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 살아난 친구 이야기

이태형/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0/12/29 [14:54]

 

친구 K는 간경화로 거의 죽음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 친구들은 병상에서 복수가 가득 차오른 모습으로 한때 혼수상태에까지 이른 K의 모습을 보고 회생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아들의 간을 이식받았다. 이식 수술 후에도 위급한 순간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회복되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정말 K와 그 가족, 친구들에게 기적 같은 은혜의 이야기였다.

 

죽다 살아난 친구는 신실한 크리스찬이다. 젊은 날, 교회 일이라면 자기 일보다 더욱 열심을 내었다. 명문대 석사 출신으로 안정된 회사 연구원으로 있다 30대 후반에 아예 직장을 나와 교회 일에 ‘헌신’했다.

 

많은 목회자와 교회 지도자들을 만났다. 하나님에 대한 열정으로 말씀도 깊이 연구했다. 자타가 공인한 교회의 귀한 일꾼이었다.

 

죽음 직전까지 갔다 회생한 K는 지금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자포자기 상태까지 갔던 그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이제는 만날 때마다 생의 의지가 충만한 K를 보며 친구들은 “역시 간이 중요해”라며 농담을 하기도 한다.

 

K가 “나는 죽다 살아난 사람이야”라고 말하면 무조건 그의 말을 들어야 했다.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죽다 살아난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배길 수 없다. 한번은 K가 ‘죽다 살아난 다음에 깨달은 것들’에 대해 말했다.

 

그는 이제 무엇이 진짜고 가짜인지가 보인다고 했다. 가식과 진실이 뚜렷하게 파악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가식적인 것이 분명하게 보여. 이전에도 조금 보였고 그러려느니 하고 지나갔는데 이제는 가식적인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따를 수 없더라고.

 

말로는 ‘좁은 길로 가라’면서 자신들은 넓은 길로 가는 교회 지도자들이 너무 많아. 죽어라 일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도저히 알지 못한 채 그저 앵무새처럼 위로의 말만 하는 사람들도 많고. 죽다 살아나니까 이제는 한순간이라도 진실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더라고.”

 

K는 자신이 병상에서 혼수상태에 있을 때도 사람들의 진심이 보였다고 했다. 누가 진심으로 자신의 상태를 슬퍼하고 자신을 위하는지, 그저 ‘면피용’으로 의례적인 인사치레만 하는 사람인지가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죽다 살아난 다음에 반드시 진리를 찾아야 한다는 강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수없이 설교를 듣고 성경 공부를 했지만 돌이켜 보니 그저 누군가의 말과 이론을 ‘받아들인 것’이었다는 자각이 들었다 한다. 그는 스스로 진리를 찾는 여정에 돌입했다.

 

그러기에는 여건도 좋았다. 이제 각종 영상을 통해 수많은 설교와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출석 교회뿐 아니라 여러 교회 목회자들의 설교를 들었다. 과거에는 위험하다고 여겼던 분야의 신학 책들도 보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K가 이제 스스로 신학 과정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K는 죽다 살아난 다음에 기도의 능력을 확실히 믿게 됐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죽음에서 생환한 것은 자신을 위해 중보했던 선한 이들의 기도의 힘이라 믿었다. 그래서 그는 기도에 전념하고 있다. 자신이 기도하겠다고 말한 사람들을 위해 반드시 기도한다.

 

절대로 빈말로 “기도하겠어요”라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K는 지금 은혜로 주어진 여분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매일 이제부터는 오직 사랑만 하며 살겠다고 다짐한다.

 

친구들이 보기에 K의 삶은 이제부터인 것 같았다. 하루를 살더라도 진리를 추구하며, 진실로 사랑하는 진짜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큰 은혜다. 죽음 일보 직전까지 갔던 것이 K에게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K뿐 아니라 우리 모두 죄와 허물로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 아닌가. 그것을 너무나 자주 잊고 산다.

 

 

이태형|현 기록문화연구소 소장, 고려대 사학과 및 미국 풀러신학대학원(MDiv) 졸업, 국민일보 도쿄특파원,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소장 역임.

▲ 이태형   © 크리스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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