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삼킨 유명 관광지 사람 발길 '뚝'
 
글/김명동 사진/권순형
▲ 매일 오후 3시 30분에 실시되던 펠리칸 먹이 주기는 앤트런스의 보석 같은 명물이었는데 코로나 여파로 인해 지난해 초부터 중단된 지 오래되었다.     © 크리스찬리뷰


세상이 몇 달 사이에 많이 달라졌다.

 

마스크로 중무장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고 마트와 빵집, 약국 등을 제외한 상점과 시설은 모두 문을 굳게 닫았다. 약방이든 슈퍼마켓이든 어딘가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입구에서 QR 코드를 찍어야 한다.

 

체온계에 이마를 내밀어 열이 있는지 확인받을 땐 심장이 쪼그라든다.

 

관광객은 물론 길거리를 배회하는 사람들 또한 찾아보기 힘들다. 이동 제한령 지침에 따라 자택에서 5km 넘어 외출을 위해선 통행증(permit)을 필수로 지참해야 한다. 그러나 통행증을 지참했다고 하더라도 외출이 모두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경찰의 불시검문에 따라 외출사유가 적절하지 않으면 5천 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도시 전체가 한산하다. 재난 영화에나 등장할 것 같은 장면이 일상이 됐다.

 

코로나 여파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디 앤트런스(The Entrance) 지역을 찾았다. 앤트런스는 시드니에서 불과 1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한 NSW 주의 대표 관광지 중 한 곳으로 관광과 휴양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수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다.

 

코로나19로 봉쇄 국면에서도 기자의 활동재량은 예외적으로 허용돼 NSW주 정부에 여행 등록(COVID-19 Travel Registration, Service NSW)을 하고 직접 취재길에 나섰다.

 

어쩌면 기억 속, 예전의 앤트런스 지역의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코로나 속 현재의 모습을 취재를 통해 자료로 남긴다.

 

코로나는 딴 세상 얘기

 

시드니에서 북쪽으로 퀸즐랜드 주(Queensland State) 브리즈번까지 이어지는 퍼시픽 하이웨이는 호주의 남북을 잇는 주요 도로이다. 이 길 오른쪽으로 펼쳐진 해안을 통 털어 센트럴 코스트(Central Coast)로 부르는데, 퍼시픽 하이웨이를 따라 빼어난 절경을 지닌 관광지들이 무수하다.

 

시드니 광역권의 봉쇄조치가 12주째 접어든 지난 9월11일 센트럴 코스트로 향했다. 낮 수은주가 섭씨 30도까지 치솟았다. 이날 본다이비치와 쿠지비치를 비롯한 동부 해안가에는 봉쇄조치 규정을 비웃듯 인파가 쏟아져 나왔다.

 

▲ 본다이비치와 쿠지비치를 비롯한 동부해안가에는 봉쇄조치 규정을 비웃듯 인파가 쏟아져 나온 인파들(상). 경찰은 순찰 병력을 동원해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수칙 그리고 봉쇄조치 규정 준수 여부를 감시했다.     © 크리스찬리뷰

 

이에 경찰은 순찰 병력을 동원해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수칙 그리고 봉쇄조치 규정 준수 여부를 감시했다. 본다이비치는 이번 변이 사태가 최초로 발생한 지역이다.

 

앤트런스 해변가에도 물놀이 나온 수영객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니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면 시드니 사람들의 바닷가 사랑은 참 유별난 듯하다.

 

펠리컨 먹이 주기

 

이날 찾은 앤트런스는 썰렁한 적막감이 나돌았다. 무서우리만치 조용했다. 언제나 사람으로 넘쳐나던 유명 관광지였다. 하지만 하늘길이 막히며 관광객도 사라졌다. 평소였다면 자리를 잡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로 빽빽했던 식당가도 문을 굳게 닫았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웃고 떠들면서 생선튀김과 감자튀김을 먹던 방문객들이 모두 모습을 감췄다. 모든 여행지마다 보물 하나씩은 숨겨져 있는 법, 앤트런스에서의 보물은 바로 펠리컨 먹이 주기이다. 펠리컨 먹이 주기는 일 년 내내 매일 오후 3시 30분에 시작된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로 폐쇄됐다.

 

▲ 펠리칸에게 먹이 주기를 폐쇄했다는 안내문.     © 크리스찬리뷰

 

▲ 앤트런스에 가면 유명 업소인 짐보스에서 피시앤칩스를 시식해야 한다. 이곳에서 펠리칸에서 먹이 주는 일을 오랫동안 계속해왔다.     © 크리스찬리뷰


어떻게 아는지 펠리컨들은 먹이 시간이 되면 하나 둘씩 날아와 자리 선점에 열을 올린다. 이윽고 떼 지어 착륙하는 장면은 장관이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탄성과 웃음소리, 비록 먹이를 매개로 한 펠리컨과 인간의 만남이지만 그 모습은 감동이다.

 

생선 박스가 들어오면 펠리컨들은 눈빛이 변하고 군기 바짝 들어간 군인이 되어 차례를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린다. 이때 자원봉사자들은 먹이를 주면서 건강상태를 주시한다. 부상당한 펠리컨을 찾아내 치료해주고 부상이 심하면 데리고 가서 입원시켜 치료해준다. 앤트런스에는 낚시꾼들이 많아 펠리컨들이 낚시 줄과 바늘에 자주 부상을 당한다.

 

▲ 코로나 사태 이전(왼쪽)과 이후(오른쪽)의 앤트런스 풍경. 자원봉사자들은 먹이 주기를 하면서 부상 당한 펠리컨을 찾아 치료를 해준다.     © 크리스찬리뷰

 

펠리컨 먹이 주기는 1979년 크리포드(Clifford) 피쉬앤칩스 가게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짐보스(Jimbo's Quality Seafoods)에서 이어 받았고, 1996년 앤트런스 활성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앤트런스 타운 센터에서 인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먹이 시간이 되었는데도 펠리컨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몇몇 펠리컨들이 망부석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갑작스런 환경 변화에 스트레스 탓일까, 많이 야위어 보였다. 코로나가 단숨에 바꿔놓은 앤트런스의 풍경이 피부에 와 닿는다.

 

펠리컨들은 매일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왔다. 일각에서는 먹이를 줘서 야생성을 잃는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사람과 새가 어울려 공존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한 번도 자연과의 친화력을 경험해 본 일이 없는 사람도 바로 펠리컨이 내 옆에 날아들어 먹이를 홀짝이는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자신이 자연에 속하는 존재임을 뜨겁게 자각하게 되리라.

 

펠리컨과 친구가 되는 그 특별한 경험을 하고 난 뒤라면 우리의 삶이 조금 더 착해져 있을 터이고 우리의 일상도 자연 쪽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될 터이니 말이다.

 

낯선 곳에 와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

헛기침만 해도

쏘아보는 눈초리

인적 줄어든 거리

사람이 오지 않아 두렵고

사람이 오면 더 두려운 하루하루

 

‘백년 동안’의 고독

 

인근을 항해하는 선박들의 파수꾼 역할을 해오고 있는 노라헤드 등대(Norah Head Lighthouse) 주변은 깨끗한 에메랄드빛 청정바다와 수려한 경치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유명 관광지 중의 하나다. 경사도 완만하고 기암절벽과 풍광이 아름다워서 관광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NSW주에서 가장 먼저 등대가 설치된 노라헤드 등대(1903년). 인근에는 낚시터를 비롯한 서핑을 즐길 수 있는 휴양시설들이 있다.     © 크리스찬리뷰

 

앤트런스에서 승용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노라헤드 등대는 언제 그랬냐는 듯 그 많던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노라헤드 등대 주변은 텅 비다 못해 황량해 보이는 상황이 됐다.

 

굳게 닫힌 출입문은 쓸쓸함을 자아냈고, 텅텅 빈 주차장은 시간이 멈춘 듯 정적만 남았다. 그 많던 낚시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1903년 세워진 노라헤드 등대는 NSW주에서 생겨난 최초의 등대이다. 지도를 펼쳐놓고 평면상에서 보면, 이곳에 등대가 꼭 필요한 이유를 금세 이해하게 된다. 노라헤드는 NSW주의 유명한 철강도시인 뉴카슬(Newcatsle)과 시드니 중간쯤에 자리한다.

 

문제는 노라헤드 마을이 마치 반도처럼 육지에서 동떨어져 튀어나와 있으며, 육지와 연결되는 부분이 마치 병목처럼 좁게 이어지다가 넓게 퍼진다.

 

노라헤드 앞 바닷길은 시드니와 뉴카슬을 잇는 주요 항로였다. 하지만 노라헤드의 이런 지리적 요인으로 (바다 쪽으로 크게 튀어나와 있는) 예로부터 짙은 안개와 파도가 사나워 선박들은 노라헤드 앞을 운항할 때 무척이나 애를 먹었다고 한다.

 

NSW주에서 가장 먼저 등대가 설치된 이유는 이런 배경이다.

 

무려 100년이 넘는 고독 속에서 바다를 지켜온 등대와 등대지기가 머물렀던 코티지(cottage)는 현재 보호시설(heritage)로 지정되어 있다. 그리고 노라헤드를 찾는 방문객들이 늘어나면서 노라헤드 등대 사무소에서는 방문객을 위한 숙소를 마련하고 등대를 찾는 이들에게 등대지기가 되어보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등대 투어는 주말(토, 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가능하며 투어 소요시간은 대략 30분 걸린다. 또한 학교 방학기간(school holidays)에는 화요일과 금요일에도 투어가 가능하다.

 

등대 꼭대기까지는 총 96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꼭대기에서 보는 태평양의 짙푸른 바다와 인근의 절벽은 빼어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가을이면 북쪽으로 이동했다가 이듬해 봄이 되어 남쪽으로 내려오는 고래의 이동을 관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개점휴업 상태다. 언제 문이 다시 열리는 걸까? 아직 기약이 없다.

 

호수를 끼고 있는 작은 마을

 

롱제티(Long Jetty)로 향했다. 가는 길이 예뻤다. 롱제티는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로망의 여행지다. 발길 닿는 곳마다 마주하는 아름다움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인생사진’을 남길 정도로 설렘이 가득한 곳이다. 하지만 이곳도 다르지 않았다. 쥐죽은 듯 적막하기만 했다.

 

롱제티는 말 그대로 긴 둑이다. 1915년 투게라 호수(Tuggerah Lake)의 수심이 낮아서 배가 안전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호수 중간까지 3개의 긴 다리를 놓았다고 한다. 조금 허술해 보이는 다리는 351미터나 된다.

 

나무다리 위를 걸으면서 호수를 바라보면 그냥 마음이 편해지면서 왜 여길 사람들이 찾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다양한 풍경(마을, 호수, 수로, 바다)을 통과하기 때문에 산책하기에도 좋고, 지붕이 덮인 피크닉 테이블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가족끼리 가벼운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이글거리는 석양에 넋을 잃고 만다.

 

“검사 받으세요” 문자 한통에 ‘화들짝’

 

본지 권 발행인이 지난 9월 22일 느닷없이 “코비드 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올 때까지 자가 격리하고 혹시 시간이 다르면 이 메시지는 무시하라”는 문자를 통보받고 화들짝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NSW Health에서 보낸 메시지였다. 순간 불안감이 밀려왔다.

 

상황은 이렇다. 권 발행인은 취재를 위해 Service NSW에 여행 등록을 하고 앤트런스(The Entrance)를 찾았다. 지난 9월 11일이었다. 그런데 이날 오전 11:50~오후 12:20 사이에 앤트런스 Jimbo's Quality Seafoods에서 코비드 양성 환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 시간에 있던 사람들은 코비드 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올 때까지 자가 격리하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분명 그곳에 점심을 사기 위해 갔었다. 그렇지만 몇 시에 갔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촬영해 놓은 사진파일을 찾았다. 12시 16분에 롱제티(Long Jetty)에서 마지막 촬영을 하고 앤트런스로 갔으니 그 시간대에는 그곳에 없었다는 것이 확인이 되었다.

 

그런 후 확인(COVID Safe Check-in, Service NSW)해보니 12시 42분에 체크인 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순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2차 접종까지 마쳤지만 그래도 ‘만약에 감염됐으면 어떡해야 하나’ 하는 걱정에 불안한 마음이 들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권 발행인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생각지도 못한 가까운 곳에 있음을 체험하고 나니 더 조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많이 보고 싶겠지만

 

봄이다. 파란 하늘, 신선해진 공기, 따뜻한 햇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이런 날씨에 마스크라니, 답답하다. 언제까지 마스크를 써야할까. 길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피로감은 쌓여간다. 자영업자의 인내는 한계를 넘어선지 오래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일이 됐다.

 

위드 코로나란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확진자 억제보다는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한다는 방역 체계를 뜻한다. 코로나를 독감 같은 것이라 여기고 궁극적으로는 카페와 식당 등의 영업 제한을 풀고 모임 인원 제한도 없애는 것이다.

 

이렇게 되려면 백신 접종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난 몇 달간 고강도의 봉쇄에 나선 정부도 위드 코로나로의 방향 전환에 나섰다. 정부는 16세 이상 주민의 70%가 백신 2차 접종을 하면 시드니 등에서 진행 중인 봉쇄를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백신 접종 완료율(9월 24일 기준)은 57%로 10월 중순쯤 이 기준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10월 25일부터 시드니의 학교가 수업을 재개할 전망이다. 식당 등은 학교보다도 먼저 문을 연다. 글레이즈 베르지클리언 뉴사우스웨일스 주 총리는 “코로나19와 함께 산다는 건 백신 접종이 높은 가운데 조심스럽고 단계적으로 재개방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봉쇄조치 해제 이후 발병이 증가할 경우 부분적으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낚시꾼들이 생선을 손질하며 머리와 꼬리, 내장 등을 버리는데 펠리칸과 갈매기가 이를 얻기 위해 진을 치고 있다. 이 장면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 촬영한 사진이다.     © 크리스찬리뷰

 

정부는 ‘코로나 제로’를 목표로 지난 6월 26일부터 시드니 등을 대상으로 봉쇄를 시행했지만 통제 불능 상태가 지속되자 백신 접종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젠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에 결단까지 내리게 됐다.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네요

나쁜 일이 지나고 나면

좋은 일이 한꺼번에 오는 일도 있더라고요

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계절

조금만 더 견뎌보자

우리 같이 기다려요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테지만, 인간이 쉽게 지지도 않을 것이다.〠

 

글/김명동|크리스찬리뷰 편집인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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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9/27 [15:41]  최종편집: ⓒ christian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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