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밧모섬’에서 ‘아테네’의 ‘피레우스 항구’까지는 뱃길로 9시간 정도 걸린다. 승선 시간이 늦어 새벽 2시에야 배가 출발했다. 배 안은 가관이었다. 긴 야간 항해를 편안하게 하기 위해 조그만 공간만 있으면 비집고 눕는 것이다. 의자를 연결하여 눕기도 하고, 통로 옆에 배낭을 베개 삼아 눕기도 하고, 심지어 화장실 입구에서 개와 함께 자는 사람도 있었다. 다행히도 나는 조금 일찍 승선하여 의자 두 개를 연결하고 대형 TV 앞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지중해의 해가 떠올랐다. 졸린 눈을 부비며 갑판으로 갔다. 하얀 포말을 토해내며 배는 지칠줄 모르고 질주하고 있었다. 파란 바다와 하얀 물거품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햇살은 거품에 반사되어 내 눈을 간지렵혔다. 태양이 중천에 이를쯤에‘피레우스 항구'에 도착했다. 피레우스 항구에서 아테네 시내까지는 기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피레우스 기차역에 갔는데 공사 중이다. 내가 아는 아테네로 가는 방법은 기차뿐이었다. 어떻게 갈 것인가?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버스 타는 곳을 알려 준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어떤(?) 정류장에서 내려, 기차로 갈아타면 아테네까지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아주 쉽게 설명했지만, 나는 너무 어려워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침 내 뒤에 있는 사람이 아테네를 간다고 한다. “아, 하나님 감사합니다. 또 천사를 보내주셨군요”
아덴 (Athens) 아덴(Athens)은 오늘날 그리스 수도인 ‘아테네’로, 헬라의 중심도시이며 서양문명의 모태이다. 아테네를 성경에서는 ‘아덴’으로 표현하는 것은 음을 따서 한자화한 것이다. 이곳은 예술과 문학의 중심지이며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등 고대의 유명한 철학자들의 고향이요 근대 올림픽의 발상지이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이곳에 도시가 처음 세워졌을 때 ‘아테나’(Athena) 여신과 ‘포세이돈’(Poseidon) 사이에 이 도시에 대한 주도권 쟁탈전이 벌어졌다. 결국 누가 이 도시에 더 유용한 선물을 가져오느냐로 승부를 결판 짓게 되었다. 지혜의 여신 아테나는 올리브 기름을 내는 감람나무를 가져왔고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바닷물처럼 짠 물을 가져왔다. 승부는 쉽게 아테나 여신의 승리로 끝났고 그래서 도시의 이름은 ‘아테네’가 되었다. 아덴에는 정치·경제·문화·종교의 중심지인 고대 아고라 광장과 아크로폴리스, 고고학 박물관, 파르테논 신전, 제우스 신전, 아테나니케 신전 등의 수많은 유적이 즐비하다. 특히 사도 바울이 2차 전도여행 때 ‘아레오바고’에서 ‘에비구레오와 스도이고’ 철학자들과 쟁론한 곳이기도 하다.(행 17:18)
파르테논 (Parthenon) 신전 ‘파르테논 신전’은 ‘아크로폴리스’ 언덕의 자연적인 암반 위에 자리잡은 고대 그리스의 상징적인 건물이다. ‘아크로 폴리스’는 ‘높다’란 뜻의 아크로(Acro)와 ‘도시’라는 의미의 폴리스(Police)가 합쳐져 ‘높은 곳에 있는 도시’라는 뜻이다. BC 447년 기공하여 BC 438년 준공한 이 신전은 아테네의 수호여신 ‘아테나’를 섬기기 위해 만든 것이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제1호로 등록되어 있다. 크기는 동서로 8기둥(30.8m), 남북으로 17기둥(69.5m), 총 136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졌으며 외부기둥은 ‘도리아 양식’이나 내부 기둥이나 들보는 우아한 ‘이오니아 양식’을 채용하고 있다. 신전 내부에는 ‘피디아스’에 의해 완성된 11m 높이의 아테네 여신상이 있었다고 한다. 청동으로 된 몸체에 팔과 얼굴은 상아로, 중앙에 스핑크스 상이 새겨진 헬멧과 의상, 그리고 손에 든 방패는 황금으로 만들어진 이 조각은 당시 가장 아름다운 조각 중 하나였다고 하나 지금은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없다. 1687년 ‘베네치아군’ 포격으로 ‘투르크군’이 두었던 화약이 폭발하여 28기(基)의 기둥 등이 붕괴되었다. 그리스는 원형복원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내가 그곳을 방문했을 때도 복원 공사가 한창이었다. 워낙 방대한 공사이다 보니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어 보였다.
아레오바고 (Areopagys) ‘아레오바고 언덕’은 ‘아크로폴리스’ 서편 아래에 있으며 해발 113m의 나지막한 바위언덕이다. ‘아레오바고’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레스’(Ares)를 재판했던 바위 언덕이다. ‘아레스’는 그리스 신화를 보면 ‘제우스와 헬라’의 아들로서 전쟁의 신이다. 아레스는 자기 딸을 겁탈한 사촌 형제를 죽였고, 이로 인해 다른 신들 앞에서 재판을 받았다. 재판 장소는 아크로폴리스 서편에 인접한 바위 언덕이었다. 재판에서 아레스는 무죄로 판명되었다. 그 후 이 자리는 ‘아레스의 언덕’ 즉, 희랍어로 ‘아레오바고’라 불리게 되었다. 후에 ‘아레오바고’는 아테네의 시의회가 모이는 장소로 바뀌었다. 나는 바울의 심정으로 아레오바고 언덕에 올랐다. 앞에는 아테네 시내가 보이고, 뒤로는 파르테논 신전이 버티고 서 있다. 당시 바울은 ‘파트테논 신전’을 바라보며 아덴 사람들에게 설교를 했을 것이다. “아덴 사람들아 너희를 보니 범사에 종교성이 많도다. 내가 두루 다니며 너희의 위하는 것들을 보다가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고 새긴 단도 보았으니 그런즉 너희가 알지 못하고 위하는 그 신을 내가 너희에게 알게 하리라.”(행17: 22-23) 그리고 바울은 저들에게 창조자 하나님에 대하여 증거했다. 많은 사람이 믿지는 않았지만, ‘아레오바고’ 관원인 ‘디오누시오’가 믿어 아덴교회의 1대 감독이 되었다. 지금은 그 언덕에 오르는 계단 오른쪽 바위에 바울의 설교문이 동판에 새겨져 있다. 언덕 아래에는 '디오누시오 기념교회'가 아고라 터 옆에 세워져 있다. 그리스 정교회 국가인 이곳은 매년 6월 29일에 아레오바고 언덕에서 사도 바울의 날 행사를 가진다. 아덴을 방문한 사도 바울이 행한 첫 전도설교를 기념하는 행사다.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 (Athens Archaeology Museum) 나는 ‘고고학 박물관’에서 지금까지 사진으로만 보았던 작품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특별히 ‘헬레니즘 유물’ 전시실에서 서양문명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서양 문명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두 기둥으로 이루어졌다. 헬레니즘(Hellenism)’이란 ‘헬라스(Hellas)’ 사람들의 문화와 사상을 가리킨다. ‘헬라스’란 영어로 ‘그리스(Greece)’며, 한자로는 ‘희랍(希臘)’이다. 전시실 입구의 설명서에는 헬레니즘의 기간을 알렉산더 대왕이 ‘그리스와 마케도니아’를 집권하던 BC 336년부터 시작하여 ‘악티움 해전’이 있었던 BC 31년까지 잡고 있다. 당시 ‘알렉산더’는 페르시아, 이집트, 페니키아 그리고 인디아까지 정복한다. 그는 정복지마다 헬레니즘 문화와 사상을 심었다. 따라서 헬레니즘은 ‘그리스’에 국한된 사상이 아니다. ‘헤브라이즘(Hebraism)’이란 ‘헤브라이(유대)’ 민족의 사상과 문화, 종교를 가리킨다. 이는 유대교의 엄격한 율법을 중심으로 체계화되었고, 예수께서 ‘유대교 율법’을 ‘사랑의 원리’로 완성시킨 기독교의 바탕이 되었다. 두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것은 무리지만‘헬레니즘’이 ‘인본주의’라면, ‘헤브라이즘’은 ‘신본주의’라 할 수 있다. 인본주의가 이성 중심이라면, 신본주의는 신앙(믿음) 중심이다. 가끔 우리는 이성과 신앙이 서로 대립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성을 주신 이도 하나님이시다. ‘알아야 믿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믿어야 알 수 있는 차원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 갈 곳은 ‘고린도’이다. 당시 아테네가 예술과 문학의 중심지라면, 고린도는 정치와경제의 중심지였다. 바울은 아가야(Achaia) 지역의 선교거점으로 ‘고린도’를 선택했다.〠 김환기|호주구세군 다문화 및 난민 조정관 <저작권자 ⓒ christianreview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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