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김훈 /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22/09/26 [14:41]

Q: 좋은 것을 배워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삶에 적용하지 못하는 것에 실망이 되고 포기가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상담을 하다 보면 어린 아이들은 힘든 것 같아도 상담을 하면 효과가 빠르다고들 한다. 그 이유는 아이들은 아직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하얀 도화지 같아서 행동 수정이나 생각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어떠한가? 아이들에 비해서 이미 인생이라는 도화지에 때로는 삽화로 때로는 유화로 때로는 수채화로 그려진 것들이 너무 많아 지우기가 너무 힘들고 다시 그리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어른이 된 우리의 마음에는 너무나 강하게 고착되어 패턴화되어 있는 생각과 감정이 계속해서 덧칠한 유화처럼 너무 확고해서 그것을 비우려고 해도 비워지지 않는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부부 문제의 원인을 배우자에게서 자꾸 찾으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신을 먼저 변화시키려는데 초점을 맞추게 되면 배우자에게도 다르게 반응하며, 배우자에 대한 부정적 감정으로 채워져 있던 나의 감정과 나의 생각의 찻잔을 비우고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고 변화를 경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해결 중심 상담 부부 치료에서는 부부 치료를 하는데 꼭 부부가 없어도 된다고 말한다. 한 사람만 바뀌어도 관계는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인데 어쩌면 혼자서 상담을 하기 때문에 배우자가 아닌 자신이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라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배우자와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내 찻잔을 비우는 일부터 하는 것이 중요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필자가 일하는 호주 상담 대학에서는 상담사가 되는 교육을 실시하는데 상담 코스에서 제일 먼저 배우는 훈련은 듣기 연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듣기 연습을 하는데 듣기를 잘못할 때가 많다.

 

그 이유는 잘 듣는 법의 공식을 생각하고 ‘잘 해야지’ 라는 불안으로 자신의 내면의 찻잔이 채워져 있어서 실제 고객이 나누는 말을 편안하게 잘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는 자신에게 초점 맞춘 생각 속에 빠져 있으면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잘 듣지 못하게 된다. 부부 관계에서 오랫동안 경험된 부정성으로 인한 편견과 선입견이 찻잔 속에 가득 들어 있으니 상대방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새롭고 좋은 변화를 받아들이도록 나의 마음이 찻잔을 비울 수 있을까? 우리는 자신의 찻잔을 비우기 전에 먼저 내 마음의 생각과 감정들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할 것이다. 무조건 찻잔을 비우려고 모든 생각을 차단하고 감정을 차단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마땅히 해야 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마땅히 느껴야 할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무조건 일단 없애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는 어떤 생각들이 있고 어떤 감정들이 있는 지를 관찰하고 살펴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 때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비울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생각 훈련을 통해서 독이 되는 생각은 버리는 훈련을 하고 내 감정 뒤에 숨어있는 나의 욕구를 발견하여 비정상적인 감정은 내려 놓고 나의 욕구를 공감해주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인터넷이 발달된 지금 생각 훈련이나 감정 훈련은 유튜브만 검색해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혼자서 이 작업이 어려운 분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조금 얻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이 두 가지 외에 마음 향유하기라던가 또는 긴장 이완 훈련 같은 여러 가지 방법들도 마음을 비우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 마음을 비우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변화와 성장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임을 기억하고 시도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김훈ㅣ호주기독교대학 학장

▲ 김훈     © 크리스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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