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나의 고민 나의 사랑

이태형/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0/09/28 [14:40]

모두가 교회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교회 내 사람들이나, 교회 밖 사람들 모두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때론 분노의 눈으로 교회를 보고 있다.

 

2020년 한국교회는 나의 고민, 우리의 고민이다. 그러나 분노하며 교회를 쳐다보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회를 사랑하며 지금 같은 기막힌 현실을 애통해하는 사람도 많다. 소리는 내지 않고 있지만 그들 모두 속울음을 삼키면서 사랑하는 한국교회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기독 영성 작가 필립 얀시는 교회를 ‘나의 고민이요 나의 사랑’이라고 했다. 엄격한 미국 남부의 율법주의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 신앙생활을 했던 그는 교회의 각종 부조리와 문제점을 바라보며 고민하다 결국 교회를 떠났다.

 

얀시는 교회가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께 나가는 길을 막는 주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믿음을 찾기 위해서’ 교회를 떠났다. 그와 교회를 막는 주요 장벽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위선이었다.

 

그가 보기에 교회는 은혜를 말하면서도 율법을 강조했고, 사랑을 말하면서 미움을 흘렸으며 포용하기보다는 배제했다. 교회 내 위선을 보며 그는 고민했다. 위선을 바라보고 있기 힘들었을 때 그는 교회를 떠났다.

 

또 다른 장벽은 문화적인 것이었다. 교회는 자신이 속한 사회와는 거리가 먼 교회 특유의 문화적 관습을 갖고 있었다. 한때는 그 관습이 자신의 안전판이 되었지만 자라나면서 그것은 더욱 넓은 세계로 나가는 것을 막는 거대한 장벽으로 느껴졌다. 교회는 자신만의 문화적 장벽 속에서 점점 세상과 담을 쌓고 있었다.

 

교회 회의론자가 되어 교회를 떠난 얀시는 이후 다시 교회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열렬한 교회 옹호자가 되었다. 그가 교회로 돌아온 것은 먼저 자신의 유익 때문이었다. 그는 이렇게 솔직히 고백했다.

 

“잠시 교회를 떠나 있을 때면, 고통받는 쪽은 언제나 나였죠.” 교회를 떠나서 그는 자신에게 절실한 그 무엇, 교회의 위선과 문화적 장벽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 교회 안에 있음을 마음 깊이 느꼈다고 했다.

 

그것은 주 예수 그리스도였고 그분의 은혜였다. 그는 ‘위를 올려다보고 주위를 둘러보고 밖을 내다보고 안을 들여다보면서’ 교회를 대했다. 그 결과 세상이 결코 줄 수 없는 생명과 은혜가 교회에 있었다.

 

교회를 다녀보면서 이 지상에는 완전한 교회란 없음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바른 교회를 찾는 열쇠는 다름 아닌 자신 안에 있음을 발견했다. 교회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관건이었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를 바라보며 비판하는 사람들은 악취가 난다고까지 말한다. 맞다. 교회에서 악취가 날 수 있다. 사실 교회의 악취는 더 역겹다.

 

전도자 루이스 팔라우의 말을 빌리면 교회는 거름과 같다. 거름은 쌓아두면 온 동네에 악취를 풍기지만 골고루 잘 주면 세상을 풍요롭게 한다. 우리는 얀시가 경험했던, 교회만이 줄 수 있는 생명과 은혜를 포기할 수 없다.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거름의 역할을 버릴 수 없다.

 

영국의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는 교회의 역사는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에 있는 역사라고 말했다. 2020년 한국교회는 내리막길에 있는 것 같다. 이 원인을 냉정히 생각해보아야 한다.

 

한국교회의 위선이 역겨워 교회를 비판하고 떠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에게 ‘교회만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교회를 사업장 취급하지 말라”고 해도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교회만이 줄 수 있는 것을 제대로 줄 때라야 사람들은 교회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때라야 다시 한국교회는 오르막길로 올라갈 것이다. 2020년 한국교회는 나의 고민이지만, 여전히 나의 사랑이다.

 

이태형|현 기록문화연구소 소장, 고려대 사학과 및 미국 풀러신학대학원(MDiv) 졸업, 국민일보 도쿄특파원,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소장 역임.

▲ 이태형     © 크리스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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