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멀티센서리 예배인가? (5)

우리가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

문문찬/크리스찬리뷰 | 입력 : 2014/12/01 [12:34]
‘우리가 무엇이 되어 만날까?’ 나의 청년 시절 내 가슴을 불태운 물음이다. 늘 항상 내 자신을 들볶는 도전이었다. 하지만 17살 어린 나이에 골수염이라는 불치병이 나를 찾아와 죽음이라는 어두운 골목길로 나를 데리고 가고 있었다. 수천 년 전 믿음의 사람 욥을 그렇게도 괴롭혔던 바로 그 어둠의 사자가 나를 찾아온 것 같았다.
 
당시 예술가나 문학가가 되겠다던 나의 청순한 꿈은 짓밟힌 채 아무렇게나 길바닥에 나뒹구는 색 바랜 가을 단풍잎이었다. 다른 어느 누구인가가 나를 매질한 것이 아니라 내 속에서의 처절한 투쟁이었다. 2년 동안 침상과 사투를 벌이는 동안 난 당시 삶과 죽음 사이 그 깊은 수렁의 체험을 하였다.
 
같은 병실에서 3일간 한길을 가던 한 젊은 대학생이 졸업을 앞둔 채 어느 날 생을 마감하는 순간을 지켜보았다. 참으로 고통스럽고 긴긴 어두운 터널이었다. 생각해 보면, 난 주님의 재활용품 딱지를 붙이고 내 인생을 산다. 결국 교육의 때를 놓치는 바람에 소위 일류 대학 문턱을 밟지 못했다. 내 몸은 재활용 상표를 달고 있었지만 내 가슴에 불타는 꿈은 결코 재할용품이 아니었다. 침상에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신 그 분의 손길에서 조금이나마 나사로의 부활 감격을 느낄 수 있었다.
 
난 삶이나 신앙이나 혹은 예배를 생각할 때 감동을 생각한다. 감동이 빠진 신앙 실습은 모양은 그럴듯할지는 몰라도 속이 빈 모습일 까봐 두렵다. 하여 주님께서도 예배를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라 하신 듯하다. 감동이 빠진 교회, 감동을 잊은 지도자,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렇게 나의 목회 첫 단추는 감동으로 시작되었다. 왜냐하면 나의 삶 그 자체가 감동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 전도사 시절, 젊은이들과 감동을 나누기 위해 별난 시도를 다했다. 학생들을 “교회 밖으로 데리고 나가” (요즈음 부자동네가 되었지만) 말죽거리 들판이나 불광동 산자락 등지에서 슬라이드 사진을 촬영한 후 예배 때 연출하는 별난 재주도 부렸다. 시를 직접 쓰고 사진을 촬영하여 예배를 드렸다. 배우지도 아니한 소위 나만의 연기학, 퍼포밍 아트(performing art) 실습을 한 셈이다.
 
파워포인트 영상 문화가 교회 안에 들어오기 오래 전, 하얀 천을 구입하여 강단 위에 대형 스크린을 올려놓고 소위 슬라이드 영상 연출로 문화의 밤을 개최하였다.
 
휴대용 스테레오 플레이어에 음성 녹화를 한 후 방송제도 열었다. 종로 시청각센터에서 온갖 시청각 자료들을 빌려와 내 속에 타는 불길을 청소년들 가슴에 붙였다. 나는 17살에 이미 흑백 사진 필름 현상과 인화를 배우면서 사진에 빠지기도 하였다. 소위 평면 예술 (surface art)분야에 큰 관심을 두었다.
 
나의 청년 목회는 은평구 지역 청소년들에게 신선한 인기몰이였다. 여름 수련회가 되면 역시 온갖 야외 활동을 통해 젊은 가슴들에 불을 질렀다. 당시 1년에 한 번 있던 여름 수련회에 만족할 수 없어 다른 교회들이 꿈도 못 꾸는 겨울 수련회를 통해 젊은이들의 믿음의 키를 키워주었다.
 
요즘 말로 대박 수준인 프로그램들을 직접 개발하였다. 지나고 보면 그 날들이 바로 요즈음 나를 가만두지 못하는 멀티센서리 감동 그 시작이었던 것 같다. 교회의 프레시 익스프레션, 즉 신선한 교회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당시 내가 전하고자 하였던 복음은 열정과 감동의 옷을 입고 있었다. ‘우리가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 한국을 떠나기 전 젊은이들을 향한 나의 고별 설교였다. 당시 한국의 물방울 화가의 그림을 보여주며 감동을 부채질했다—“세상에 똑 같은 물방울이란 존재할 수 없다…우리 다시 만날 때, 오늘 우리를 이끌고 가는 그 감동이 내일의 우리를 만들 것이다…”
 
한국을 떠난지 근 30년이 지난 무렵, 그때 그 사람들이 불광동에서 다시 만났다.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되어 있었다. 참 고마웠다. 오늘 그 엄마 아빠들은 내가 전한 설교 내용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함께 나누었던 그 리얼한 감동 온기는 아직 그들 삶 한 켠에 스며있을 것이다.
 
성탄절이 돌아왔다. 온 세상이 어둡고 비에 젖은 이 영국 땅, 난 또 다시 감동과 열정으로 복음의 옷을 입히며 성탄절 예배를 준비하고 있다.〠

문문찬|크리스찬리뷰 영국 지사장, 영국 감리교회 런던연회 포리스트지방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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