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성문과 통곡의 벽

김환기/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1/12/26 [12:32]

예루살렘은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에 강력한 제국이 등장할 때마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기독교의 성지였던 예루살렘은 1516년 12월 말에 ‘오스만투르크제국'’의 '셀렘 1세'가 시리아에 있는 ‘맘루크왕조’의 세력을 꺾고 지배한다. 현존하는 성벽은 투르크령이 되고 '쉴레이만 1세'가 축조한 것이다. 

예루살렘 구도시는 8개의 성문(욥바문, 새문, 다메섹문, 헤롯문, 스데반문, 황금문, 분문, 시온문)이 있고, 20m 높이와 4018m의 위용 어린 성벽에 둘러싸여 있다.  성 안에는 기독교 성지인 ‘성분묘 교회’(Church of the Holy Sepulchre ) , 유대교 성지인‘통곡의 벽’(Wailing Wall), 이슬람교 성지인 황금돔(Dome of Rock) 이 사이 좋게 공존하고 있다. 

 
▲ 유대교 최고 성지인 ‘통곡의 벽’을 배경으로 필자 김환기 사관의 기념촬영.     ©김환기


황금문 (Golden Gate) 

감람산을 마주보고 있는 ‘황금문’은 성전산에 있는 황금사원 앞, 예루살렘 동쪽 성벽의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황금문”이라는 명칭은 예루살렘의 여러 성문 중에 가장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서 붙여진 것으로 ‘미문’(美門, Beautiful Gate)으로도 불린다. 사도행전 3장에 베드로와 요한이 앉은뱅이를 일으킨 문이며, 예수그리스도가 종려주일에 입성한 문이기도 하다. 또한 동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동문(East Gate)”이라고도 한다. 유태인들은 마지막 날 메시아가 이곳을 통과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 믿음을 비웃기라고 하듯 ‘오스만 투르크’ 정부는 아예 문을 봉쇄해 버렸다. 

황금문은 두 개의 문으로 되어 있다. 유대인들도 심판의 날이 되면 착한 사람은 남쪽문(자비의 문)을 통해 하늘나라에 들어갈 것이요, 악한 사람들은 북쪽문(후회의 문)을 통해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황금문은 많은 전설이 있다. 유대인들은 에스겔 44장 1-3절의 언급과 같이 메시야가 올 때에 이 문이 열린다고 믿고 있다. 또한 회교인들도 마지막 심판의 날이 이곳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따라서 마지막 날에는 이 황금문 가까이에 있는 무덤부터 죽었던 영혼이 다시 살아 부활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가 황금문 근처에 묻히기를 원한다. 현재 황금문 근처는 물론 건너편 감람산 기슭까지 묘지로 가득 차 있다.  

 
다메섹 문 (Damascus Gate)

다메섹 문은 아랍지역 쪽에 있다. 이 문은 동쪽으로 헤롯문과 서쪽으로 새문 중앙에 있다. 다메섹이란 이름은 세겜을 거쳐 다메섹 도시로 가는 길이 이곳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고, 히브리어로는 세겜문, 아랍어로는 ‘바브 엘 아무드(원주기둥성문)’라고 부른다. 다메섹 문은 예루살렘 성문 중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문이다.

이 문은 헤롯 대왕이 세웠던 성문과 로마의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세웠던 로마의 도시 성문의 폐허 위에 AD 1541년 오토만 제국의 술래이만 대제가 예루살렘 성벽을 쌓은 후 건설한 아름답고 튼튼한 다목적 성문이다. 로마시대에 다메섹문을 중심으로 두 개의 길이 뻗어 나갔는데 그 하나가 성전 서쪽벽 앞으로 지나갔고 다른 하나는 시온문이 서쪽으로 좀 옮겨졌지만 시온문으로 통했다.

 도로를 건너면 해골 모양의 언덕이 나온다. 성서학자 중에서 이곳이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갈보리 언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통적인 갈보리 언덕은 예루살렘 성 안에 있다. “무슨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합니까” 호기심은 나를 잠잠하게 하지 못했다. 팀을 인도하는 사람은 나에게 세 가지 이유를 말했다.

첫째 “십자가 형은 사람들에게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하는 공개처형입니다.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에게 보이기를 원했을 것입니다. 이곳은 당시에 다메섹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지나다니게 되겠죠.  둘째 2000년이 지나도 지형은 변하지 않습니다. 갈보리란 해골이란 뜻인데, 모양이 해골같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 당시 십자가 처형을 당한 사람들은 개인 무덤이 없이 한꺼번에 묻혔습니다. 이곳에 그런 매장지가 발견되었고, 근처에서 아라마데 요셉의 묘와 같은 곳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 예루살렘 성문     ©김환기


욥바문 (Jaffa Gate)

욥바문은 성 서쪽에 있는 유일한 문이다. 이 문 이름이 붙여진 것은 이문으로부터 지중해 연안 욥바 항구로 이어지는 길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아랍어로는 ‘바브 엘  카릴’(헤브론 문)이라고 하는데 ‘엘 카릴’은 ‘하나님의 친구’란 뜻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친구인 아브라함을 가리켜 ‘아브라함의 문’이라고도 한다. 

문 정면에는 ‘슐레이만 대제가 1538년 이문을 세웠다’라고 아랍어로 쓰여 있고 그 밑에 최근의 문구로써 1970년에 보수를 마치고 나서 “예루살렘이 보수됨”(느 4:7)이라고 히브리어와 아랍어로 쓰여있다.

옆에 ‘다윗의 망대’가 있기에 ‘다윗문’이라고도 한다.  다윗의 망대 안에서는 정규적으로 ‘빛의 축제’라는 공연을 한다. 야외 극장식으로 자리가 배치되어 자유롭게 앉을 수 있었다. 조용히 흐르는 음악이 끝나자 망대를 향하여 사방에서 빛들을 발사되기 시작했다.

울퉁불퉁한 망대 벽이 대형 스크린이 되어 영화가 시작되었다. 3천여 년의 역사를 가진 예루살렘 성에 관한 이야기다. 예루살렘 제2성전이 로마에 멸망되는 내용은 너무 처절하여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성안에서 성이 파괴되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니 금방이라고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사자문 (Lion Gate)

성문 양쪽에 사자상을 놓았다고 해서 사자문(Lion Gate)이라고도 한다. 전설에 의하면 슐레이만 대제에 의해서 성문 양쪽에 한 쌍씩의 사자가 조각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슐레이만 대제의 꿈에 4마리의 사자가 나타나서 대제를 삼켜버리려 했다고 한다. 꿈을 해몽한 사람에 의하면 슐레이만 대제가 거룩한 성을 허술하고 퇴락한 채로 남겨두면 이 사자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고 했다. 그래서 곧 성벽을 건축하고 이를 기념하여 꿈에 나타났던 사자들을 문 양쪽에 한 쌍씩을 조각해 놓았다는 것이다. 

 초대교회 스데반 집사의 이 문 앞에서 순교를 당해서 ‘스데반 문’(Stephan’s Gate)라고 부른다.  또한 성전의 제물로 사용될 모든 양이 이곳을 통과했기에  ‘양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리아의 무덤이 이 근처에 있다고 해서  ‘마리아 성문’이라고 하기도 한다.  마리아 무덤은 기드론 골짜기에 있다.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참배객들이 있었다. 참 이상하다. 나는 에베소에 갔을 때 마리아 생가를 방문했다.  마리아는 분명 에베소에 사시다 돌아가신 것으로 되어 있는데, 예루살렘에 마리아의 무덤이 있으니 이상하지 않은가! 

 
통곡의 벽 (Wailing Wall)

통곡의 벽은 유대교 최대의 성지이다.  원래 이벽 이름은 예루살렘 성의 서쪽에 위치하여 ‘서쪽벽’(Western Wall)이라고 했다.  최고 14미터의 길이와 400톤이나 되는 돌을 비롯하여 평균 1~3 톤의 돌을 이용하여 쌓은 높이 16미터의 이 성벽은 헤롯 대왕 때의 것으로  그가 왕위에 오른 이후 건축이 시작되어 60여 년에 걸려 지은 것이다.  로마의 티토(Tito) 장군은 주후 70년에 성전을 파괴한 후 모든 성벽을 파괴하였으나 서쪽벽만은 남겼다. 이 벽을 남기어 후세에 로마군의 위력을 과시하려 했다고 한다. 나라를 잃은 유태인들이 이곳에 와서 성전이 폐허되고 민족은 흩어짐에 통곡하며 기도하였기에 이 벽을 ‘통곡의 벽’(Wailing Wall)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통곡의 벽은 두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북쪽은 남자들이 기도하는 곳, 남쪽은 여자들이 기도하는 곳이다. 나는 이 사실을 모르고 남쪽 입구로 들어가려다가 안내하는 여인에게 제지당했다. 

통곡의 벽을 가려면 남자들은 반드시 ‘키파’(Kipa)라는 ‘작은 모자’를 써야 한다. 꼭 키파가 아니더라도 머리를 가릴 수 있는 것이면 상관없다. 나는 모자를 썼기에 그냥 통과했다. 유태인들은 왜 키파를 쓰는 것일까?  통곡의 벽 입구에 서 있는 유태인에게 물었다.

“키파는 왜 써야 합니까?”그는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머리 위에 하나님의 임재(Divine presence) 를 인식하고, 그를 두려워(fear of God) 하는 것입니다.〠

 

김환기|크리스찬리뷰 영문편집위원, 호주구세군 한인사역(Korean Ministry)및 수용소 담당관(Chaplain, Detention Centre) 

 

 
광고
광고

  • 포토
  • 포토
  • 포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