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사랑은 영원한 사랑이다

서을식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2/05/30 [11:26]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 환난이나 곤고나 박해나 기근이나 적신이나 위험이나 칼이랴 ”(로마서 8:35)

 

고국에 다녀왔다. 5년 만이다. 방문 후에 만났던 지인에게 보낸 카톡 문자를 정리하니 대충 이렇다. “한국에서 만나 뵈어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사랑의 빚만 많이 지고 호주로 돌아왔습니다. 반구를 달리해 각각 자기 삶을 사는 현실은 슬프지만, 각자가 어른 됨의 값을 치르는 것이니 어찌하겠습니까?

 

많은 변화를 실감했습니다. 압축 성장의 필연이지만 고국 어디를 가나 사람 많이 모이는 곳은 유사한 풍경이 된 느낌이었지요. 이방인이 다 된 저를 꾸짖으며 저의 길 찾는 능력을 시험코자 고국이 저에게 내는 숙제로 받아들이니 나름 흥미로웠습니다.

 

이 땅에 잠시 살고 떠나는 사람이 욕심내어 침묵하는 자연을 이리도 사납게 파헤치고 퍼부어 일으켜 세워야 하는가 싶지만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조차 속도전에 밀리는 시대이니 한편으로는 당연하다 싶습니다.

 

다시 찾은 다소 낯선 고국 땅에 옛 향기를 그대로 간직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반갑고 뜻깊고 유익했습니다. 흘러 늘어진 시간의 긴 빨랫줄이 볏단처럼 벌떡 일어나 서로 얽히고 덮여 초가지붕을 이루고 그 위에 눈마저 소복이 쌓이니 그동안 응축된 삶의 이야기가 산처럼 높아졌으나 옛사랑의 기억이 발화하는 순간 순식간에 용해하는 큰 기쁨을 덕분에 누렸습니다.

 

다시 돌아가 머물고픈 그 시간과 공간의 추억을 공유한 갑자기 만나도 반가운 사람들이었니 가능한 일이었다 싶습니다.”

 

멋진 친구를 둔 행복감, 이번에 제대로 맛봤다. 대부분 믿음의 비밀을 간직하고 사나 죽으나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직분자로 섬기는 크리스찬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하나님의 사랑이 자신을 사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애석하게도 일부는 심각한 영적 침체를 경험하고 있었고, 일부는 명목상의 크리스찬이다. 이들은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확신이 흔들거렸다.

 

크리스찬에게 가장 절실한 만남과 치명적인 일은 그리스도를 만나 사랑의 관계를 맺어 성장, 성숙, 성화되어가는 일이다. 사랑하는 관계에 있는 사람은 온갖 장애를 피하고 파해 만나고야 만다. 이 관계는 잘 설계되어 겨우 충돌을 피하는 물리적 양립이 아니다.

 

떼려야 뗄 수 없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화학적 결합이기에 평생 그 이후까지 간다. 따라서 믿음을 자신의 프로젝트로 기획해 시작하거나 실행하려는 시도는 어리석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알게 하시고, 위로부터 거듭나게 하셔야 가능하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고, 아무것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부터 끊을 수 없다. 오늘 성구는 이 사실을 힘차게 증언한다. 환난, 곤고, 박해, 기근, 적신, 위험, 칼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고통과 시련을 의미한다.

 

그리고 여기 ‘누가’에는 적이나 사단도 포함된다. 어떤 누구도, 어떤 그 무엇도, 어떤 방법으로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지속해서 안전히 영원히 거한다.

 

아직 구원의 확신이나 삶의 보호와 인도하심에 확신이 없는 친구여, 영원한 분은 한 분 하나님이시고 그분의 한 번 사랑은 영원한 사랑이니 이 진리에 굳게 서서 흔들리지 말라. ‘영원한 우정’을 되뇌며 동료애를 지속하고자하는 연대감이나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고 외치며 전우애를 과시하는 치기 어린 용기는 영원한 그리스도의 사랑과 감히 비교할 수 없다.

 

변함없는 하나님의 변치 않는 사랑은 영원하다. 하나님 자신의 사랑의 성품에 기인한 자발적인 예정과 선택에 근거한 무조건적 사랑은 가변적인 우리의 상태나 조건에 따라 널뛰기하지 않으며, 온전히 은혜로 되는 완벽한 구원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어떤 일로 인해 돌이켜 취소될 수 없다. 처음부터 그리스도의 사랑은 우리 안에 있는 어떤 장점이나 공로 등의 행위에 기초하지 않았다.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신적인 사랑을 받으며 사는 우리는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고린도후서 6:10)이니, 이보다 행복할 수 없다.

 

하나님과 사랑의 고리로 단단히 연결된 사람은 사랑을 통해 전달되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전 존재와 역사를 흠뻑 느끼며 살기에 기꺼이 그리고 기쁘게 순종하는 길을 걷는다. 물론 하나님께서는 그 삶의 발자취를 축복하고 흠뻑 흠향하신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면 10시간 채 못되어 호주 시드니에 도착한다. 지리적 거리보다 마음의 거리가 더 멀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며, 지구 곳곳에서 하나님의 사랑에 사로잡혀 날로 성장, 성숙, 성화하고 있는 모든 이의 영적 여행을 응원한다.〠

 

서을식|시드니소명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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