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나이들기

정기옥/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2/05/30 [10:33]
솔직한 삶의 모습이 노년의 모습

무엇이든 잘 마치는 것이 잘 시작하는 것보다 중요한 경우가 많다. 겸손하지만 존경심이 가고 작은 몸짓인 것 같지만 가슴을 울리는 파장을 일으키며 인생의 마지막 부분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분들을 바라보며 가슴이 뿌듯하고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그러나 간혹 반대의 모습으로 비틀거리며 추한 모습으로 자신이 평생을 바쳐 그려온 인생의 도화지에 먹칠을 하며 추락하는 안타까운 모습도 적잖게 목도하며 우울해 질 때가 있다. 아름답게 나이 들기는 믿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실천적인 문제이다.

왜냐하면 나이를 들어간다는 것은 그동안 살아온 삶의 내용과 내밀한 모습까지도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정직한 결과물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평생 걸어온 삶의 습관과 모습이 나이가 들어간다고 쉽게 바뀌겠는가? 오히려 견고해지고 그 동안 젊음의 순발력과 영악함 때문에 은밀하게 내려져있던 위장의 베일까지 벗겨지는 솔직한 삶의 모습이 바로 노년의 모습이 아닐까?
 
사람들은 신실한 믿음의 사람들이 아름답게 노년을 보내는 것을 바라보며 그 조용한 위엄과 내적 이해, 은혜로움과 배려하는 마음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얼마 전 주님 품에 안긴 강영우 박사가 있다. 강 박사는 중학시절 축구를 하다 공에 맞아 실명했으나 대학을 졸업한 뒤 1972년 미국으로 건너가 피츠버그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고 일리노이대 교수로 지내다 백악관에 입성해서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를 지냈다.

그가 뜻밖에 췌장암 진단을 받고 한 달 밖에 살지 못한다는 소식에 접한 후 주변 사람들에게 보낸 메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고 인생을 어떻게 마루리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하나의 본보기가 되었다.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작별인사를 할 시간을 허락 받아 감사합니다. 이 세상을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으나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 의료진의 소견"이라고 놀라울 정도로 담담하게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평생 동안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며 도전과 극복의 삶을 살아온 믿음의 사람답게 강 박사는 의연한 모습이었다. 그는 실명을 통해 얻은 것이 더 많다고 인생을 회고하면서 세상을 돌아다니며 그로 인해 아름다운 인연을 맺었으니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감사하며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냈다.
 
오늘의 모습이 미래를 결정

인생의 마지막 부분을 잘 보내며 아름답게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 그리고 반드시 거쳐야 하는 최후의 순간을 잘 맞이하고 은혜롭게 마친다는 것이 과연 늙은 사람들만 생각해 보아야 하는 주제일까?

아니다. 모든 사람이 마지막으로 ‘안녕’이라는 인사를 하기 전에 반드시 생각하고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주제이다. 정신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 사람이라면 마지막 순간을 추하게 마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도 미래를 담보로 도박을 하듯 우연에 운명을 걸고 마지막 순간을 패를 던지듯 함부로 던져 버리면 안 된다. 

우리가 명심해야 하는 것은 아름다운 노년과 은혜로운 마지막은 오늘 각자가 선택하는 삶의 모습에 따라 결정되는 현재의 명제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마지막 도착지를 아는 사람은 그 도착지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오늘의 삶을 살아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마지막 순간이 마지막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모습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매일을 마지막 날처럼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실제로 바로 그날이 오늘일 수도 있는 개연성은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생의 마지막에 대한 묵상은 남녀노소 모두의 주제가 되어야 한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유명한 전도자인 빌리 그래험(Billy Graham)목사의 최근 저술인 ‘본향으로 가까이’(Nearing Home; Life, Faith and Finishing Well)라는 책이 있다. 이 위대한 전도자는 현재 94세인데 그의 책 서문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내가 이 나이까지 살 거라고 결코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제 전 생애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죽기 전의 노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정말 누군가가 그것에 대해 가르쳐 주었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이제 이렇게 늙은이가 되고 보니 노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제 말을 믿으십시오…..

늙은이들이 만나면 제일 좋아하는 화제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그들이 가장 최근에 겪고 있는 통증과 고통에 관한 것입니다…. 저는 멀지 않아 본향인 천국에 가게 될 것을 잘 압니다. 저는 그곳을 정말 사모합니다. 나와 모든 믿음의 사람들을 위해 주께서 예비해 놓으신 상급과 선물들 때문만이 아니라 내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나를 짓누르고 있는 삶의 모든 무거운 짐과 슬픔들이 끝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진솔하고 감동적인 자기고백이라고 생각이 된다.
 
 
잘 마무리하기
 
어느 날엔가 우리 모두는 각자에게 분정 된 삶의 여행을 마치고 주님 앞에 서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본향에 하루하루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아름답게 나이 들기에 대해 자주 묵상해야 한다. 그리고 잘 마무리하기를(finishing well)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게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라 늘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이 아름답게 늙어갈 수 있고 당황하지 않고 인생을 아름답게 마감하고 새로운 세계로 입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사람 모세는 이렇게 기도했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시 90:10, 12)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것은 생으로부터의 은퇴가 아니라 하나님을 더 깊이 묵상하고 본향을 더 사모하며 성숙을 이루는 특권의 계절인 것이다. 여호와 앞에 준비된 이런 노년을 시편 기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의인은 종려나무같이 번성하며 레바논의 백향목같이 성장하리로다. 이는 여호와의 집에 심겼음이여 우리 하나님의 뜰 안에서 번성하리로다.

그는 늙어도 여전히 결실하며 진액이 풍족하고 빛이 청청하니 여호와의 정직하심과 나의 바위 되심과 그에게는 불의가 없음이 선포되리로다.”(시 92: 12-15) 〠
 
정기옥|안디옥장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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