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회당 오빠’

우명옥/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1/05/25 [15:52]
©Jackson-David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 속에 요정이 나타나 세 가지 소원을 들어 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요정은 현실세계에 없지만 어린 마음에 어떤 소원을 말할까 고민고민하며 소원 세 가지를 추려보곤 하였다.

 

만약 지금 요정이 나타나 젊음, 부자, 똑똑함, 겸손함, 4대 보험 보장 정규직이라고 적힌 소원 종이를 주며 한 손에 한 개씩 잡을 수 있다고 한다면 어떤 것을 고를 것인가? 더군다나 이글을 다 읽을 동안 이 소원 종이를 놓치지 않고 들고 있는 사람에게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면 우리는 세수를 주먹 쥐고 하는 한이 있어도 며칠이고 놓지 않을 것 같다.

 

정말 선택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늙음보다 젊음을, 가난보다 부요함을, 멍청함보다 똑똑함을, 교만함보다 겸손함을 그리고 백수보다는 나랏일을 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이 중 두 개가 아니라 이 모든 것을 다 갖춘 사람이 성경에 나온다. 젊은데 부자고, 똑똑한데 겸손하고, 직업도 안정적인 관원인데 믿음까지 좋은 이 청년은 정말 자매들의 로망인 완벽한 회당 오빠가 아닐 수 없다.

 

마가복음 10장 17절을 보면 이 회당 오빠가 예수님에게 달려오면서 시작한다.

 

예수께서 길에 나가실 때 한 사람이 달려와서 끓어 앉아(마가복음 10:17).

 

일단 이 청년은 달려와서 예수님 앞에 무릎을 끓을 정도로 겸손한 성품을 가진 것 같다. 난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지금까지 나에게 무릎 끓고 질문하는 어린이는 한 명도 못 만났다.

 

이 회당 오빠는 예수님에게 질문을 한다. 만약 우리들이라면 무엇을 질문했을까?

 

“예수님 로또 번호는 몇 번입니까?” “ 결혼은 언제쯤 할 수 있을까요?” “어떤 주식을 사야 할까요?” 등등 아마 사람마다 평상시 자신이 관심 갖고 있는 궁금한 것들을 물어볼 것이다. 그런데 이 청년은 예수님께 이런 질문을 한다.

 

선한 선생님!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으리이까?

그렇다면 이 회당 오빠의 평상시 관심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영생’이다. 부자고, 젊고, 권력도 있고 모든걸 다 갖추었는데 영적인 것에도 관심있는 정말 완벽한 회당 오빠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청년의 질문을 잘 들여다 보면 그가 갖고 있는 영생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다.

 

“내가 무엇을 하여야….”

 

이 오빠에게 영생은 자신이 무언가를 해서 얻는 것, 또는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영생에 관심이 있는 것은 정말 좋은데 그 영생이 자신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이 이 청년에게 이렇게 대답을 하신다. 일단 대답이 까칠하시다.

 

“네가 어찌하여 나를 선하다 하느냐?” 하나님 외에는 선한 분이 없다.” 그리고 이 청년이 잘 아는 계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계명을 지켰냐고 질문하신다.

 

네가 계명을 아나니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거짓증언하지 말라’ ‘속여 빼앗지 말라’ , 네 부모를 공경하라’(막 10:19)

 

항간에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손 접어’ 게임이 있다. “00한 사람 손 접어”라고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하고, 질문에 해당되면 손가락을 한 개씩 접는 것인데 먼저 손가락 열 개를 다 접은 사람이 벌칙을 받는 그런 게임이다.

 

지금 예수님과 제자들 그리고 이 회당 오빠가 ‘손 접어’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예수님이 말씀하신다. “살인한 사람 손 접어.” 아마 없을 수도 있다. “간음한 사람 손 접어.” 몇명이 손가락을 접었을 것이다. “거짓 증거한 사람 손 접어” 이것도 몇명 접었을 것 같다. “속여 빼앗은 사람 손 접어” “부모를 공경하지 않은 사람 손 접어.”

 

아마 여기부터는 많은 사람들의 손가락이 접혔을 것 같은데 회당 오빠는 자신 있게 말한다. “난 어려서부터 이것들을 다 지켰습니다.” ‘손 접어’ 게임의 우승자는 회당 오빠가 되었을 것이다. 이 청년이 거짓말을 하는 걸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성경에 보니 예수님이 그를 보시고 사랑하사 말씀하셨다고 나온다.

 

예수께서 그를 보시고 사랑하사 이르시되 네게 아직도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으니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보화가 네게 있으리라 그리고 나를 따르라” (막 10:21)

 

예수님도 회당 오빠가 마음에 드셨고, 제자로 스카웃 하시기 위해 손을 내밀고 계신다. 그런데 이 회당 오빠는 어떻게 했을까?

 

#그 사람은 재물이 많은 고로 이 말씀으로 인하여 슬픈 기색을 띠고 근심하며 가니라(막 10:22).

 

부자고, 젊고, 성격 좋고, 관원으로서 권력도 있고, 영적인 것에 관심도 있는 이 완벽한 회당 오빠는 예수님이 내민 손을 잡지 못했다. 왜 그럴까? 젊음에 성공에 돈에 종교적 열심에… 많은 것을 잡고 있느라 정작 예수님이 내민 손을 잡을 손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부자가 천국에 가기 어렵다고 말씀하신 것 같다. 돈이 얼마 이상 있으면 못 가고, 가고가 아니라, 부자는 손에 든 것이 많아서 예수님의 손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 청년에게 잡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라고 말씀하신다.

 

재물과 상관없는 우리는 이 대목에서 마음이 편해지면서 예수님의 이 요청과 질문이 우리와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돈에 대한 이야기일까?

 

지금 소원 종이를 잡고 있는 당신에게 예수님이 손을 내미시며 “지금 내 손을 잡으면 영생을 가질 수 있다”고 하신다면 지금 내 손에 든 소원 종이를 내려 놓고 예수님의 손을 잡을 수 있겠는가?

 

예수님의 손을 잡고 싶은데 그러려면 내가 들고 있는 것을 놔야 한다면?

 

오늘 우리는 젊음, 부자, 똑똑함, 겸손함, 4대 보험 보장 정규직을 소원 종이에 적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게 스마트폰, 또 어떤 사람에게는 외모, 어떤 사람에게는 돈, 어떤 사람에게는 자존심일 수도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예수님이 우리에게 손을 내미실 때 우리가 들고 있는 것을 선물로 주신 그분의 손을 잡지 못할 정도로 우리가 잡고 있는 것에 집착한다면 우리는 다 가졌지만 정작 영생은 갖지 못하고 죽을 수 있다.

 

지금 내 손을 들여다 보자. 예수님이 내민 손을 잡지 못할 정도로 손에 가득 든 것은 무엇인가?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호주 사회에서 성공하길 바란다. 잡고 있을 수만 있다면 손 두 개가 버거울 정도로 가득가득 가지고 누렸으면 좋겠다.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다 버리는 청빈이나 수도사 생활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내가 가진 것이 가득해도 내 손에 든 것을 주신 분이 누군지 알며 기꺼이 그분의 손을 잡는 다음 세대를 소원 종이에 적어 본다.〠

 

우명옥|시드니한인장로교회 어린이부 전도사, 목회학 석사, 교육학박사

 
광고
광고

  • 포토
  • 포토
  • 포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