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교회다

이태형/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0/08/25 [16:17]

 

‘크레이지 러브’의 저자 프랜시스 챈 목사는 소위 ‘성공한’ 목회자였다. 그가 30명의 성도들과 함께 199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미밸리 자신의 집 거실에서 시작한 코너스톤교회는 15년 만에 5천여 명으로 성장했다. 대형교회 담임에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그는 2010년 자발적으로 코너스톤교회 사역을 내려놓았다.

 

담임목사직을 내려놓은 그는 믿음 때문에 박해받는 성도들이 있는 전 세계 선교지를 돌면서 성경이 말하는 참된 교회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선교지에서 돌아온 챈 목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로운 교회운동인 ‘위아처치’(We Are Church) 사역을 펼치고 있다. ‘우리가 교회다’라고 번역되는 위아처치운동은 일종의 가정교회 네트워크다. 많은 재정과 각종 시스템에 의존하는 전통적 교회와는 달리 소규모 가정교회 안에서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모든 성도가 각자의 은사별로 사역함으로써 진정한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이뤄나가는 초대교회 형태의 기독교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코너스톤교회가 대형교회로 성장한 뒤에 챈 목사는 매주 5천 명 넘는 사람들이 목회자인 자신의 설교만을 듣고, 자신의 은사만을 보고 돌아간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한 교회를 운영하기 위해 매년 수백만 달러를 들여야 한다는 것도 크나큰 낭비로 여겨졌다. 사회에서는 대기업을 경영하고 정부 조직을 이끄는 성도들이, 주일에는 교회 의자에 앉아 자신의 이야기만 듣는 것을 보면서 ‘이건 아니지’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또 성경에 수없이 나오며 실제 교회에서도 외쳐지는 사랑이란 단어도 대형교회라는 공간에서는 공허한 메아리와 같았다. 무엇보다도 담임목회자인 자신이 너무 바쁜 스케줄로 하나님을 깊이 경험하거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 사랑을 실천하기가 어려웠다.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 ‘만일 성도들 모두가 자신의 은사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면 교회의 몸은 어떻게 될까. 모두가 고린도전서에 나온 대로 성령의 은사를 열심히 사모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지금 각자가 있는 곳에서 교회를 시작하는 것이 가능할까. 우리는 성령의 능력으로 인해 실제로 다른 사람들이 놀랄 정도로 서로를 깊이 사랑할 수는 없을까.’

 

이런 성찰 끝에 챈 목사는 교회 운영을 위한 비용도 거의 들지 않고, 각자의 은사를 최대한 발휘하며 서로 깊이 사랑하는 교회를 추구하는 ‘위아처치’ 운동을 시작했다. 이 가정교회 네트워크의 각 교회는 10명에서 20명으로 구성된다.

 

챈 목사는 “교회의 크기가 작을수록 서로를 진정으로 알며 서로의 짐을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모든 성도들은 각자의 집에서 모인다. 교회 지도자들은 자원봉사자이기에 따로 사례비가 필요 없다.

 

모든 헌금은 구제와 선교를 위해 사용된다. 규모가 커지면 서로 간에 깊은 묵상과 논의를 통해 또 다른 가정교회를 개척한다.

 

사실 위아처치와 같은 교회운동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 같은 가정교회 네트워크는 초대교회는 물론 중국의 교회 등에서도 활발하게 전개되었고 현재 한국에서도 사역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에서 우리는 전통적 교회는 언제든지 한순간에 붕괴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또한 기존의 교회로는 갈수록 거세지는 사회적·문화적 형태의 박해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그러기에 위아처치와 같은 가정교회 형태의 운동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성도들이 친밀한 사랑의 관계 속에서 각자의 은사를 충분히 발휘하는 저비용 구조의 교회라면 어떤 시대와 환경 속에서도 지속되며 배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태형|현 기록문화연구소 소장, 고려대 사학과 및 미국 풀러신학대학원(MDiv) 졸업, 국민일보 도쿄특파원,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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