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김훈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0/09/28 [15:27]

 

Q:사춘기라서 그런지 도대체가 말을 안 듣네요. 다 자기들 위해서 하는 말인데 들으려 하지 않고 대화도 안되어 속상합니다.

 

A: ‘부모가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느냐’ 라고 질문을 할 때 그것에 대한 정확한 정답은 없다고 본다.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위기 상황이 가정의 성숙과 화목, 관계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아이들을 키우다가 보면 위기가 다가온다. 4살까지 말을 잘 듣던 아이가 갑자기 말을 잘 듣지 않게 되기도 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착하던 아이가 갑자기 집에 늦게 들어오면서 친구들과 돌아다니는 일이 있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날 학교에서 연락이 와서 댁의 아이가 학교의 누구를 때렸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서 미안함을 느끼며 학교를 방문하게도 된다.

 

또, 어떤 날에는 학교에서 함께 놀던 친구가 잘못하는 행동으로 인해 넘어지면서 팔, 다리가 부러지기도 한다. 수학 여행을 떠나기 전 날 갑자기 장염이 생겨서 여행을 취소하고는 속상해하는 아이를 달래 주기도 하고 친구가 없어서 외로워 하며 학교를 옮기고 싶다는 아이의 호소를 처리해야 하기도 한다.

 

행복한 가정의 특성을 연구한 미국의 내브라카 대학의 결과에 의하면 행복한 가정은 위기를 잘 극복한다고 한다.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은 위기로 인해 가정이 깨어지거나 상처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소통하고 돌보고 소화해서 성숙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6명의 아이들을 키우면서 위기를 만날 때는 때로 죄인이 되기도 했고 아이의 잘못에 대해 심판자가 되기도 하고 슬픔을 위로하는 상담자가 되기도 했다. 부모가 위기를 만난 아이들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위기가 아이와 부모의 사이를 갈라 놓기도 하고 위기가 신뢰와 사랑의 관계로 나아가게 한다. 또는 아프지만 성장의 관계로 나아가도록 돕는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딸이 전혀 맘에 들지 않는 남자 친구와 사귄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조금만 늦어도 걱정을 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 결과 딸이 집에 오면 잔소리를 늘어 놓고 말다툼을 하는 일이 몇 주간 지속되었다.

 

딸과 다투면서 점점 딸과 사이가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급기야 하루는 심하게 딸과 다투고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불안감이 크게 자리 잡고 있으면서 딸을 믿지 못하고 통제하려고 하는 마음이 있음을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저녁에 들어온 딸에게 불신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하고 서로 포옹을 하면서 마음을 나누어 관계의 회복을 도모했다.

 

그 이후로는 딸에게 아무런 잔소리도 하지 않았고 다만 딸을 지지만 해주었는데 얼마 후 딸은 자연스럽게 남자 친구와 헤어지게 되었고 염려했던 일들은 전혀 일어나지도 않았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위기를 잘 극복했기에 그 다음부터 딸과의 관계가 더 좋아지고 신뢰하는 관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비 오는 날에 운전을 하던 아들이 사고를 내었는데 그 사고로 인해 차를 폐차시키는 결과가 왔다. 그런데 그것이 온 식구가 서로를 돌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고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게 했다.

 

아들은 자신이 혼날 것에 대해서 염려를 했는데 부모가 야단보다 오히려 자신의 안전함에 대해 더 관심이 있는 것을 보면서 감사한 마음이 생겼고 죽음이 얼마나 삶에 가까이 있는 지를 알게 되었다고 고백을 했다.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찾아오는 위기를 서로 신뢰와 이해함이 커지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훈|호주기독교대학 학장

▲ 김훈     © 크리스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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