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김훈/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9/07/29 [15:31]

Q: 오래전 여자 친구를 상실한 경험이 저에게 너무도 큰 상처가 되어서 잠도 못자고 이전의 나의 지난 모습 전체를 부정하고 싶어집니다. 아직도 너무 괴롭습니다.

 

A: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데 그 경험 중에 때로는 상처를 받기도 하고 해야 하는 많은 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지만 대부분 어려움들을 잘 이겨냅니다.
 
그것은 우리 인간에게 있는 기억을 처리하는 기능 때문입니다. 하루에 있었던 경험을 필요한 것은 저장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처리하면서 적절하게 정보들을 처리하는 놀라운 기능을 인간의 뇌는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어떤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할 때 그 사건이 뇌의 일반적인 기능을 압도해 버리면 뇌는 그 경험을 적절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그때 경험한 감정, 믿음, 행동을 생생하고 강하게 기억함으로 말미암아 현재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여자 친구와의 헤어짐이 아픈 경험이지만 뇌에서 적절하게 기억을 잘 처리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을 수 있습니다. 아픈 경험을 교훈 삼아 앞으로의 삶에서 더 건강한 선택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것입니다.
 
아마존의 심리학 분야 베스트 셀러 중에 하나였던 ‘트라우마, 내가 나를 더 아프게 할 때’라는 책은 뇌의 정리가 되지 않은 부정적 기억 즉, 과거의 트라우마를 EM DR (Eye Movement Desentization Reprocessing) 기법으로 치유할 때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제일 첫 장은 처리되지 않은 무의식적 기억이 나를 지배한다는 제목으로 세 사람의 사례를 설명하는데 이들 모두 성인으로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일 것 같은데 처리되지 않은 과거의 무의식적 기억으로 인해 삶에서 부정적인 행동 패턴을 가지게 된 것을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처리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처리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생각하면 과거의 아픈 경험이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현재의 삶의 감정, 사고, 행동에 강한 부정적인 영향으로 반응되어진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댁식구와의 갈등을 겪은 사람이 시댁이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갑자기 차가와지고 가슴이 많이 답답해진다면 그것은 처리가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처리가 되었다는 것은 과거의 나쁜 경험이 내 안에서 충분한 처리 과정을 거쳐서 이해되어지고 통합되어져서 감정적으로 생각으로 행동으로 적절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마음에 떠올리기만 해도 극도한 분노가 올라왔는데 이제는 약간의 불편함은 있지만 담담하고 그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생긴다면 적절한 처리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에 소개한 책에서는 적절한 처리가 된 것을 ‘적응적 해결’(adaptive resolution)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정서적 혼란을 경험했을 때 뇌에 있는 치유를 위한 메커니즘인 적응적 정보 처리 시스템이 잘 작동해서 삶에 잘 적응하도록 부정적 경험을 소화해서 성장하는 학습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입니다.
 
만약 내 안에 처리되지 않은 기억이 있다고 여겨진다면 또는 기억은 특별히 나지 않지만 가끔 이성적이지 않은 부정적 생각, 감정, 행동에 무의식적으로 강하게 반응하는 나의 모습을 본다면 내 안에는 어쩌면 처리가 필요한 기억들이 뇌에 저장되어 나를 괴롭히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이런 분들은 EMDR 치료사를 통해 기억 치료를 받거나 아니면 가까운 지역의 상담사를 통해 충분한 트라우마 치유를 통해 자신의 기억을 적절히 다루어 더 이상 과거가 현재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건강한 기억 그리고 적응적 해결이 모두의 삶에 가득하기를 기대합니다.〠


김훈|호주기독교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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