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을 넘어

이태형/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9/09/24 [17:54]

이찬수 분당우리교회 목사는 지난 6월 몇 주간 주일 설교에서 동성애에 대해 언급했다. 이 교회 부목사가 동성애에 대한, 더 정확히는 동성애 반대 운동을 펼치는 분들에 대해 부적절한 언급을 함으로써 촉발된 사태의 파장이 생각보다 너무 넓게 확산되자 주일 강단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반동성애운동에 분당우리교회가 적극적으로 동참할 의사도 피력했다. 때론 울먹이면서, 때론 단호하게 “나는 좌파 목사가 아닙니다. 우파 목사도 아닙니다. 나는 오직 예수파입니다”라고도 말했다.
 
몇 주간 그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까지 해야 했다. ‘프레임의 덫’에 빠지면 거기서 헤어 나오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해야 한다. 이 목사에게 ‘친 동성애 목사’ ‘좌파 목사’의 프레임이 씌워진 것이다.
 
물론 이는 이 목사의 실체와는 전혀 다르다. 내가 아는 이 목사는 동성애를 분명히 반대한다. 사랑이란 관점에서 동성애자를 목회적 돌봄의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는 교회 내 보편적 동성애 반대론자들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좌파 목사도 아니다. 교회 내에서 언제나 무(無) 정치적 자세를 견지했고 교회 밖 모임에는 철저히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목회자이지 운동가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에게 가해진 ‘좌파 목사’ ‘친 동성애 목사’라는 비 팩트적인 프레임은 앞으로 목회와 설교 사역 내내 그를 옥죌 수 있다. 메시지를 전하는 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더 넓은 시각으로 말씀을 전하려 할 때마다 프레임에 대한 피해의식이 작동할 것이다.
 
프레임이란 심리학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문제를 바라보는 개인의 관점이나 사람들의 고정관념 등을 말한다. 저절로 형성된 프레임도 있지만, 요즘처럼 자신의 견해와 맞지 않는 대상을 프레임의 덫에 가둬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프레임을 벗어나야 돌파가 일어나지만, 현실적으로 프레임의 덫에 빠진 사람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교회사적으로도 교회는 전진해야 할 때, 프레임의 공격으로 후퇴했다.
 
지금 모든 관계들을 우적(友敵)개념으로 만드는 프레임의 공격이 교회에서도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견해와 맞지 않으면 교단적·교회적·개인적으로 프레임의 덫을 씌운다. 교회 내에서 가해지는 프레임의 공격은 ‘하나님의 말씀’이란 이름 아래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나 특정 그룹이 해석하는 말씀만이 옳다는 전제하에서 모든 논리가 전개된다. 그래서 똑같은 성경 본문을 읽고 한쪽은 촛불로, 한쪽은 태극기로 달려간 것이다. 프레임으로 묶는 과정에서 존중은 사라지고 배제만 남는다. 예수 그리스도가 그렇게 강조했던 ‘하나 됨’은 도저히 이뤄질 수 없다.

 

지금 우리는 뭔가를 놓치고 있다. 한국교회가 당면한 문제는 한두 개가 아니다. 동성애 문제, 분명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이 우리가 다뤄야 할 모든 문제는 아니다. 더 심각히 생각하며 처리해야 할 사항들이 너무 많이 존재한다.
 
한국교회는 프레임을 넘어 ‘더 나은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적·사회적·국가적으로 “아, 하나님이 하셨군요”라고 고백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찾아야 한다. 동성애와 관련해서도 더 나은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동성애에 빠져 들어갔지만, 믿음의 노력 끝에 동성애에서 탈출한 사람들의 스토리가 더 많이 소개돼야 한다.
 
이런 가운데 잃지 말아야 할 가치가 존중이다. 프레임의 위험성은 그것이 ‘존중’보다는 ‘무례’를 선용한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무례히 행하며 자신과 다른 견해를 지닌 대상을 프레임에 묶고 가차 없이 베어버린다. 솔직히 베어 버리겠다고 생각하면 이 세상에 풀이 아닌 것이 없다. 품으려고 작정하면 모든 것이 꽃이 된다.
 
한국교회가 어머니 품과 같이 따뜻하게 안길 수 있는 교회가 되길 바란다. 분
당우리교회는 물론 한국교회가 써 나갈 ‘더 나은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


이태형|현 기록문화연구소 소장, 고려대 사학과 및 미국 풀러신학대학원(MDiv) 졸업, 국민일보 도쿄특파원,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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