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냄 받음

이태형/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0/11/30 [14:46]

 

친구 J목사가 지난 10월 25일 이임예배를 드리고 21년 동안 사역했던 정든 교회를 떠났다. 맑은 미소가 아름답고 마음이 깨끗한 J목사는 대전의 교회를 떠나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교회로 가게 됐다.

 

세상적인 시각에서 볼 때 그의 이임은 놀라운 것이었다. 21년간 그가 섬긴 교회는 수천 명의 성도가 있는 안정된 교회로, 안팎에서 건강한 교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성도들은 J목사 부부를 존경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 이후에도 교회는 변함없이 성장했다.

 

은퇴까지 10여년 얼마든지 안정되고 행복한 목회를 펼칠 수 있었다. 교회를 떠나야 할 어떤 동기나 문제도 없었다. 그래서 그의 떠남 결정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특히 교회 공동체가 너무나 아쉬워했다.

 

J목사가 새로 부임하게 될 미국의 교회는 성도 수 150여 명으로, 규모나 영향력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한국의 목회 현실에서 그 미국의 교회를 담임한 목회자가 대전의 교회로 오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어떻게 J목사는 그런 ‘이례적인’ 결정을 하게 된 것일까. 그가 그 같은 결정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보냄 받음’이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 있다.

 

그는 21년 전 보냄을 받아 대전의 교회로 왔고, 이제 다시 보냄을 받아 샌프란시스코로 가게 됐다. 더 설명이 필요없다. 하나님이 보내신 것이다! J목사는 언제나 자신을 ‘주님이 참된 목자로 친히 목회하시는 교회의 부목사’라는 생각으로 목회를 한다고 했다. 그가 담임했던 교회는 ‘성령의 감동과 우리의 순종’이라는 신앙의 원칙을 갖고 있었다. 그 스스로 어떤 사안마다 성령의 감동이 분명하다면 절대 순종하려 했다.

 

21년 전 그의 마음에 대전을 품게 하신 성령님은 이번에 그에게 미국의 디아스포라 한인들을 품어야 한다는 감동을 주셨다. 그 감동을 받고 그는 질문했다.

 

“왜 제가 가야 합니까?” 그의 질문에 성령 하나님은 “네가 가면 안 되겠니?”라고 재차 감동을 주셨다 한다. 분명한 성령의 감동에 그는 순종했다.

 

이렇게 보냄을 받기 전 J목사는 국내 굴지의 대형교회로 청빙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최종적으로 150여 명의 성도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교회로 가게 됐다. 거기로 보냄 받았고, 그는 그 보냄 받음에 순종한 것이다. 세상적으로는 그의 결정이 이례적인 것이지만 기독교 신앙을 가진 성도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하나님이 보내시면 가야 한다. 보냄 받은 그곳이 자신이 있어야 할 사명의 장소다. 그는 그곳을 찾아간 것이다.

 

요한복음 1장 6절에 세례 요한의 정체성이 나온다.

 

“하나님께로부터 보내심을 받은 사람이 있으니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

 

요한은 다름 아닌, 보냄을 받은 자였다. 어찌 보냄을 받은 자가 세례 요한뿐이겠는가. J목사나 우리 모두 ‘하나님께로부터 보내심을 받은 사람’이다. 우린 어떤 목적을 위해서 보냄 받은 사람, 그래서 ‘부름 받아 나선 이 몸’들이다.

 

제한된 이 땅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은 ‘보냄 받은 그 목적대로 나는 지금 살고 있는가’라는 물음일 것이다. 우리 모두 주님이 주신 퍼즐 한 조각씩을 갖고 있다. 우리가 할 일은 보냄 받은 정확한 장소에 그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것일 게다.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일이란 있을 수 없다. 그저 주님이 맡기신 일을 하는 것이다.

 

25일 J목사의 이임예배는 감동적이었다.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진한 눈물이 있었지만, 주님의 음성에 순종했다는 기쁨도 있었다. 성령의 감동에 순종한 J목사나 하나님의 큰 뜻과 경륜을 신뢰하며 자신의 목자를 디아스포라 선교를 위해 ‘파송한’ 교회 성도들 모두가 아름다웠다.

 

 

이태형|현 기록문화연구소 소장, 고려대 사학과 및 미국 풀러신학대학원(MDiv) 졸업, 국민일보 도쿄특파원,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소장 역임.

▲ 이태형     © 크리스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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