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는 평화의 장소가 아니다

김환기/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9/12/23 [11:28]

2019년 9월 12일부터 27일, 구세군 사관 31명이 이스라엘과 요르단 성지순례를 가기로 되어 있었다. 갑작스런 사정이 발생하며 두 부부가 합류하지 못하고, 27명이 출발했다. 필리핀 여권을 가진 사관 부부는 요르단에서 입국을 불허해서 이스라엘에서 합류하였다. 

 

시드니에서 두바이 13시간, 두바이에서 암만까지는 3시간, 출발 후 18시간 만에 목적지인 요르단의 수도인 암만에 도착했다. 암만과 시드니는 7시간 차이다. 시차 적응할 시간도 없이 로마 유적지가 잘 보존되어 있는 '제라쉬'(Jerash)를 방문한 후, 이스라엘과 요르단 국경인 '후세인 부리지'를 넘었다. 요르단은 이슬람교, 이스라엘은 유대교가 국교이다. 종교가 다른 두 나라는 ‘적과의 동침’을 하고 있다.

 

1967년 6일 전쟁 이후, 이스라엘은 이집트에게는 시나이반도, 시리아에게는 골란고원, 요르단에게는 예루살렘 동쪽지역을 빼앗고, 이스라엘 내부의 웨스트 뱅크지역과 가좌지역은 이스라엘 땅으로 편입시켰다. 훗날 이집트에게는 시나이 반도를 돌려주었다.

 

2년 전 트럼프 대통령은 골란고원을 이스라엘 땅으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선언했다. 예루살렘은 3대 종교의 성지이다. 유대교에게는 아브라함이 이삭을 비친 곳이고, 이슬람교에서는 모하멧이 승천한 곳이고, 기독교에서는 예수께서 죽으시고 승천한 곳이다. 따라서 예수께서 재림할 때까지 예루살렘은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 갈릴리 호텔에서 여정을 풀고 갈릴리를 중심으로 순례를 시작했다. 갈릴리를 마치고 예루살렘으로 이동을 하여, 2000년 전 예수님의 발자취를 더듬어 갔다. 베들레헴은 웨스트 뱅크지역에 속해있다. 지역은 이스라엘이 통치하지만, 사는 사람들은 팔레스타인이다. 이들은 육지 속의 섬에서 살고 있다.

 

이스라엘이 쌓은 8m 장벽으로, 이스라엘 정부의 허락 없이 아무 곳도 갈수가 없다. 베들레헴의 신학교에서 '살림'교수의 강의를 들었다. 팔레스타인의 입장에서 본 '화해의 신학'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가 쓴 ‘Through My Enemy's Eyes’란 책을 구입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갈등의 원인으로 시작된 글은 누가복음 10장의 선한 사마리아 비유를 언급하며 ‘자비의 화해’로 마무리하였다.  

 

팔레스타인 지역을 이해하기 위한 ‘민박일정’이 있었다. 팔레스타인에 사람들은 대부분 무슬림이지만, 베들레헴에는 크리스천 비율이 40% 정도나 된다. 이곳에서는 종교 간의 갈등 없이 조화롭게 살고 있다. 크리스마스 때에는 무슬림이 합류하여 축하해 주고, 라마단 파티 때에는 크리스천이 축제에 참여한다.

 

이곳 사람들은 종교를 운명같이 받아들이고 있다. 무슬림 가족에서 태어나서 무슬림이고,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서 기독교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일정을 마치고 사해로 향했다. 사해(Dead Sea)는 일반 바다보다 8배나 높은 30% 정도의 염도를 가지고 있다. 사해 옆의 돌들도 소금 바위이다. 도로 옆에 사람 형상을 한 소금기둥이 서 있다.

 

창세기 19장 소돔과 고모라 성에서 탈출할 때 뒤를 돌아보았던  롯의 아내였다. 사해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요르단 국경으로 가는 길에 예수님이 시험을 받았던 시험산에 들렸다. 시험산 정상에 있는 수도원에 올라갔다. 속세와 전혀 다른 생활을 할 것 같은 수녀들은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사해사본을 발견한 쿰란과 이스라엘의 성지인 마사다 정상에 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이스라엘, 요르단의 국경지대를 통과해서 요르단으로 넘어갔다. 국경은 언제나 긴장감이 감돈다.

 

9월 27일 마지막 날 새벽, 페트라에서 암만공항으로 가는 길에 느보산에 들렸다. 출애굽의 주인공인 모세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느보산에서 죽었다. 느보산 정상에 서면 '여리고'가 보인다.

 

모세는 '여리고'를 바라보며 얼마나 가고 싶어 했을까?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모세는 늙어서 죽은 것이 아니라, 사명을 완수하고 죽은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아쉬울 때가 많으나, 거기까지의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가 살아있는 것은 아직 사명이 있는 것이고, 죽는다는 것은 이제 사명을 다 마친 것이다.〠


김환기|크리스찬리뷰 영문편집위원, 구세군라이드교회

 
광고
광고

  • 포토
  • 포토
  • 포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