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골짜기

엄상익/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0/01/29 [11:50]

나는 이따금씩 불행의 골짜기 제일 밑바닥에서 허우적대는 사람들을 본다.
 
무대에서 열창을 하던 록그룹의 가수가 교통사고로 전신 마비가 됐다. 그런데도 머리 부분은 멀쩡하다.
 
추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고 음악에 대한 열정은 그 마음속에서 꺼지지 않는 불로 타오르고 있다. 도대체 그는 왜 그런 운명을 맞이해야 하는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늙은 아버지가 그를 돌보고 있다. 그 아버지마저 세상에서 사라지면 그는 롯의 아내같이 소금기둥 같은 존재가 될 지도 모른다.
 
또 다른 불행을 봤다.
 
미국의 명문대를 나온 남자가 노숙자가 되어 거리를 방황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도시 속에서 걷고 또 걷는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지치면 텅 빈 건물의 구석으로 스며들어가 잠시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면 또 광야 같은 도시를 걸었다.
 
사람들은 많아도 그에게는 인간이 없었다. 경멸과 혐오의 눈길들만 곳곳에서 그에게 번뜩였다. 이제 이 사회는 그들이 버려진 짐승처럼 죽게 하지는 않는다. 복지가 거기까지는 왔기 때문이다.
 
나는 두꺼운 먹구름이 낀 그들의 영혼이 어떤 빛을 보았으면 하는 심정이다.
 
미국의 크로스비 여사는 맹인이었다. 그녀는 맹인이 된 걸 오히려 감사했다. 복잡한 세상을 보지 않고 내면에서 오직 하나님만을 보게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는 수천 곡의 찬송가를 만들었고 우리의 찬송가 책에도 그녀가 만든 이십여 곡이 들어있다.
 
목자들이 채찍과 지팡이로 양 떼를 몰아가듯 하나님이 막다른 골목까지 사람을 모는 경우가 있다. 방향전환을 시키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고 또 하나님이 그에게 직접 나타나기 위해 그런 환경을 설정하시는 것 같기도 하다.
 
가수들은 무대 위에서 수많은 팬들의 열광적인 박수를 받으면 마치 마약 주사를 맞은 것같이 황홀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우상이 되어 버린 환상 속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고 한다.
 
교통사고로 전신 마비가 된 록스타인 그도 그러지 않았을까? 물들인 노랑머리에 번들거리는 검은 가죽재킷을 입고 마이크에 온 몸에 충만된 기를 뿜어내는 그의 모습을 봤다. 무대 아래서 흥분한 팬들에게 그는 살아있는 우상이었다. 무대에서 갈채를 받는 사람들에게 그런 환호는 마약일 수 있었다. 거기에 취하면 벗어나기가 힘들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권력욕도 명예욕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들의 불행을 하나님이 자신에게 끌어들이기 위해 쓰는 방편이라고 믿고 싶다. 하나님이 그들을 선택하셨다면 어느 순간 그들의 영혼 속으로 찾아가실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영혼이 다시 태어나게 하시고 활활 불타게 하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가장 초라하고 불행해 보여도 그들은 영의 세계로 옮겨져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거리를 끝도 없이 걸어 다니는 그 노숙자도 미국의 명문대 졸업이라는 멍에를 벗고 성령을 맞이한다면 그는 순간 도심의 순례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나는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고 변호사로서 이 세상을 살아왔지만 인간의 이성이나 지성보다는 성령이라는 신비적인 요소를 더 믿는다. 무당이 신이 들리듯 하나님의 영이 인간에게 들어오는 것이다. 그 순간부터 인간은 완전히 달라진다.
 
성령과 함께 있으면 노숙자가 되도 세상은 천국이다. 그리고 몸이 석고같이 굳어도 그는 행복할 수 있다. 세상의 불행은 성령이 내려오는 길이라는 생각이다.〠


엄상익|변호사, 본지 한국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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