급 상황

 
며칠 전, 소아과 닥터 릴리가 19세 심장병 환자를 치과로 데려왔는데, 12세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발육이 부진한 상태였다네요. 반드시 치과 치료가 선행되어야 하는 심장수술이 예정된 환자였죠. 잇몸의 염증이 심장판막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는 케이스가 많거든요.
 
염증이 깊어 심장 수술하려면 발치가 급한 상황인데 스케일링만 하려 해도 겁을 내서 심박동이 불규칙해지고 몸이 너무 허약해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

 

▲ 약국에서 근무하는 유미 선교사(왼쪽).     © 크리스찬리뷰


이미 며칠 전 심장 수술 환자의 응급 상황을 겪은 치과의 닥터 보페악은 진료를 포기하자고 하고... 소아과 닥터가 환자에게 그럼 이번엔 수술이 불가능하니 다음 기회에 수술하자고 통보하니 18년간 고통을 겪으며 오래 기다려서 겨우 차례가 된 환자와 보호자 모두 너무 낙심하는 것이 참 안쓰러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학동기인 구강외과 교수와 케이스를 공유하게 되었고 교수가 심장병력을 보자더니 다행히 판막이 아니라 구멍을 메우는 수술이니 한 번 시도해 보자고... 통증을 느끼면 심장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마취가 잘 되어야 하지만 몸이 약해 마취약의 용량을 늘릴 수 없으므로, 제한된 용량으로 마취가 충분히 되지 않으면 포기하기로 하고 시작했는데 감사하게도 성공했답니다.

 

▲ : 19세 소녀 쏘우 양(오른쪽)은 잇몸의 염증이 심장판막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심장수술을 하려면 발치를 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몸이 너무 허약해 수술을 포기하려 했지만 환자와 의사, 한국의 의료진까지 협진하여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이후 쏘우 양은 건강이 회복되어 가고 있던 중 외래진료를 받기 위해 엄마(왼쪽 2번째)와 함께 병원을 찾아와 박양제 선교사와 보페악 의사(왼쪽)를 만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 크리스찬리뷰


환자도 의사도 없던 용기를 내고, 서울의 교수까지 협진하여 오래 고대하던 심장수술이 가능하게 된 거죠! 환자와 보호자가 너무 기뻐하는 모습과 "오히려 그 아이가 얼마나 낙심하겠냐"며 냉정한 방어적 진료를 해야하는 교수 친구가 긍휼한 마음을 보이며 위험을 무릅쓰고 적극적 치료를 추진하니 초보 선교사가 오히려 감동을 받았습니다.
 
주님은 이렇게 사람을 키우며 쓰시네요. 꼭 필요한 돕는 사람을 붙여주시며 사역은 역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고 주님이 다~ 하시네요.
 
참고로 헤브론병원에서는 1년에 7~8차례 거의 100여 건의 심장수술이 이루어집니다. 주님의 은혜로 분당서울대병원을 비롯한 한국의 대형병원의 심장수술팀들이 스케쥴을 조정하여 캄보디아까지 날아와 수술하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7월 9일(화) | 심장 수술 성공

 
무사히 심장수술을 마친 뎀 쏘우(Dem Sou)입니다. 이번에 충남대 심장팀이 와서 수술했는데, 집도의도 심장의 구멍이 이렇게 큰 것은 본 적이 없다고 하네요. 대개는 어려서 발견되어 수술하게 되니까요. 19세까지 버텼으니 구멍도 고통도 점점 커졌겠지요. 실제로 고혈압도 너무 심해서 수술이 가능할지 끝까지 고심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되었고 중환자실에서 하루 만에 저렇게 일어나 앉아 식사하는 모습이 너무 감사하지요. 오늘 일반 병실로 올라왔다고 해서 치과에서 회진을 갔습니다. 활짝 웃는 모녀의 모습이 정말 기쁩니다. 이 기쁨이 주님을 향한 감사로 이어지기를 주님을 높이는 일에 증거가 되어주기를 기도합니다.
 
같이 수술받은 환자들도 같은 은혜로 잘 회복되기를, 또한 어렵고 복잡한 수술이 많아서 식사하러 나갈 시간도 잠잘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신 충남대 심장수술팀들이 일상에 복귀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힘 주시고 헤브론에서 경험한 주님 주신 은혜로 선한 영향력을 본인과 주위에 흘려보내는 통로가 되어주시기를 같이 기도해 주십시오.

 
7/15(월)~18(목) | 17명에게 의치 장착

 

▲ 박양제 선교사가 의치제작 봉사를 위해 헤브론병원을 찾아 온 신구대 치공팀을 맞아 환영인사를 전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신구대 치기공팀이 의치제작 봉사를 왔습니다. 미리 헤브론병원에서 형편이 어려워 의치를 해본 적이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17명을 선정해 놓았고8명의 지도교수들과 21명의 치기공과 학생들이 병원 3층에 임시 기공실을 차려서, 월요일에 치과에서 인상을 떠주면, 기공실에서 틀니틀을 만들어 환자에게 맞춰보고 화요일엔 왁스로 만든 의치를 환자에게 장착해서 확인한 후, 밤늦게까지 환자가 사용할 의치를 제작하여 수요일에 완성된 의치를 환자들에게 장착시켜 주고, 하루동안 사용해 보게 한 뒤 목요일에 불편한 곳은 없는지 체크하여 조절하는 것까지, 매일 병원에 내원해야 하는 환자들과 봉사팀, 헤브론 치과팀까지 정말 숨가쁜 강행군이었습니다.

 

▲ 의치를 장착한 환자들이 10-20년은 젊어 보인다. Before & After ©박양제    


하지만, Before 와 After가 20년은 젊어보이는 환자들을 보면서 환자 봉사자 병원팀 모두 너무 보람을 느끼며 기뻐했습니다. 외모뿐 아니라 먹는 것이 달라져 전체적인 건강이 좋아지니 삶의 질도 향상되겠지요.

 

▲ 의치를 장착하는 박영제 선교사     © 크리스찬리뷰

 

▲ 의치 틀을 뜨는 신구대 치공팀     © 크리스찬리뷰


헤브론병원이 베이스 캠프의 역할을 잘 수행해서 짧은 방문 일정에도 효울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것이 참 감사했습니다. 또 임시 기공실의 설비들을 이용해서 보강하면 원래 계획했던 기공실을 좀 더 빨리 세팅할 수 있게 될 것 같아 더욱 감사가 넘칩니다.
 
혜택을 받은 환자들은 물론이고 선교병원을 체험한 봉사팀의 사람들에게도 주님의 사랑이 전해지도록, 헤브론병원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교의 길을 보여주고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 수 있도록, 이미 주님이 예비해 놓으신 사역에 필요한 사람과 물자들이 날실과 씨실처럼 잘 엮어져 나갈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글/박양제·유미|헤브론병원 선교사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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