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와 ‘TOILET PAPER’

호주의 화장지는 충분히 자급자족되는 물품 중의 하나이고 남호주에 충분한 제조회사들이 있다

글|주경식,사진|권순형 | 입력 : 2020/03/31 [10:39]
▲ 코로나 바이러스는 표면 단백질이 울퉁불퉁하게 뛰어나온 모습이 왕관(corona, 코로나)을 닮았다고 이같이 이름이 붙여졌다.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난리이다.
 
지난 2002년 사스(SARS coronavirus,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바이러스와 2015년 메르스(MERS coronavirus, 중동 호흡기 증후군) 바이러스로 인해  과거 세계가 공포에 떨던 때보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가 훨씬 심각하게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 몰아가고 있다.
 
사실 치사율로 따지고 보면 사스(SARS)는 10%대였고, 메르스(MERS)는 35%까지 육박했지만 이번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는 4% 미만으로 가장 낮은 치사율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그 전염력에 있다.
 
치사율은 사스나 메르스보다 낮지만 전염력 및 전파속도는 사스나 메르스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이번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를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정식 학명으로 ‘COVID-19’으로 규정하고 ‘세계적 대유행’ 즉 ‘pandemic’을 선언했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증식할 수 없는 존재로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적 존재라 할 수 있다. 즉 혼자서는 생존할 수 없고 숙주 생물에 기생해서 생물 속에 있는 단백질합성에 필요한 효소들을 얻어 숙주 생물 세포 내에서 증식하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런 돌연변이 바이러스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과 동물에서 흔히 나타나는 감기 바이러스 중 하나이다. 문제는 변종이 잘 생겨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언제든 변종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코로나19 위기 속에 호주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화장지 사재기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현재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 채널 9 뉴스 촬영)    


이전 사스나 메르스도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알고 있듯이 사스는 바이러스가 박쥐→ 사향고양이→ 인간에게 넘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메르스는 바이러스가 박쥐→ 낙타→ 인간에게 넘어온 것으로 발표되었다.

 

▲ 맥콰리쇼핑센터 안에 있는 울워스 매장. 화장지 진열대가 텅비어 있다.     © 크리스찬리뷰


그러나 아직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는 박쥐에게서 나온 것은 분명하지만 중간 매개체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세 가지 바이러스는 모두 호흡기로 감염되며 발열, 기침, 근육통, 호흡곤란 등이 주요 증상이다.
 
이번 신형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관련하여 인터넷에서 각종 가짜 뉴스들이 떠다니고 있다. 마치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리면 바로 폐섬유화로 직결되어 평생 폐 기능을 정상으로 회복할 수 없다느니, 바이러스에서 회복된다 해도 폐기능은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는 등 여러 가짜 뉴스들이 퍼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휴지 사재기

 

작년 후반기부터 시작되어 6개월이나 지속되었던 호주 최대의 산불 재앙 때에는 전 세계가 호주 산불을 염려하고 격려했다. 호주의 각 커뮤니티마다 소방관들을 격려하고 산불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십시일반 구호자금과 물품들을 보내는 등 따스한 온정들을 살필 수 있었다.
 
이러한 풍경을 보면서 아직 인류애는 살아 있고 인생은 살만 하다고 자위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전파력은 높지만 치사율은 낮은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맞이하는 인류는 영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어 사뭇 의아스럽다.
 
그 이유를 산불 참사 때는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 관찰자의 입장에 있었기 때문에 인간의 동정의식이 작용한 반면, 이번 ‘코로나-19’ 재앙은 이 바이러스가 자신에게 직접 닥칠 수 있는 재앙이기 때문에 인간의 이기적 유전자가 작용된다는 설명이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설명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휴지를 사기 위해 사재기를 하는 모습들, 휴지를 앞에 놓고 서로 싸우는 모습의 동영상 등을 보며 인간이라는 거대 담론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가 하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 맥콰리 대학의 보덴 교수는 호주의 화장지는 충분히 자급자족되는 물품 중의 하나이고 남호주에 충분한 제조회사들이 있다고 뉴스를 통해 발표했다.   (사진=채널 9 뉴스 캡처)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휴지가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그것이 식품이나 생존에 우선한 물품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라도 가겠지만 도대체 휴지를 사재기하는 이유는 아무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도 이유를 찾을 수 없다. 항간에서는 마스크를 만드는 재료가 휴지에도 들어가기 때문에 마스크를 만드느라 휴지가 부족하게 될 것이라는 유언비어나 아니면 휴지의 주 수출국인 중국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어 수입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거짓뉴스 때문일 수 있다고 이유를 대기도 하지만 이것 또한 가짜뉴스인 것이 증명되었다.
 
호주에서 직접 생산하는 물품들이 많지 않지만 자급자족하는 물품 중에 하나가 바로 화장지이다.  맥콰리 대학의 보덴 교수는 호주의 화장지는 충분히 자급자족되는 물품 중의 하나이고 남호주에 충분한 제조회사들이 있다고 뉴스를 통해 이미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지 사재기는 식을 줄 모른다.
 
여기에는 인간의 군중심리(crowd psychology)나 쏠림현상(herd behaviour)등의 작용 때문일 것이다.
 
“지금 사놓지 않으면 다시는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라는 불안심리가 작용해 한 사람이 사재기를 하면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괜히 불안해지기 때문에 사재기 행렬에 가담하게 되는 것이다.

 

▲ 생필품 사재기행렬이 멈추지 않고 있다. 사진은 시드니 북부 외곽지역인 마운트 쿠링가이에 있는 알디 쇼핑센터 앞에 입장 순서를 기다리며 줄지어 서있는 지역 주민들. ©크리스찬리뷰    

 

코로나-19 와 인간성 회복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인간안에 잠복해 있던 여러 가지 인간성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영국 런던 한복판에서는 싱가폴 유학생이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탈리아 북부에서는 중국계 청년이 현지인에게 유리잔으로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도 한인 여성이 마스크를 안 했다는 이유로 흑인 여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이번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인들에 대한 혐오가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예이다.
 
일반적으로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의 확산처럼, 사회 전체의 행복을 위협받는 일이 생기면, 일상의 불안이 커지면서, 행복감의 격차가 심해지고, 사회 계층 간의 위화감에 압력을 받게 된다. 그러면 인간은 불안을 해소시키기 위해 혐오와 증오의 대상을 찾아 그들에게 자신의 불안을 덧 씌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런 감염 질병의 확산은 사회적 공포와 더불어 인간에게 공황현상을 동반한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인류의 역사에서 감염질병이 확산될 때마다 벌여온 일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14세기경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은 유대인 대학살을 불러왔고 마녀사냥을 동반했다. 19세기 산업혁명시 영국에서 창궐했던 콜레라는 아일랜드 이주 노동자들을 감염원으로 낙인 찍으면서 아일랜드인 혐오를 일으키고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현대 에이즈의 확산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로 이어져 그들을 박멸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인류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라섰다. WHO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런 위기는 인간성의 최고와 최악을 이끌어내는 경향이 있다”며 “인류의 연대정신이 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강해져 바이러스를 이겨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유발 하라리는 그의 책 ‘사피엔스’에서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오랜 기간 살아남고 세상을 지배하게 된 것은 다수가 유연하게 협동하는 유일한 존재였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것은 서로 의지하고 협동하며 공생하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류와 인간성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일개 생명도 없는 바이러스의 공포에 못 이겨 인류정신을 훼손한다면 이것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문화인류학자가 쓴 <인류의 기원>이라는 책에는 인류가 노인이 될 때까지 살아남게 된 배경이 나온다. 그것은 바로 다치고, 노쇠한 약자들이 오래 살 수 있도록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돌봐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 인간의 호모 속에는 이타심이 흐르고 있다. 이것이 성서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형상’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무리 강성하게 전파된다 하더라도 수만 년 동안 인간 안에 고고하게 흐르고 있는 타자에 대한 이타심과 협동심을 결코 이기지는 못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바이러스 사태는 자신 안에 잠복하고 있는 이기적 유전자를 극복해 볼 수 있는 좋은 리트머스 시험대일 수 있다.〠


글/주경식|크리스찬리뷰 편집국장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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