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

-마이올 크릭 *원주민

글|김명동 사진|권순형 | 입력 : 2021/06/28 [11:33]
                                                                                                                                                  ©  권순형     

 

 

힘에 밀리고

문명의 횃불 앞에 무릎 꿇었을지라도

조상대대 길들여진 노래와 섬세한 몸짓

 

문자도 없이 전설처럼 살아온

아보리진의 자존이 영롱하고

디저리두의 살아있는 소리는

외객의 눈시울을 적신다

 

그랬겠지, 수억 년 살아온 마더랜드를

백인에게 내어주기가 쉬웠겠는가

 

1838년 6월 마이올 크릭은

벌집처럼 쑤셔놓은 심장이었다

 

바람은 학살된 여자의 피 묻은

머리카락을 날리고

아이의 시체는 목이 잘려 버려졌다

 

나무숲은 그 옷자락을 말아 올려

얼굴을 가려버렸고

마이올 크릭 역전은 그 호흡을 멈췄다.

 

방문객의 향기는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교류되어

머리를 끄덕여 인사를 나누면

눈과 눈으로 사랑이 머물고.

 

*마이올 크릭: 시드니에서 북쪽으로 591km 떨어진 아보리진마을.원주민 학살 사건을 추모하는 행사가 매년 6월 마이올 크릭 현장에서 열린다.

 

글/김명동|편집인, 세계모던포엠작가회 회원

사진/권순형|발행인, 한국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

 

 
광고
광고

  • 포토
  • 포토
  • 포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