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시편 23:4))
시편 23편, 나는 이 말씀으로 하루를 연다. 새 아침, 신선한 출발이다. 온전한 평화, 완전한 행복의 이상향이 펼쳐진 푸른 풀밭과 쉴만한 물가에서 말씀의 향연이 열린다. 예수님의 초청이 들린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마태복음 11:28~30).
예수님의 축복도 들린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요14:27). 즉시로 맞는 산뜻하고 홀가분한 출발이다.
예술과 담쌓은 무딘 화가나 절필한 시인도 서둘러 붓과 펜을 찾게 하고, 한번 눈길 주면 이내 읊조리게 되는 말씀이 차올라 노래가 된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로 시작하는 고 나운영 작사 작곡 성가곡이 제격이다.
한번 툭 튀어 오르면 무서운 기세로 치솟는다. 저항 불가한 파도처럼 가슴에 밀려오고 목까지 차올라 입 밖으로 터져나온다. 마치 성령님께서 생수의 강처럼 내 뱃 속 깊고 낮은 중심에서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과 희망으로 솟구쳐오르며 지배하시 듯.
나는 이 말씀으로 하루를 산다. 이 말씀은 온종일 나와 목자의 관계를 깨우치고, 혹 힘들고 지친 일상에 파묻혀 파김치처럼 절여질 때를 맞더라도 몇 번이고 나를 소생케 한다. 나는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을 믿는다. 그래서 하루의 해가 뜨고 지더라도 나에게 미칠 “해를[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비록 양처럼 약하고 우둔해 여전히 그릇 행하기 쉬우나, 선한 목자의 보호와 인도 아래 있다. 악의 세력이 제아무리 강하고 위협적이어도 여호와는 나의 목자, 예수님은 선한 목자이시다. 선한 목자는 양을 알고, 양을 위해 목숨을 버린다(요한복음 10:11). 나는 오직 내 목자장을 신뢰하고 앞서 가시는 분의 걸음을 따르면 되니, 인생 참 쉽고 단순하다.
나는 자주 묻는다.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고 있는가?” 이렇게 함으로 내가 참으로 목자를 알고, 음성을 듣고, 인도를 따르고 있는지를 살핀다. 태생적으로 그리고 습관적으로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 여호와께서는 우리 모두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이사야 53:6)라는 말씀처럼, 각기 제 길로 가기에 바쁘니,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는 필연적이다.
가리키는 지팡이(일상적 교훈과 인도)와 가르치는 막대기(특별한 훈계와 징벌)를 통해, 인생 궤도를 수정하고, 삶을 교정받는 일이 나에게 부끄러운 수치나 분노를 일으키지 않는다. 오히려 안심과 위로로 받아들이는 체험은 축복이다.
이때가 믿음 생활의 바른 트랙 위에 있는 증거이니, 찬양할 일이다. 우리가 마땅히 갈 길을 아시기에 지팡이로 가리키고, 막대기로 가르쳐서라도 현세와 내세의 푸른 초장, 잔잔한 시냇가로 이끄시는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영원부터 영원까지 찬양할지어다 모든 백성들아 아멘 할지어다 할렐루야”(시편 106:48).
나는 이 말씀으로 하루의 언덕을 넘어 인생 봉우리를 타고 오른다. 이 말씀은 현세의 언덕을 오르게 할 뿐 아니라 그 너머 또는 그 이상인 피안의 내세까지 인도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게 좋은 출발과 회복 그리고 안전과 위안을 주는 시편 23편이 자주 언급되는 곳은 장례식이다.
특히 서양 사회는 압도적이다. 하여, 신앙과 관계없이 불신자도 익히 알고 편히 여기는 말씀이 됐다. 말씀 곳곳에 포진한 ‘내 영혼’, ‘소생’, ‘의의 길로 인도’, ‘상’, ‘기름’, ‘내 잔이 넘치나이다’, ‘내 평생’, ‘선하심과 인자하심’ 등의 인상적인 단어와 구절들은 실로 한 생의 마지막 순간에 필요한 적절한 위로, 소망 그리고 기쁨을 전해준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한 말이 심판할 것이라고 하셨다(요 12:48). 심판의 기준을 이미 우리에게 밝혀 시험 답안을 손에 쥐여 준 것과 같다. 순종할 수밖에 대안이 없다. 답을 알고 있는데도 오답 인생을 산다면, 둘 중 하나다. 그 답이 답인 줄 알면서도 고의로 불순종했든지, 아니면, 처음부터 그 답을 신뢰하지 않았기에 다른 답을 따라 자신이 잡종임을 증명하고 싶었든지.
지팡이가 가리키는 방향은 일정하고, 막대기가 가르치는 바는 옳으니, 주께서 보이신 길을 말씀 순종하며 가다가 말씀의 심판을 받는 일은 누구에게나 가장 행복한 일이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로 시작하고,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시고”로 살다가,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로 마치는 생이 되기를 소망한다. 〠
서을식|시드니소명교회 담임목사 <저작권자 ⓒ christianreview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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