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경영의 도전과 열정

글|송기태,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1/12/26 [12:23]
일터의 에너지

그에게 포커스를 맞춘 것은 매출 높은 회사의 대표여서가 아니다. 그는 밑바닥에서 치고 솟는 희열을 창출할 줄 아는 지혜와 용기를 가진 기업인이었다. 그가 총성 없는 전쟁과 다름없는 기업현장에서 ‘일터교회’라는 전혀 다른 지도를 그려내는 비결은 무엇보다 신앙을 기조에 깔고 도전한 모험심, 각종 장애극복, 긍정적 사고, 과욕 금기, 좋은 멘토와의 만남 등이 지렛대요 버팀목이었다

▲ 호주 코스타에 강사로 참석한 한국교세라정공 대표 전희인 장로         ©크리스찬리뷰


그의 신앙인생 대서사는 교계와 업계를 관통하면서 현재에도 여전히 진행되는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서 ‘그’는 한국교세라정공 대표 전희인 장로이다. 이 회사는 일본과 합자회사이다. 일본 교세라 그룹은 파인세라믹스, 반도체, 통신기기, 사무기기 등을 생산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부품 기업이다. 기업 창립 후 지금까지 50년 연속 흑자경영을 이어가며, 세계적으로 200여 개의 관련회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이 회사 설립자 이나모리 회장은 ‘씨 없는 수박’으로 유명한 육종학자 우장춘 박사의 넷째 사위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이나모리 회장의 경영철학인 소위 ‘아메바 경영’은 교세라 경영 마인드로 이를 배우기 위해 전세계 기업인들이 몰려오기도 한다.

이런 ‘경영의 달인’인 이나모리 회장이 한국의 무명에 가까운 비즈니스맨을 만나고자 하였다. 그 무명의 비즈니스맨이 전희인 장로이다. 당시 전 장로는 현대 자동차 엔지니어로 5년 근무하다, 부친의 별세와 모친의 중병으로 서울로 올라와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일 년 동안 무역을 배우고, 80년도에 자본금 300만 원으로 친구 사무실 한 귀퉁이에서 ‘한록물산’이란 간판을 걸고 맨 땅에 헤딩하던 시기였다.

일본 ‘경영의 달인’이 한 무명의 무역인을 만나고자 한 것은 교세라 한국지점을 제안하기 위해서였다. 어쩌면 천재일우의 기회랄 수 있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나모리 회장 경영철학이 불교에 깊숙이 박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세라 경영철학을 쉽게 표현하면, 잇쇼메이, 즉 모든 열정을 바치고, 일생을 바쳐서 일하라는 뜻입니다. 한마디로 교세라를 위해서 나의 생명을 내놓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언뜻 보면 학교에서 배운 기업을 위한 성실, 열정 등을 강조한 특별한 것도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열정을 다해서 성실하게 일하라’는 차원이 아니었습니다. 교세라 그룹의 경영원칙으로 뿌리 내리고 있는 것은 불교철학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살아가는 동안 인생의 모든 중심과 인생의 최우선 순위를 ‘교세라’라는 기업에 두고 살아갈 것을 다짐받는 제안이었습니다.”

▲ 전희인 장로(왼쪽)가 호주 코스타에 참석한 강사들, 스탭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KOSTA


그가 그 제안을 거절한 이유를 좀더 들어보자. “저는 하나님의 사람이고, 아직 하나님을 위해서도 목숨 걸고 살지 못하고 있는데, 좀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제 인생의 철학과 소신까지 바꾸고 타협한다는 것이쉽게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을 위해서도 제대로 살아오지 못했는데, 일본의 한 기업을 위해서 목숨을 다해 한다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그건 제가 살기 위해 양심을 파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 이후 그는 믿음에 기반을 한록물산(주)를 ‘하나님의 방법대로’ 경영하기 위해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었다. 그렇게 17년을 달리는 동안 120명의 사원에, 120억 매출, 500평 사옥 건설, 30여 개의 영업소와 대리점으로 영업망이 촘촘히 짜여졌다.

 
위기에서 기회를 잡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첫 번째 위기가 목을 조여왔다. 바로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었던 IMF였다. ‘명퇴, 조퇴’등의 멍에를 걸고 수많은 실직자들이 쏟아졌다. 환율인상으로 850원이던 수입자재가 1800원으로 뛰고, 수입하던 물건 값도 하룻밤 새 2배 이상 뛰었다.

그러나 위기는 항상 기회와 더불어 오기 마련이다. 그가 하나님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새벽 3시에 일어나 5시까지 기도하고, 교회 특별 새벽기도회에 참석하기에 이를 정도로 하나님께 매달렸다. 가장 담대한 방법이었다. “위기의 시기에는 가장 대담한 방법이 때로는 가장 안전하다”는 키신저의 말을 몸으로 체험되는 듯했다. 응답은 전혀 다른 방법으로 왔다.

“저의 간절한 기도 속에 들려주신 하나님의 응답은 너무나 뜻밖이었습니다. ‘너에게 허락한 나의 축복이 단순히 직원들의 먹고 사는 문제만을 책임져주기를 위함이었던 것이냐? 내가 네게 보내준 직원들 중에 너는 몇 명이나 그들의 영혼을 구원시켰느냐?’는 음성이 저를 일깨웠습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하나님께서 저에게 원했던 것은 일터에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원하셨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거룩한 현장이 되기를 기대하셨던 것입니다.”

그는 “저는 사장이지 선교사가 아니잖아요”라고 외쳐봤지만, 하나님은 너무나 분명하게 ‘제자를 삼으라’고 했다. 그는 순종하고 성장위주의 회사 시스템을 재편하기 시작했다. 먼저 본부장들에게 제자 삼으라는 하나님의 뜻을 설명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17개의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었다.

▲ 전희인 장로가 강조하는 십자가 경영은 수직 서열 업무중심의 일반 회사와 달리 섬김과 사랑이 있는 수평조직을 활성화시킨 것이다.         ©크리스찬리뷰


기상천외하게도 회사조직을 교회 ‘소모임’(순,구역, 속,목장)이랄 수 있는 ‘사랑의 공동체’로 구성했다. 이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 공동체에서 제자훈련을 했다. 15명 안팎의 이 공동체는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기도하고 삶과 비전을 나누는 제자훈련을 했다.

그러자 당연히 변화가 나타났다. 교세라만의 특별한 섬김과 가족적인 분위기가 생겼다. 의사소통, 업무수행 능력 등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또 매주 월요일 전 사원 예배를 드렸다. 경배와 찬양으로 시작되는 예배를 통해 모든 사원들이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했다. 영·육간에 변화가 이어졌고 모든 직원이 신앙을 통해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었다.

수직서열의 업무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일반 회사와는 판이한 사랑의 공동체로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바뀌면서 부서와 신앙공동체가 연결된 특유의 시스템은 회사 경영 측면에서도 놀라운 성과로 돌아왔다. 각종 건의 사항이나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밑에서 위로 전달되고 깊은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만큼 회사의 경쟁력도 높아졌다.

전 장로는 이를 ‘십자가 경영’이라고 표현했다. 대표부터 평사원까지 사랑의 공동체를 통해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상호 간의 깊은 이해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소통이 활발하게 되었고, 오해와 가십이 사라지고, 서로 존중하며,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지난 10년 동안 회사에서 예수를 영접한 사람이 90명이라고 한다. 현재 전 직원의 86%가 예수를 영접했고, 49%가 제자양육을 받았다. 5년째 전 사원이 아침마다 큐티를 한다. 매출도 급증했다. 10년 연속 매출 목표와 이익 목표를 초과달성했다.

더 놀라운 것은 바로 그때, 20년 전 대리점 제안을 했던 일본 교세라 그룹에서 또다시 놀라운 제안이 들어왔다. 200억 원 투자자금과 함께 합병할 것을 제안 한 것이다. 이 합병을 통하여 IMF의 험한 계곡을 수월하게 넘을 수 있었다. 그뿐 아니었다. 5천 평 부지에 10배 넓게 사업장을 확장했고, 한 사람도 감원시키지 않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가 강조하는 ‘십자가 경영’은 수직 서열 업무중심의 일반 회사와 달리 섬김과 사랑이 있는 수평조직을 활성화시킨 것이다. IMF 등 지난날 어려움 속에서 하나님은 기독교 기업의 본질을 알게 하셨다고 설명했다.

 
십자가 경영

“IMF 이후 지난 13년을 자생적으로 ‘일터교회의 모습’으로 ‘예수 공동체의 모습’으로 거듭나고자 했을 때 사업을 위한 하나님의 기름부으심을 경험했습니다. 목사님들의 사역에도 기름부으심이 있듯이, 기업에도 사업에도 그리고 일터의 사역자에게도 기름부으심이 있습니다.

이 세상의 비즈니스 경영자들게도 부어주신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오늘날 교회에서 놓치는 것이 바로 예수님이 ‘시장의 사람들’과 함께 하셨다는 것입니다. 상인들과 나그네들이 지나치는 말구유에서 출생하신 예수님, 그 예수님도 부친 요셉을 따라 목수였으니, 또 ‘일터의 사람’이였습니다.

▲ 하나님께서 선교사명을 주신 것은 직업, 일터, 가정을 선교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강조하는 전희인 장로     ©크리스찬리뷰


성도들은 성장과 성숙의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성장이 멈춥니다. 너무 갑자기 성장하고 성숙이 수반되지 않으면 예수공동체의 모습이 깨어집니다. 예수공동체가 깨져, 우리의 일터인 회사 안에 다른 문화가 정착하면 안됩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을 뽑으실 때, 일터의 사람들을 뽑으셨습니다. 신학생이나 레위인들이 아니었지요. 엘리트는 누가 정도였습니다. 세상을 복음화시키기 위해 일터의 사람들을 뽑아서 훈련시켜서 내보내신 세상에 현장도 일터, 시장터, 골목, 가정이었습니다. 사업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세상의 일터, 가정 모두가 하나님께 속했습니다. 하나님이 이 모든 것의 주인이십니다. 세상은 마귀의 것이 절대 아닙니다. 하나님은 양보하신 적이 없습니다. 회복하시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선교사명을 주신 것은 오지 아프리카 선교만이 선교가 아니라 직업과 일터 가정을 선교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전 장로는 이 분야에 확신이 생기자 성경적인 해답을 찾고자 말씀을 체계적으로 연구했고, 관련문헌들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필자에게 <왕의 사역>(피터 마샬), <사업을 위한 기름부으심>(에드 실보스)과 전 장로가 그동안의 경험을 기록한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십자가 경영> 등의 책을 안겨주었다.

피터 와그너의 <이런 일터교회가 오고있다>는 지역교회에서 패러다임을 바꾸고, 사회변혁과 더불어 사회, 도시, 국가가 하나님 나라로 변화되기 위해, 일터에 있는 비즈니스는 부의 이동, 물질의 축복을 흘러보낼 수 있는 사명이 있음을 강조한다고 했다.

특히 ‘일터교회’와 ‘지역교회’ 두 교회가 연합하고 조화만 이룰 수 있다면 더할 수 없이 좋음을 강조했다. 핵심교회인 일터교회가 확산되어가는 것이 꿈이라고 하였다.

 
왕의 사역

“새로운 형태의 사역자들이 세계 경제시장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사역자들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으며, 정직하고 높은 도덕적 수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주님을 위하여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방법에 대하여 독창적이고 전략적으로 생각합니다.

이들은 사업가들이고 전문직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그들의 사업이 곧 섬겨야 할 사역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리스도의 모든 지체에 대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지난 여러 해 동안 있었습니다.

그 중에 가장 흔하게 그리고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 두 가지 개념이 바로 베드로전서 2장 9~10절에 기초한 ‘모든 성도의 제사장화와 모든 성도의 사역화’입니다. ‘왕 같은 제사장’이라 하여 왕과 제사장으로 구별하고, 나라와 제사장들, 왕들과 제사장으로 세웠습니다.

제사장은 목회자로 일터에서 세워진 사람들을 왕으로 기름부어야 하지요. 교회에서 청지기로 하나님이 맡겨주신 일뿐만 아니라, 제사장들이 왕으로 안수식을 하고 기름부으셨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다윗에게 사무엘이 기름부음으로써, 그때부터 하나님이 인정해 주시고, 하나님 축복해 주셨지 않습니까? 일곱 집사와 사도들의 예도 마찬가지지요. 일곱 집사는 비즈니스와 행정에서 그리고 부흥의 불길을 붙이고, 순교도 한 분들입니다. 그리고 사도행전의 루디아, 아굴라, 브리스길라 모두가 다 사업가였습니다.

▲ 호주 코스타 세미나에서 열강하는 전희인 장로     ©크리스찬리뷰


이들이 사도들과 동역을 하면서 교회는 부흥했습니다. 물론 지역교회를 위한 사역자로서의 부르심과 시장을 위한 사역자로의 부르심을 혼동하면 안됩니다. 우리가 바라는 만큼 세상이 변화되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왕’과 ‘제사장’으로서의 양쪽 모두의 사역에 대한 부르심을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에게 끊임없는 도전과 질문, 과제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즉 ‘너를 통해서 예수 믿는 사람이 얼마큼 되느냐?’이다.

이 도전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그분의 공동체를 세워나가시는 것을 뼛속 깊이 체험한 그는 ‘삶의 현장을 하나님 나라로’ 열매 맺고자 한다.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할 때, 하나님께서 이 모든 일을 이루어가시고, 비즈니스 현장이 교회(하나님나라) 같이 변화되는 것이 그에게 늘 뜨겁게 살아움직이는 간증이었다.

200명도 안 되는 회사에 사내 커플이 30여 쌍이 배출되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곳에 사랑이 있고 회복이 있고 치유가 있고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동료들에게서 동일한 꿈과 비전을 발견하고, 함께 성취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일본의 200여 회사의 사장들이 모여서 회의할 때 그가 먼저 “하나님을 찬양합니다”하면, “저 전상 하나님 찬양한다고 그러는데 회사에서 인정한다”고 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가 경영하는 한국 교세라정공만이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계열사 가운데 연 매출과 이익증가율 1위를 10년 연속 계속 앞서 달리고, 목표를 달성하니 일본에서도 한국 교세라정공 연구팀을 보낼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연구하러 온 일본인들을 개종시켜서 하나님 믿게 하고 주님 섬기게 하는 ‘복음의 에이전시’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하여 지금은 상당히 많은 일본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으로 저절로 변화되었다고 하였다.

“올해 세운 목표가 베스트(Best), 맥시멈(Maximum)이라고 생각했는데 내년에 더 목표를 높여 잡으면 또 초과 달성하는 거예요. 그렇게 10년을 계속해왔습니다. 이는 교세라그룹 전체 계열사에서도 저희 회사가 유일합니다.”

이처럼 ‘십자가 경영’ ‘일터 교회’ ‘하나님 나라’가 그를 행복하게 하는 트레이드마크가 되고, 그의 의식을 ‘예수충만’으로 가동케 하는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듯하다.

기업의 존재 이유에 대해 기존의 틀과 사고를 깨며 도전하고 있는 그를 코스타(KOSTA)를 비롯하여 기독실업인회(CBMC) 등 여러 단체에서 그냥두지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불러서 ‘한 수’ 배우려고 한다. 하나님은 준비된 자를 쓰시며, 결코 인력낭비하시는 분이 아님을 확인시켜주는 그의 삶이기도 하다.〠

 

송기태|크리스찬리뷰 편집국장  

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광고
광고

  • 포토
  • 포토
  • 포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