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로 다시 돌아갈 날 기다립니다

캄보디아 헤브론병원 원목 문선연 목사

글|정윤석 사진|권순형 | 입력 : 2020/08/25 [16:49]

 

캄보디아 사역을 마치고 2020년 7월 21일 한국으로 귀국한 문선연 목사(65, 헤브론병원 원목)와의 인터뷰는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후 8월 13일 이메일로 진행됐습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사정을 감안한 조치였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양해를 구합니다.<편집자>

 

▲ 캄보디아 헤브론병원 원목으로 5년 7개월여 동안 사역하다 지난 7월 21일 한국으로 일시 귀국한 문선연 목사.     © 크리스찬리뷰

 

- 안녕하세요. 문선연 목사님, 이렇게 인터뷰를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사님의 교단 배경과 개인 신상에 대한 간략한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헤브론병원 원목이었던 문선연 목사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가정 사정으로 어머니가 교회를 다니시기 시작하면서 따라 다닌 것이지요. 실제로 예수님을 만나고 믿기는 대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군을 제대하고 대학을 졸업하면서 하나님의 부르심의 소명을 받고 신학교를 가게 되었는데 본래 저희 집에서 다니던 교회는 대한 예수교 장로회 통합측에 속한 교회이었습니다. 그러나 두란노 서원에서 성경을 가르쳐 주신 분이 침례교 목사님이어서 소개를 받고 침례교 신학을 하게 되였습니다.

 

침례교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대한예수교 장로회(개혁)로 교단을 이전하였고 지금도 장로교단에 몸담고 있습니다.”

 

- 목사님께서는 헤브론병원 원목으로 사역하셨습니다. 독자들을 위해 원목 사역은 몇 년 동안 하셨는지, 그 전에는 어떤 사역을 주로 하셨는지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국에서 30년 목회를 했어요. 캄보디아에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012년 12월 24일에 파송을 받아 갔습니다. 2년 동안은 언어 공부에 집중했어요. 학교에 다니면서 캄보디아어를 공부했습니다. 캄보디아에 간지 2년이 되는 2014년 12월 24일에 헤브론병원에서 성탄 예배 때 설교를 해달라고 부탁 받았어요. 이때 설교를 하러 갔다가 김우정 원장님께서 헤브론병원 원목으로 오라고 초빙을 받게 됐습니다.

 

그래서 여러 날 동안 기도했지요. 하나님께서 과연 원하시는가를 물었어요. 결국 마음에 확신이 생겨 2015년 1월 3일에 헤브론 병원 원목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헤브론병원에서는 지금까지 5년 7개월을 사역했습니다. 원목으로서 병원 환자들과 직원들을 위해 기도하고 예배하는게 저의 주된 사역이었지요. 심장수술 환자들이 생기면 그들을 미리 심방했어요. 가정 환경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기도해 주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들에게도 역시 복음을 전하고 기도를 하지요. 직원들과 함께 아침 큐티를 인도하고 주일 예배 때 설교하는 것도 저의 주된 사역이었습니다.”

 

- 헤브론병원에서 선교사로 일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가장 보람되고 기억에 남는 일은요? 그리고 가장 어려웠을 때는 언제인가요?

 

▲ 심장 수술을 받은 어린이 가정을 방문한 문선연 목사(왼쪽)가 어린이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어린이와 가정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헤브론병원에서 2014년 12월에 청빙을 받았을 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병원에 대하여 전혀 아는 바가 없었고, 제가 병원을 아주 싫어하거든요. 그러나 병원은 환자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므로 선교로서 보면 황금어장이고 또 헤브론병원 정도 되면 체계적인 선교가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개인적인 사역을 했다면 생각지도 못했을 일들을 헤브론병원의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사역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캄보디아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환자들을 심방하고 전도하는 일이 아주 자연스럽게 거부감 없이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수술과 진료를 앞두고 두려움에 직면한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그리스도의 평안이 함께 하길 기도하며 복음을 전하는 것은 선교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사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헤브론병원의 청빙을 수락하고 사역하게 된 동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깜뽕 츠낭 수상 가옥에 살고 있는 심장 수술 받을 탑인 군 가정을 방문해 어린이를 안고 기도하는 문선연 목사.     © 크리스찬리뷰

 

▲ 헤브론병원은 오전, 오후 진료를 마친 후 전 직원들이 로비에 모여 마감기도회를 개최한다.     © 크리스찬리뷰


원목으로서 가장 보람된 사역은 첫째는 환자들을 찾아다니며 심방하고 위로하고 복음을 전하고 기도해 주는 일이라 하겠고 둘째는 매일 아침 병원 현지인 직원들과 함께 모여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고 전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는 병원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2015년 7월에 한인교회를 설립하여 예배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반대도 있었고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예배를 통하여 엄청난 은혜를 주셨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하여 예배가 중단되고 모든 모임이 중단된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 헤브론병원 개원 10주년을 맞아 감사예배를 드린 후 기념 촬영(2017. 11.)     © 크리스찬리뷰

 

▲ 헤브론병원 레지던트 제1회 졸업식에서 축하 찬양하는 한인 선교사들(2017. 6.) © 크리스찬리뷰

 

▲ 심장수술을 받고 극적으로 건강을 되찾은 쓰레이빗 양에게 자전거를 기증했다.     © 크리스찬리뷰

 

▲ 단기 선교팀과 쌀람 초등학교를 방문한 문선연 목사(뒷줄 왼쪽)     © 크리스찬리뷰


- 최근 캄보디아 헤브론병원에서 원목으로 사역하다 한국에 들어오셨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병원 현황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코로나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에는 한국(대구)에서 수천 명의 환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여러 나라들이 한국 사람들의 입국을 거부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캄보디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헤브론병원은 한국 사람들의 병원이라는 인식 때문에 평상시에는 300~400명의 환자들이 내원을 했는데 코로나 초기에는 평소 1/4정도도 되지 않는 100명 이하의 환자들이 조심스럽게 내원을 했습니다. 그래서 병원 안에서 코로나 확진 환자가 생길까봐 많이 기도하고 조치를 취하고 조심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헤브론병원에서 확진 환자가 나오면 먼저 나라에서 병원을 폐쇄 조치를 할 것이고 그러면 환자들은 결코 찾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병원이 정상을 찾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겁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로 확진 환자가 생기지 않아서 지금은 거의 300명에 가까운 환자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다만 예배나 기도모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복음을 전할 수가 없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 한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많은 단기 팀들이 들어와 심장 수술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의료 봉사가 있었지요. 이젠 단기 선교 팀들도 들어오지 못해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네, 이제는 심장 수술을 비롯한 모든 팀들의 방문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코로나도 문제이지만 캄보디아에 오면 2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하고 또 한국으로 돌아가면 2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하니까 한 달이라는 시간을 허비하면서 도저히 올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상황은 선교 팀들의 방문은 완전히 끊어졌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 선교팀들의 지원이 많이 단절된 상황인데요, 이를 위한 해결책이 있다면...?

 

“그동안 많은 의사 선생님들이 찾아주셔서 헤브론 병원이 할 수 없는 수술이나 치료를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들의 발길이 끊기니까 고통을 당하고 죽어가는 환자들을 수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해 많이 어렵습니다. 7월에는 미국의 최기주 심장 외과 전문 간호사가 수많은 난관을 무릅쓰고 오셔서 현지인 의사와 협의하여 성인 심장 수술을 세 명 했고 결과가 아주 좋았습니다. 저는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목회자로서 하나님께서 이런 코로나19의 상황에서 하루 속히 풀어주시기를 기도하고 있을 뿐입니다.”

 

▲ 헤브론병원에서 활발하게 다양한 사역을 펼친 문선연 목사의 선교 현장들.     © 크리스찬리뷰

 

- 코로나19 이후 헤브론병원의 방역(직원, 환자를 비롯한 출입자들의 온도 체크와 소독 및 청결 상태 등)은 어떻게 실시되고 있나요?

 

“먼저 모든 직원들과 선교사들 그리고 출입하는 모든 환자들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규칙을 정하고 시행하고 있으며 정문에서 출입하는 모든 사람들의 체온을 체크해서 정해진 체온보다 높으면 의사가 나와서 진단을 한 후에 출입을 시키고 있습니다. 또 병원의 방역과 청결을 위하여 애를 쓰고 있습니다.”

 

- 현재 병원의 의료진(한국/캄보디아) 현황을 알려 주십시오.

 

“한국 의료진은 김우정 원장, 이영돈 부원장, 홍관희 외과의, 박양제 치과의, 배기안 정신과의, 이치훈 가정 의학과, 그리고 캄보디안 의사와 레지던트 합치면 20여 명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 최근 무료 환자와 유료 환자의 비율은 어떤가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무료 환자 70% 그리고 유료 환자 30% 정도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 시골 마을 몇 곳에 교회 개척을 위해 주일 오후에 예배를 드렸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싸람’이라는 마을과 ‘뜨러뻬양 썽까에’라는 마을에 교회 개척을 위하여 매 주일 오후에 주일 예배를 드렸습니다. 특별히 ‘뜨러뻬양 썽까에’ 마을은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셔서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예배당 건축을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하여 예배의 길이 막히고 마을 사람들이 다른 지역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방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들이 하나님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하여 한 달에 한 번씩 위문품(치솔, 치약, 비누, 라면, 생선 캔, 초코파이, 수건 등)을 가지고 방문하여 마을 사람들에 나누어 주고 다시 복음을 전하여 예수님을 기억하게 하는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 문선연 목사와 부인 한혜숙 사모.     © 크리스찬리뷰

 

- 크마에예배(캄보디아 현지인)와 한국인들을 위한 예배도 중단되었나요?

 

“캄보디아 정부에서 모든 종교적인 모임을 금지하였습니다. 그래서 아침 큐티, 점심시간 퇴근 시간에 드리는 감사기도, 주일 예배, 수요 예배 등 모든 모임을 못하고 있습니다.”

 

- 그러면 현재 현지인 전도사(삐쎗, 쏙찌어) 두 명은 어떤 사역을 하고 있나요?

 

“삐쎗 전도사는 현재 캄보디아 장로회 신학대학교 학생입니다. 그래서 아침에 병원에 와서 아침 큐티를 저와 함께 인도하고 또 주일 예배 인도하면서 캄보디아인 교회를 목회하고 있습니다.

 

삐쎗은 다른 캄보디아인과는 다르게 특별히 사명을 가지고 있는 전도사입니다. 앞으로 캄보디아의 선교를 위하여 큰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재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쏙찌어는 착하고 지혜롭고 성실한 전도사입니다. 그는 CAP(care after program)을 맡아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CAP는 헤브론병원에서 심장수술을 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가난해서 학교를 다닐 수도 없고, 수술은 받았지만 아직 건강이 회복되지 않은 아이들, 또 가난해서 잘 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돕기 위하여 만든 기관입니다.

 

또 쏙찌어는 저를 도와 통역을 맡아서 하고 있고 환자들을 방문하여 전도하고 심방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한국 선교사들의 현황과 어려움이 있다면...?

 

“헤브론병원은 그 어느 선교 단체보다도 환경이 좋은 편입니다.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그렇게 준비하기 위하여 수고하신 김우정 원장님을 비롯한 선배 선교사님들과 후원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어차피 선교를 위하여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선 선교사님들입니다. 선교사님들마다 나름대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환경과 조건이라면 모든 것에 감사하면서 사역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사모님 건강 때문에 들어오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건강을 회복하면 다시 캄보디아로 갈 계획이신지요?

 

“네 처음에는 아내의 건강이 염려되어 이쯤해서 선교 사역을 접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도하며 생각할수록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이 자리 잡는 것을 보면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습니다.”

 

- 앞으로의 사역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목회를 하든지 선교사로서 사역을 하든지 간에 깨닫는 것은 제가 원하는 대로 제 생각대로 되는 일은 별로 없다’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는 일이 저의 일이 아니고 하나님의 일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기도하며 하나님께서 무엇을 원하시는지를 알고 순종하며 따라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캄보디아를 가야 한다고 할 때에도 제가 캄보디아에 가서 해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 라고 물었을 때 파송 교회 목사님이 말씀하시기를 ‘가면 하나님께서 인도하십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과연 그 말씀이 맞았습니다.

 

저는 헤브론이라는 병원이 있는지도 몰랐고 또 헤브론에서 일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하셨습니다. 앞으로도 하나님께서 하실 줄 믿고 다만 순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정윤석|크리스찬리뷰 한국주재기자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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