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우드와 아펜젤러의 마음으로

이태형/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0/07/27 [16:19]

 

요즘 목회자들을 만나면 코로나19 이후의 교회와 목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모든 것을 일순간에 바꿔 놓았다.

 

지금 경험하다시피 교회의 예배와 각종 모임도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교회 사역 규모와 상관없이 모두가 새로운 방식의 목회를 펼치지 않으면 안되게 됐다.

 

외면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는 모든 것을 일시에 멈추게 한 것 같다. 예배당이라는 공간에서의 예배는 멈춰지거나 위축됐다. 그러나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건물은 닫혔어도 예배는 살아 있다! 오히려 앞이 깜깜한 상황에서 새로운 가능성의 빛이 보인다.

 

어쩌면 지금 목회자들의 심정은 1885년 부활절 조선 땅에 들어온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의 마음과 비슷할지 모른다. 조선이라는 미지의 땅에 들어온 언더우드와 아펜젤러는 자신들이 살아왔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전전긍긍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속에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는 확고한 믿음과 조선의 복음화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기에 미지의 환경을 하나하나 개척해 나갈 수 있었다. 결국 그들은 이 땅에 주 예수 그리스도의 빛을 전하는 고귀한 통로가 되었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교회, 특히 작은 교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것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물론 성도들의 이탈, 헌금 감소 등 여러 문제점이 나오고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유튜브나 화상회의 앱 ‘줌(ZOOM)’ 등 현대의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예배와 모임은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대부분 헌금은 감소했지만 각종 교회 행사들이 축소되거나 열리지 않기에 교회 운영비 역시 줄어들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은 그동안 교회에서 행한 많은 일이 ‘주의 일’이라기보다는 ‘교회 일’이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주의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러나 교회 일은 하면 좋지만, 안 해도 되는 일들이 적지 않다.

 

온라인 예배가 지속되면서 성도들은 출석하는 교회뿐 아니라 평소 눈여겨본 다른 교회의 예배에도 참석하고 있다. 교회를 오가는 시간에 한 번의 예배를 더 드릴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 예배는 온전한 예배가 아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뉴노멀 시대에 더 이상 그런 생각만 할 수 없다. 온라인 예배에 대한 목회적·신학적 정립을 통해 새로운 영토를 개척해야 한다. 온라인 예배는 개교회성을 뛰어넘어 공교회성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교단과 교파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 어디에나 도달할 수 있기에 선교적으로도 아주 유용하다.

 

성도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비대면 모임을 할 수 있다. 유튜브를 활용해 전 세계의 저명 목회자와 신학자들의 설교와 강의를 접할 수도 있다. 탁월한 신약학자인 NT 라이트의 바울 신학을, 라비 재커라이어스의 기독교 변증을 직접 들을 수 있다.

 

수많은 좋은 내용이 번역되어 있기에 영어를 못 해도 시청이 가능하다. 목회자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만 내려놓으면 훌륭한 편집자가 되어 유튜브상에 있는 최고의 강의를 성도들에게 연결해줄 수 있다.

 

목적이 교회 운영이 아니라 불신자 전도와 성도들의 영적 성숙이라면 지금의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효과적인 사역이 가능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끝나기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지금의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우리 모두 19세기 후반, 조선 땅에 들어온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의 마음으로 21세기 뉴노멀의 신세계에서 미지의 새로운 영토를 개척해 주의 나라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크리스찬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이태형|현 기록문화연구소 소장, 고려대 사학과 및 미국 풀러신학대학원(MDiv) 졸업, 국민일보 도쿄특파원,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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