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이스터 쇼 햇수로 200주년을 맞이하다

글/주경식 사진/정성택 | 입력 : 2022/04/25 [14:28]

 

▲ 이스터쇼 공식 개막식에 앞서 자이안트 스타디움에서 동물들의 행진 그랜드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 크리스찬리뷰

 

호주는 원래 농업국가였다. 1788년 영국의 식민지이자 죄수의 유배지로 시작되었지만 1820년대에 들어서서 자유민들의 이민 숫자가 증가되었다.

 

뉴 사우스 웨일즈(New South Wales, NSW) 주 이름은 영국에 있는 웨일즈(Wales)를 모델로 해서 지도상으로 영국보다 남쪽(south)에 있는 신생(new) 웨일즈(wales)주라는 의미에서 뉴 사우스 웨일즈(NSW) 주로 부르기 시작했다. 뉴 사우스 웨일즈 주는 호주의 첫 번째 영국의 식민지 주정부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죄수의 유형지로 호주에 사람들이 정착하기 시작했지만 1820년 이후부터 자유민의 이민숫자가 증가되었고, 죄수와는 별도로 1830년 이후부터는 영국정부의 지원을 받은 자유 이민자들이 영국에서 보다 더 나은 삶의 희망을 품고 호주로 이민오기 시작했다.

 

뉴 사우스 웨일즈 왕립농업협회

(Royal Agricultural Society of NSW, RAS)

 

자유 이민자의 정착 초기 가장 큰 이슈는 뉴 사우스 웨일즈 주 식민지 정부의 식량 공급과 자립이었다. 영국 정부는 먼 거리에 있는 호주 죄수들과 식민지 정부에게 식량들을 보내는 데에는 한계가 많았다. 그래서 호주 정착 초기부터 식민지 정부 관리들은 자체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는 데 큰 목표가 있었다.

 

하지만 초창기 죄수들과 군인들은 농사를 지을 줄 아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었고, 농사를 지어 그 결실로 식량을 해결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그래서 영국 정부에서는 가능한 한 자유민 농부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어 새로운 땅 호주로 이민을 올 수 있도록 배려하였고, 1820년대부터 자유민 이민자의 이민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초기 정착민들은 영국과 다른 새로운 환경과 농사를 짓기 위해 직면한 농작물 품종 개발, 농사 환경 적응 등 여러 가지 실제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했고, 농부들끼리 힘을 합하고 서로 도움으로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갔다.

 

그 결과 관심있는 농업가들이 의견을 모아 ‘각종 경연대회를 통하여 호주의 농업산업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NSW 농업협회(Agricultural Society of NSW)를 1822년 7월 5일에 결성했다.

 

이처럼 NSW 농업협회는 식민지내 가축을 늘리고 농사의 다양한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이듬해인 1823년 NSW 농업협회는 가축 및 농산물들을 전시하고 우수한 농산품과 가축들을 선별해 시상을 하는 등 식민지 정착민들이 농업에 관심을 가지고 참가할 수 있도록 이스터 쇼를 개최했다.

 

초창기 이스터 쇼는 식민지 사람들에게 농사를 교육하고 농사의 다양한 정보들을 나누는 등 농촌산업의 선진화와, 함께 모여 사업을 하고 농사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는 비지니스의 기회였다. 그리고 아울러 더 나은 농산품들을 생산할 수 있도록 격려하기 위해 농작물 대회가 열렸고, 시상과 심사가 대중 앞에서 진행되었다.

 

현재에도 그런 전통이 이어져 이스터 쇼에서는 축산물과 농산물에 대한 각종 경기, 대회, 심사가 진행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200년이 지난 지금에도 뉴 사우스 웨일즈 왕립농업협회(RAS)는 여전히 이벤트와 각종 농산물 대회를 조직하고 뉴 사우스 웨일즈주의 농업유산을 장려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의 이스터 쇼는 각종 탈 것들과 어린이 쇼백 쇼핑등 다양한 볼거리 탈거리 먹거리들이 추가되었지만 초창기 이스터 쇼의 목적은 호주 농업을 장려하고 뉴 사우스 웨일즈주의 지속 가능한 농업개발과 농촌 지역사회를 지원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뉴 사우스 웨일즈 왕립농업협회는 농업의 우수성을 촉진하고 농촌지역 커뮤니티를 튼튼하게 세우기 위해 매년 7백만 달러에 달하는 돈을 투자하고 있다. 이스터 쇼의 수익금은 이처럼 뉴 사우스 웨일즈주 농촌산업을 지원하는 데 사용되어지고 있다.

 

“뉴 사우스 웨일즈 농업협회”에 “Royal” 칭호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NSW 주의 농업발전과 그간의 공헌을 격려하기 위해 1891년 빅토리아 여왕(Queen Victoria)이 특별허가를 내주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1891년 NSW 농업협회(Agricultural Society of NSW)는 “NSW 로열 농업협회”(Royal Agricultural Society of NSW, 이하 RAS)로 이름이 바뀌었고 같은 해 이스터 쇼는 “시드니 로열 이스터 쇼”(Sydney Royal Easter Show, SRES)로 이름을 바꾸어 열리게 되었다.

 

시드니 이스터 쇼의 역사

 

1823년 맨 처음 시작된 이스터 쇼는 시드니 시티에서 서쪽으로 24km 떨어진 파라마타 공원(Parramatta Park)에서 열렸다. 파라마타는 초기 식민지 시대에 가장 먼저 건설된 도시이다. 파라마타의 땅이 기름지고 농사를 짓기에 적합한 이유였다.

 

▲ 1823년 파라마타공원에서 시작된 이스터쇼를 기념하기 위해 파라마타공원에서 시드니올림픽공원까지 퍼레이드를 펼쳤다.©RASNSW     

 

그리고 파라마타 강이 시드니 시내 록스(Rocks) 지역까지 이어져 있어 강을 따라 이동하기에 적합했다. 이스터 쇼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말, 소, 양, 돼지 및 가금류들을 선보였다. 그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파라마타 공원에서 45년 진행되던 이스터 쇼는 1869년 프린스 알프레드 공원(Prince Alfred Park, 현 Chalmers St, Surry hills)으로 옮겨져 진행되었다. 그러다가 1881년 뉴 사우스 웨일즈 정부가 무어 공원(Moore Park)의 토지를 NSW농업협회에 제공했다.

 

그래서 이스터 쇼는 1882년부터 1997년까지 무려 115년 동안 무어 공원에서 진행되어 왔다. 1997년 이전에 호주로 이민 온 분들은 자녀들과 함께 무어 공원에서 열렸던 이스터 쇼를 관람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미 1980년대 후반부터 이스터 쇼의 관람객들이 무어 공원의 시설을 능가하기 시작했다. 이에 1994년 뉴 사우스 웨일즈 정부는 이스터 쇼가 홈부시의 시드니 올림픽공원으로 이전하는 것을 승인했다.

 

▲ 이스터쇼의 주요 행사들은 대부분 자이언트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이스터 쇼의 상징인 가축들의 행진그랜드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다.©RASNSW     

 

올림픽공원의 새로운 부지에서의 첫 번째 쇼는 1998년에 열렸다. 지금까지 올림픽공원에서 진행되고 있으니 24년 동안 올림픽공원에서 진행되어 온 것이다.

 

1823년에 시작된 이스터 쇼는 올해로 햇수로는 200년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919년 스페인 독감이 창궐하던 해에 이스터 쇼가 취소되었다. 그리고 2020년에도 코로나 19로 인해 이스터 쇼가 취소되었다. 여기에 더해 2차 세계대전이 있었던 1942년부터 1946년까지 5년간 전쟁으로 인해 이스터 쇼가 열리지 못했다.

 

1823년에 시작되었으니 햇수로는 올해가 200주년인데, 그동안 전염병으로 취소되거나, 전쟁으로 중단되었던 기간들을 감안한다면 정확하게 올해를 이스터 쇼 200주년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을 제외하고는, 200년 동안 한 해도 쉬지 않고 이스터 쇼가 매해 계속해서 열릴 수 있었다는 것은 RAS에 경의를 표할 일이다.

올해 200주년을 맞이하는 뉴 사우스 웨일즈 왕립농업협회는 2022년 로열 이스터(Sydney Royal Easter show)를 4월 8일부터 19일까지 12일 동안 올림픽 공원안에 있는 쇼 그라운드(Sydney Show ground)에서 개최했다.

 

2022년 시드니 이스터 쇼 공식 개장 행사

 

자이언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스터 쇼 공식 개장행사는 먼저 그랜드 퍼레이드로 시작했다. 그랜드 퍼레이드는 이스터 쇼의 상징적인 행사라 할 수 있다. 1907년부터 시작된 그랜드 퍼레이드는 가축들의 행진쇼이다. 다양한 종류의 가축 그룹들이 기품 있는 말에 탄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청지기들에 의해 숙련된 행동으로 질서정연하게 커다란 운동장을 행진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행진하는 각종 가축들(말, 망아지, 다양한 종류의 소들, 양, 염소, 돼지, 알파카 등)은 시드니 로열 대회(Sydney Royal Competitions)에서 심사를 거쳐 상을 수상한 우승자들이다. 이 다양한 가축 그룹들이 음악에 맞춰 질서있게 행진하는 모습을 통해 그동안 호주 농업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를 실감할 수 있었고, 관중들은 시드니 로열 대회에서 우승한 잘생긴 가축들과 농부들에게 한껏 박수를 보냈다.

 

가축들이 스타디움을 행진한 후 곧 이어 가축들을 잘 키워 우승자가 된 농부들, 우드춉(통나무 자르기) 우승자들, 호주 농업을 이끌고 갈 미래의 지도자들이 다양한 종류의 마차들을 타고 입장하였다.

 

공식 개장행사인 그랜드 퍼레이드 쇼는 이스터 쇼가 초기에 뉴 사우스 웨일즈주 농업발전을 위해 시작되었다는 취지를 새기게 할 만큼 농업과 목축을 강조하는 퍼레이드로 개장행사를 장식했다.

 

영국 왕실 앤 공주가 2022 로열 이스터쇼를 열다

 

▲ 마치를 타고 입장한 앤 공주가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그리고 원주민들이 개장식에서 디저리두를 연주하며 노래와 춤으로 환영 행사를 펼쳤다.©     © 크리스찬리뷰

 

마차 퍼레이드와 각양 가축들의 퍼레이드가 스타디움을 빠져나가자 곧이어 군악대의 연주에 맞추어 해군, 육군, 공군의 의장대가 순서대로 절도있게 초록색 잔디 위 넓은 스타디움으로 입장했다. 동시에 하늘에서 제트기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작년에는 개장식 때 예정되었던 공군 곡예 비행이 취소되었는데 올해는 곡예 비행은 아니지만 공군 비행기가 자이언트 스타디움 하늘을 몇 차례 빠르게 지나가며 개장식을 축하했다.

 

육·해·공 의장대의 질서정연한 사열 준비가 끝나자 갑자기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영국 왕실의 앤 공주((Princess Anne)가 마차를 타고 입장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호주 미디어의 기사 제목들을 확인해 보니 문장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가 한 목소리로 “엘리자베스 여왕의 딸 앤 공주가 로열 이스터쇼의 개장행사를 열다”로 집약되었다.

 

NSW주 왕립농업협회 200주년 기념 2022년 로열 이스터 쇼를 위해 영국에서 앤 공주가 참석한 것이다. 크림색 정장에 영국 정통문양의 여성모자를 쓴 앤 공주는 71살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멀리서도 의젓하고 기품있게 보였다.

 

▲ 이스터쇼 공식 개장식에서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앤 공주..©RASNSW     

 

의장대의 군인들을 한명 한명 꽤 오랜시간을 들여 사열하는 것도 모자라서 많은 군인들에게 인사도 건네고 몆 명의 군인들에게는 꽤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며 격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비쳐졌다.

 

앤 공주는 사열을 마치고 농작물이 전시되어 있는 울워스 프레쉬 푸드 돔(Woolworths fresh food Dome)으로 이동해 전시되어 있는 농작물들을 둘러보며 농부들을 격려했다.

 

4월 9일 첫 번째 취재는 주로 자이언트 스타디움을 중심으로 한 이스터 쇼 개장행사를 위주로 했다. 저녁에는 ‘화려한 과거’(spectacular past)라는 주제로 환상적인 엔터테인먼트가 진행되었다. 오토바이 마차와 웅장한 열기구로 메인 스타디움 하늘을 수놓는 아름다운 광경을 구경했다.

 

두 번째 방문

 

앞서 설명한대로 시드니 로열 이스터 쇼는 NSW 주의 농업발전과 농촌산업을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로열 이스터 쇼에는 각종 농산물, 각종 가축 등 일차 산업과 관련된 이벤트와 경쟁대회가 이스터 쇼 기간내내 열린다.

 

이러한 다양한 각종대회와 이벤트 또한 여러 날 동안 나누어 진행되기 때문에 하루에 다 관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기 때문에 호주인의 많은 경우 이스터 쇼 기간 동안 페밀리 멤버쉽 카드를 구매해 행사기간 내내 여러 번 방문하며, 행사 시간표별로 계획을 세워 관람을 하는 경우가 많다.

 

기자 일행도 취재를 위해 4월 14일 오전에 서둘러 입장하여 농업 생산품을 관람하기 전에 자이언트 스타디움에서 진행되는 오토바이 곡예 운전을 관람했다.

 

▲ 하늘을 날으는 3인조 오토바이 곡예 운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 크리스찬리뷰

 

세 대의 오토바이가 점프하여 공중에서 차례대로 회전하며 트럭 위 갑판에 착취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목숨을 내건 곡예 비행처럼 보여졌다. 오토바이 곡예 운전이 끝나자 호주의 영원한 자동차 라이벌인 홀덴 자동차와 포드 자동차의 랠리 시합이 이어졌다.

 

8기통 엔진이 굉음을 내며 자이언트 흙길을 시속 100km 이상 빠른 속도로 달려 누가 더 빠른 속도로 목적지에 도달하는 가 하는 경기이다. 빨간색 홀덴이 먼저 굉음을 내고 운동장 반바퀴를 돈 다음 기록을 재고, 파란색의 포드가 이어 반 바퀴를 돌고 기록을 재는 형식으로 경기가 진행되었다. 이날은 전통의 빨간색 홀덴이 아쉽게도 포드에게 밀리고 말았다.

 

호주의 농업 역사를 보다

 

두 번째 이스터 쇼 취재 날은 작년에는 관심을 많이 두지 못했던 농업과 축산을 둘러보려는 계획을 세웠다. 기자 일행은 농산물 경기 대회가 열리고 있는 울워스 프레쉬 후드 돔(Woolworths fresh food dome)으로 이동했다. 안타깝게도 많은 농작물들이 이미 짐을 꾸려 이동해서 돌아간 듯이 농작물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자이언트 호박대회에서 우승을 한 호박과 그 호박을 생산한 농부를 만날 수 있었다. 무려 호박의 무게가 237kg이나 나가는 대형 호박이었다. 웬만한 남자 둘이서도 들기가 어려운 무게였다. 이 호박을 경작한 농부를 호박과 함께 사진에 담았다.

 

마리안 번스와 그의 딸이 올해 호박 크기 시합에서 우승한 호박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마리안 번즈는 시드니 동남쪽 베가(Bega town)마을에서 엘름그로브 농장(Elmgrove Farm)을 운영하고 있다.

 

▲ 호박크기 대회에서 우승한 마리안 번스와 그의 딸. 호박 무게가 무려 237kg이다.               © 크리스찬리뷰

 

다양한 가축들을 경험하기 위해 가축 전시관을 차례로 돌아보았다. 말 전시관(Horse Pavilion), 소 전시관(Cattle Pavilion), 양 전시관(Sheep Pavilion), 돼지와 염소 전시관(Pig & Goat Pavilion) 심지어 알파카 전시관(Alpaca Pavilion)도 만들어 놓았다.

 

▲ 호주의 주요 농업 생산품인 알파카를 어린이들이 다정하게 만지고 있다.     © 크리스찬리뷰

 

이처럼 알파카 전시관을 따로 전시 해놓은 것을 보고서 기자는 알파카가 호주에서는 주요한 농업생산품인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알파카에서 생산되는 털이 주요한 호주의 농업 생산품이자 수출 품목이었던 것이다.

 

가축 전시관을 돌며 기자에게 인상깊게 느껴졌던 두 가지 장면이 있었다. 하나는 하이스쿨 여학생들로 보였는데 아마도 이번 이스터 쇼 기간 동안 자원봉사자로 봉사하는 듯 보였다. 커다란 소들을 목욕 시켜주는 일을 재미있게 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기자는 약간 떨어져 있었는데도 냄새가 진동을 했는 데 그 여학생들은 자연 친화적인 모습으로 웃고 떠들며 재미있게 소들을 씻겨주는 모습이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이것이 살아있는 교육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하나는 양, 염소, 닭, 칠면조 등 여러 종류의 가축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가축 전시장에 들어섰는데 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 그 가축들에게 직접 먹이도 주고 동물들을 만질 수 있는 전시관이었다. 15분 정도 지켜보았는데 이 전시관이 인기가 많았다. 계속해서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했지만 언제나 전시관을 빽빽하게 가득 채웠다.

 

▲ 커다란 소를 목욕시키고 있는 고등학교 여학생 자원봉사자들.     © 크리스찬리뷰

 

그리고 많은 아이들이 가축들과 뒹굴고 먹이도 주고, 같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그것을 장려하는 호주의 부모들과 호주의 시스템이 부럽게 느껴졌다. 호주 농업이 200년 동안 꾸준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린 시절부터 동물들을 만지고 농산품들을 들여다보며 함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해준 이스터 쇼가 분명 큰 공헌을 했으리라.

 

▲ 각종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고 같이 뒹굴며 놀고 있는 어린이들.     © 크리스찬리뷰

 

우드 초핑 대회(Wood Chopping competition)

 

우드 초핑대회는 이스터 쇼의 단연 인기있는 볼거리이다. 마스터 쉐프 우드 촙 스타디움(Master Chef Wood Chop Stadium)에서 진행되는데 언제나 이 스타디움안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기자 일행이 방문했던 4월 14일에는 발 아래 놓고 통나무 자르기 준 결승전과 나무 밟고 올라가 벌채하기 종목 준결승전이 열리는 날이었다.

 

우드 초핑 대회는 NSW주를 넘어서 호주 전역에서 참가하는 선수들과 함께 경쟁한다. 심지어는 해외에서 참가하는 선수들도 있다고 전해진다. 그것은 시드니 로열 우드초핑 대회가 100년이란 전통을 가지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크고, 권위 있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 우드 초핑 경기 종목은 통나무 자르기, 중간 길이 통나무 자르기, 발 아래 놓고 자르기, 나무 밟고 올라가 벌채하기 등 종목이 다양하다.©RASNSW     © 크리스찬리뷰

 

▲ 우드 초핑 발 아래 놓고 자르기     © 크리스찬리뷰



이 말은 시드니 로열 우드초핑 대회의 한 종목에서 우승하면 그 종목의 세계 우승자가 된다는 말이다. 자료에 의하면 많이 참석할 때는 69개 클래스에 걸쳐 전 세계 250명 이상 참가자들이 참가하는 세계적 경기로 보도된다.

 

더욱이 호주는 많은 직업에 있어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지 우드초핑 대회도 여성끼리 경쟁하는 경기도 펼쳐진다. 이것은 호주가 정착 초기부터 여성들도 남성들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역할들을 담당해 온 것을 말해준다.

 

이날 발 아래 놓고 통나무 자르기 준결승 전에서 뉴사우스 웨일즈 팀에서 출전한 선수가 우승을 했다. 신기했던 것은 이 선수는 다른 주에서 출전한 선수보다 몸집이 크지도 않고 근육질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몸집이 더 큰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것은 도끼질은 힘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테크닉과 요령이 더 중요한 것을 알려주는 것 같이 보인다.

 

▲ 2022 이스터 쇼의 이모저모     © 크리스찬리뷰

 

에필로그

 

이번 이스터 쇼에는 17세 소년이 칼에 찔려 죽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때보다 많은 관람객들이 방문했다. 작년에도 코로나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80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기록되어 이스터 쇼의 엄청난 가치를 증명했다. 그런데 올해는 무려 92만 2천827명이 방문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스터 쇼가 열리는 올림픽 공원내 쇼 그라운드에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는 최대 숫자가 8만 명이다. 이스터 쇼가 열리는 12일 동안 92만 명이 방문했다면 하루 평균 7만 6천 명이 방문한 것이다. 평균적으로 매일 쇼그라운드 수용 최대 숫자에 근접하게 사람들이 방문한 것을 알 수 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이스터 몬데이인 4월 18일 오전에 벌써 티켓이 매진되었고 호주인이 좋아하는 5만 개의 스콘(Scones) 빵이 동이났다고 특필했다.

 

시드니 로열 이스터 쇼는 호주를 상징하는 또 다른 랜드마크의 문화행사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단순히 어린이들을 유혹하여 엔터테이먼트나 상거래만을 조장하는 값싼 문화행사로 비쳐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스터 쇼 본연의 목적인 농촌 산업을 장려하고, 다양한 대회를 통해 미래의 농촌 지도자들을 키우고 이스터 쇼의 수익금으로 실제적으로 농촌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시드니 로열 이스터 쇼가 올해 햇수로 200년이 되었다. 세계적으로 한 지역에서 한 행사를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해온 행사는 흔치 않을 것이다. 한 가지 일을 끝까지 묵묵히 감당하는 호주인들의 끈기와 성실성에 경의를 표한다.

 

아직도 이스터 쇼를 관람하지 못한 한인들이 있다면 내년에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각종 가축 전시관을 둘러보고 농산품 전시관도 둘러보고 가축 퍼레이드를 관람하며 호주가 왜 농업 국가인지를 꼭 확인해 보기를 권면한다.〠

 

글/주경식|크리스찬리뷰 편집국장

사진/정성택|크리스찬리뷰 디자인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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