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많은 자는 다툼을 일으키나 여호와를 의지하는 자는 풍족하게 되느니라”(잠언 28:25)
'욕심'은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 '탐욕'은 '지나치게 탐하는 욕심'이다. 표준 국어 대사전의 정의다. 강약의 차이일 뿐, 같다. 어차피 욕심은 땅보다 두텁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는 생물, 하여 “바다는 메워도 사람의 욕심은 못 채운다”는 말이 생겼으리.
나라고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한 욕심꾼, 욕심쟁이다. 배불러도 더 먹고 싶고, 있어도 더 벌고 싶고, 편해도 더 편하고 싶다. 뭐든지 더 하고, 더 되고 싶다. 주제도 분수도 모르니 자족을 어찌 알까?
그래서 내 주변에 유시무종, 미완성으로 남은 일이 하나씩 쌓이나 보다. 소경 매질하듯 덤벼 욕심쟁이 메주 빚어 놓듯 한 결과니, 누구를 탓하랴. 육십청춘 초입에서, 지금은 정리 운동을 해야 할 터인데, 늦게 시작한 도둑이 새벽 다 가는 줄 모른다고, 아직도 꽃청춘이라 착각해 탐욕과 노욕은 사그라질 줄 모르니 내 안에 큰 도둑이 있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딤전 6:10)는 말씀의 펜 끝이 심장을 찌른다. “그러므로 땅에 있는 지체를 죽이라 곧 음란과 부정과 사욕과 악한 정욕과 탐심이니 탐심은 우상 숭배니라”(골 3:5)는 말씀의 화살이 머리에 박힌다.
아~, 나는 두 주인을 섬기는 우상숭배자다. 말씀이 결실하지 못하도록(막 4:19) 스스로 틀어막고 있으면서 나의 욕심이 잉태한 온갖 못된 것으로 주변 사람 모두를 괴롭혔다.
나는 지금껏 세상 욕심을 버리지 않은 채 하나님을 의지하며 살아왔다. 욕심부려 내 곁에 세상을 꼭 붙잡아두고, 동시에 여호와를 의지하며 그분 곁에 바짝 붙어 있으려 했다. 양쪽의 장점을 취하는 최상의 위치 설정, 이렇듯 절묘하게, 나처럼 욕심 많고 탐욕스러운 사람이 또 어디 있으랴?
그동안 내가 추구해온 ‘영육이 잘 되는’ 이 부드럽고 매력적인 시나리오는 인위적으로 만든 종교가 베푸는 요사스러운 가르침 아니던가? 야고보서 1:7~ 8이 나에게 딱 맞다. “이런 사람은 무엇이든지 주께 얻기를 생각하지 말라 두 마음을 품어 모든 일에 정함이 없는 자로다”.
죽으면 끝날 외모, 놓고 떠나야 할 것들을 만들고 가꿔 자랑거리로 삼으면서도, 정작 나의 마음을 지키고 생활을 절제하고 삶을 가꾸는 일에는 태만히 임하는 나, 과연 내 삶을 견인하는 동력, 핵심 가치는 세상 욕심인가 아니면 여호와를 의지함인가?
나는 보이는 것을 중심으로 살아왔고 하나님께서는 보이지 않는 중심을 꿰뚫어 보고 계시니, 이 만나지 않는 평행선, 아아~, 통탄할 일이다. “육체와 함께 그 정욕과 탐심을 십자가에 못 박은”(갈라디아서 5:24)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 맞는가?
“악인은 그의 마음의 욕심을 자랑하며 탐욕을 부리는 자는 여호와를 배반하여 멸시하나이다”(시편 10편 3절)는 말씀에 비춰보면, 나는 욕심과 탐욕에 무릎 꿇어 여호와를 배반하고 멸시하기까지 하는 악인이다. 깊은 욕심 골짜기와 탐욕의 높은 산이 내 안에 있어 숨길 수 없다.
이미 입술로는 예수님의 주되심을 시인하나 행위로는 부인하는 위선자인데…고개를 떨군다. 자기중심, 이기심, 욕망, 분수 모름, 사치, 과시, 허례, 허식, 그리고 허영 등의 관련어로 돋보기를 만들어 내 삶을 볼라치면, 즉시 처참이 오히려 과분한 은혜다.
룩우드 공동묘지 표지판에 죽은 자들의 사회를 뜻하는 Necropolice라는 말이 있듯, 성경에는 이에 해당하는 ‘스올’(sheol, 무덤)이 있다. “스올이 욕심을 크게 내어 한량없이 그 입을 벌린즉 그들의 호화로움과 그들의 많은 무리와 그들의 떠드는 것과 그 중에서 즐거워하는 자가 거기에 빠질 것”(사 5:14)을 알면서도, “스올처럼 자기 욕심을 넓히”(합 2:5)고 있는 매일의 어리석음을 멈춰야하리.
스올(sheol, 무덤)이 나를 삼키기 전에, 내가 내 쏘울(soul, 영혼)을 위해 사망의 자리, 욕심 구덩이에서 속히 벗어나 여호와를 의지함으로 하늘나라의 참 풍족을 누려야 하리.〠
서을식|시드니소명교회 담임목사 <저작권자 ⓒ christianreview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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