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자들을 위한 시

이태형/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9/10/30 [15:50]

 
요안나 이야기


일본 교토에서 만난 영국인 크리스찬 요안나는 매일 샤워를 할 때마다 북한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일본어와 영어에 능통해 각종 집회에서 통역으로 봉사하는 그녀는 오래전부터 박해받는 지역의 크리스찬들을 위해 기도하다 최근 몇 년 동안은 북한 사람들을 위해 집중적으로 중보 기도하고 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샤워를 하면서 일부러 창문을 열어놓고 한기를 느끼며 기도한다.
 
“추위를 느낄 때마다 ‘북한의 형제자매들은 이보다 훨씬 더 혹독한 추위에서 고생하고 있겠지’라고 생각하면 더욱 절실히 그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어요. 샤워 때마다 기도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하루도 잊지 않고 기도하겠다는 마음의 결단이었지요.”
 
최근 한국을 방문한 그녀와 딸을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원으로 안내했다. 낯선 땅 조선에 와서 26세에 순교한 루비 켄드릭 선교사의 묘비에 적혀 있는 ‘내게 만약 1천 개의 목숨이 있다면, 그 모두를 조선에 주겠습니다’는 묘비명을 보며 요안나는 한참 동안 우두커니 서 있다 나직이 말했다.
 
“이분들 때문이었군요. 이분들 때문에 한국이 이렇게 하나님의 복을 받는 복음의 민족이 됐군요. 저는 아무것도 아닌 작은 자이지만 평생 북한의 형제자매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저의 마음을 드리겠습니다. 약속합니다.” 그녀는 결코 작은 자가 아니었다.

 
레이먼드 이야기

 
독일 북부의 헤른후트(Herrnhut)는 체코 및 폴란드 국경에 인접한 인구 1천200여 명의 작은 마을이다. 1700년대 이곳의 영주였던 진젠도르프 백작은 종교적 박해를 피해 헤른후트에 정착한 모라비안 교도들과 함께 형제단을 만들어 근대 독일의 영적 각성을 이끌었다.
 
아직도 성스러운 기운이 느껴지는 이곳의 예배처소 지저스하우스에서는 매주 토요일 새벽 5시마다 한반도 통일과 북한을 위한 기도회가 열린다. 모이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이들은 수년 동안 한 주도 빠짐없이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헤른후트라는 지명을 알고 있는 한국인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럼에도 그곳에서 이역만리 한반도를 위한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도회가 매주 열리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기도회를 이끄는 캐나다인 레이먼드는 기도회 현장에서 내게 말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지극히 작은 자들이지만 아버지의 마음을 품고 기도할 때, 그분께서 역사를 이뤄주신다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북한의 형제자매들이 참 자유를 누릴 때까지 쉬지 않고 기도할 것입니다.”
 
레이먼드와 이 시대의 모라비안들은 결코 작은 자들이 아니었다. 아니, 내 눈에 그들은 누구보다도 큰 자들이었다. 하늘 아버지 눈에도 그렇게 보이리라.

 
작은 자들을 위한 시


요안나와 레이먼드뿐 아니라 작지만 위대한 사람들이 지금 도처에서 하늘을 향해 “이 땅을 고쳐주소서”라며 호소하고 있다. 거대한 교회나 교단, 연합단체의 리더들이 아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소위 ‘위대한 종’들도 아니다. 그들은 누구도 관심 두지 않는 작은 자들이다. 그러나 잊어버리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지금 역사의 흐름이 바뀌는 시대, 크고 위대한 것의 기준이 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는 ‘큰 것이 작은 것’(New Big is Small)이라 할 수 있다. 요안나, 레이먼드와 같은 이들, 다른 이들에겐 너무나 중요한 모든 것들을 하찮게 여길 수 있는 사람들, 오직 하늘 아버지의 마음만 좇으며 즉각적으로 순종하는 이들이야말로 ‘작지만 큰 자’들로 부흥의 때, 하나님께 사용되는 도구가 될 것이다.
 
이 땅 도처에서 작은 자들의 시와 노래가 불리고 있다. 분명, 이 글을 읽는 자들 가운데에도 삶의 현장에서 겸손하게 하나님의 나라를 노래하고 시를 쓰고 있는 작은 자들이 있으리라.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소망이 아닌가.〠


이태형|현 기록문화연구소 소장, 고려대 사학과 및 미국 풀러신학대학원(MDiv) 졸업, 국민일보 도쿄특파원,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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